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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남 칼럼]속 좁은 道政과 대범한 道政

[김덕남 칼럼]속 좁은 道政과 대범한 道政
새해예산 관련, ‘원희룡 제주지사’와 ‘남경필 경기지사’의 경우
2014년 10월 20일 (월) 08:46:35 김덕남 주필  kdn100455@hanmail.net

‘군자(君子)는 의(義)에서 기뻐하고 소인(小人)은 이(利)에서 기뻐한다’고 했다. ‘의를 중히 여기면 대인(大人)이고 이(利)를 중히 여기면 소인(小人)이라는 말과 같다.
논어(論語)의 ‘군자유어의(君子喩於義) 소인유어이(小人喩於利)’에서 비롯됐다.

공자(孔子)는 유독 여러 가지 경우를 동원하여 ‘대인과 소인’을 구분하였다.

눈앞의 이익만을 탐해 소리(小利)에 집착하다 큰 것을 잃어버리는 소인배나 작은 것에 얽매이지 않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버릴 줄 아는 대인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왕왕 주변에서 만날 수 있다.

최근 새해 예산과 관련한 원희룡제주도정과 남경필경기도정의 대응을 보면서 문득 ‘속 좁은 소인배’의 모습과 ‘대범한 대인의 풍모’를 연상할 수 있었다.

원희룡지사와 남경필지사는 새누리당 내 개혁의 아이콘들이다. 강한 개혁성과 똑똑함을 무기로 갖고 있다.

지난 6.4지방선거 당시, 사실상 당에서 차출돼 각각 도지사에 당선됐다. 여권의 어려운 지방선거 환경에서 당을 구한 구당파(救黨派)라 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둘 다 향후 대권(大權)을 꿈꾸는 쪽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러나 ‘새해 도정예산‘에 관한한 둘의 행보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등을 지고 각각의 길을 가는 형국이다.
한 쪽은 수구적인데 반해, 다른 쪽은 개혁적이다. 한 쪽은 폐쇄적이고 집착적이라면 다른 쪽은 개방적이고 권력 나눔 형이다.
양쪽 도정의 ‘새해 예산관련 입장’을 들여다보면 그렇다.

우선 제주도정의 경우를 보자.
제주도의회 구성지의장은 지난 14일 “지금까지의 예산편성 관행을 혁신, 지역주민 요구를 미리 반영하여 예산의 협치시대를 열자”고 도 당국에 제안했다.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제주비전 실현을 위해 당장 예산이 필요한 곳은 어디인지, 천천히 투자해도 될 곳은 어디인지 등 사업의 선후순위, 불요불급하거나 중복투자 등으로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서로 사전에 터놓고 논의하자”는 내용이다.
그래서 예산심의 과정에서 끼워 넣고 빼기 등 반복되어온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관행을 대폭손질 하자는 것이다.

예산지침을 만들기 전, 또는 중기지방재정계획 수립 전, 의회와 협의를 거치자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와 의원들이 수렴한 지역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도정과 의회가 협의하여 투명하고 효율적인 '예산운용 개혁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수행하기위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운영하는 관련법 개정을 전국지자체 의회와 추진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이런 제안에 도는 즉각 거부의사를 밝혔다. ‘예산편성 관련 도의 입장’을 통해서다. 반격은 거칠고 표현은 감정적이었다.
박영부 도기획조정실장의 입장 발표는 그래서 감정의 실탄을 장전하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저격하는 스나이퍼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다보니 도의장의 제안내용에도 없는 허위사실까지 만들어 공격함으로써 더 큰 감정의 골과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

가령 “재량사업비 부활을 통해 예산제도 자체를 무력화 하려는 것“이라든지, ”예산편성권 공유 요구”는 제안내용에 없는데도 지레짐작하여 ‘공격을 위한 공격용‘으로 침소봉대하거나 또는 도의회 제안을 비방하기 위한 언론플레이 용으로 ’제안의 순수성‘을 악의적으로 짜깁기했다는 것이다. 도의회 반응이 그렇다.

도의회 관계자는 “예산을 나누자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도정과 의회가 협의하여 투명하고 효율적 ’예산권 운영 시스템을 개혁‘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엄밀히 말해 ‘예산권’은 ‘예산 편성권과 집행권, 예심심의권과 의결권’을 포괄하는 총론적 개념이다.
그런데도 여기서 예산권의 각론에 포함되는 ‘예산편성권’만을 끄집어 내 의회공격용으로 포장하여 사실과 다른 반격을 하고 있다는 음모론 적 시각도 없지 않다,

도의장의 제안 내용을 제대로 검토해보지도 않고 회견이 끝나자마자 즉각 반격에 나선 것은 미리 “반격을 위한 반격을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살수도 있다.

의회의 말대로 “의회와 집행부 간에 주어진 역할 내에서 ‘예산의 권한’을 공유하자”는 것이라면 그 ‘예산의 권한‘에 대한 도의회와의 만남이나 의견 교환을 통해 진실확인이나 의중탐색을 하는 것은 ’도의회와의 관계설정‘의 기본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정식요구나 건의도 안 된 “의원 1인당 20억원, 820억원 규모의 의원 재량사업비 예산요구는 너무 한다”는 식의 발언은 무책임한 선동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도의회 측 주장이다.

특히 예산안이 부결될 경우의 수를 전제로 “준예산도 예상할 수 있고 여러 가지 법률적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는 박실장의 발언은 충격을 넘어 경악에 가까운 ‘도의회 협박’이거나 ‘선전포고’라는 것이 도의회 측 반응이다. 
‘도의회와 일사불전, 전쟁을 치르자는 것'이 아니라면 '준예산’ 운운은 고위공직자가 ‘감정놀음으로 쓸 용어는 아니’라는 것이다.

새해 예산과 관련한 도의 입장이 얼마나 경직되고 경색되었는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도의회 예산관련 개혁 제안을 단칼에 잘라버린 제주도정과는 달리 경기도는 정반대의 개혁행보로 제주도와 대비되고 있다.

남경필지사는 최근 "도의회와 예산을 공동편성하고 인사권도 공유하는 이른바 ’분권형 도지사제‘ 도입“을 전격 밝혔다.
“집행부에 전적으로 집중된 예산 편성권을 나눠 도의회와 함께 예산을 짜겠다”고 했다.

“벼락치기가 부른 예산심사와 나눠 먹기 식 쪽지 예산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악습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연중 예산을 심사할 수 있도록 예결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하여 도의회와 예산 공동 편성을 이뤄내겠다”고도 했다.

제주도의회 구성지의장이 제주도에 제안한 내용과 판박이로 닮은 ‘예산편성 개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제주도는 도의회의 예산개혁요구를 거절한 반면 경기도는 도의회가 요구하기도 전에 집행부가 먼저 예산편성을 공유하자는 것이 다를 뿐이다.

남지사는 더욱이 “예산 편성권과 심의 권한을 각각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 두도록 한 현행 지방자치법에 저촉된다면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고 제도적으로 제약이 있다면 정치적으로 풀어갈 것”이라고 강력한 실천 의지를 표명했다.

원희룡 도정과 남경필 도정, 적어도 예산편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느 쪽이 ‘속 좁은 도정’이고 어느 쪽이 ‘대범한 도정’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 판단은 도민의 몫이고 부담은 도정의 몫이다.

‘예산 편성 논란’과 관련한 처신에서 원희룡도정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 것이다.
‘개혁의 아이콘’이 반개혁적 수구세력으로 비쳐져 개혁의 이미지가 더러럽혀 지고 상처를 입는 다면 여간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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