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통일대박론’은 악마의 호수인가
[정상모의 흥망성쇠] ‘민족자주’ 없는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입력 : 2014-09-25 14:49:18 노출 : 2014.09.25 15:17:03
정상모(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 sang_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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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제39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통일된 한반도는 핵무기 없는 세계의 출발점이며 인권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 안정과 협력의 동북아를 구현하는 시발점이자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통일은 세계 평화와 인권을 위해서도 반드시 실현돼야 할 국제적 과제라는 뜻이다.
한반도 통일이 우리 한민족은 물론 동북아시아 공동의 번영, 나아가 세계 평화의 길이라는 ‘통일대박론’ 그 자체에 이의를 달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의 장밋빛 꿈이 꼭 이루어지길 그 어느 누구가 바라지 않겠는가.
중동 사람들은 사막의 신기루를 ‘악마의 호수’라고 부른다. 오아시스처럼 보이지만 영원히 찾지 못해 죽음에 이르는 호수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오아시스인가, 신기루인 ‘악마의 호수’인가.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비롯해 동북아 평화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드레스덴 구상 등 그럴듯하고 화려한 구상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허울 좋은 간판들만 걸려 있는 채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박 대통령의 실제 정책이 간판과는 다르게 심지어는 거꾸로 가고 있으니 필연적인 결과 아니겠는가.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청와대 | ||
박 대통령은 이번 총회 연설에서 남북한 등 6·25 전쟁 당사자들이 참여해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을 만든다면, 이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취지야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지만, 남북관계가 꽉 막힌 판에 평화공원 조성의 선결조건인 북한의 참여 가능성이 과연 있겠는가.
박 대통령의 구상들은 남북관계의 개선과 북한의 호응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이번 총회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위한 국제 공조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공세적인 ‘북한 압박론’으로 남북관계 개선은커녕 오히려 남북관계가 악화돼 남북 간의 긴장과 위기의 회오리가 일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경제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선 핵포기 후 경제지원’의 기존입장이 반복됐다. 북한이 거부해버린 지난 3월 28일의 독일 드레스덴 구상의 되풀이다.
북한의 ‘선 핵 포기’를 전제로 한 대북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처럼 실패한 정책으로 판가름 났다. 박 대통령은 도대체 실패한 정책의 되풀이를 언제까지 계속할 셈인가.
박 대통령은 북핵 뿐만 아니라 북한의 인권과 탈북자 문제까지도 거론해 국제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을 강조했다. 반인도적 범죄 책임자 처벌, 탈북자들의 강제 송환 금지, 북한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등의 민감한 내용들이 담긴 유엔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 권고사항의 이행을 위한 조치까지 주장한 것은 전례 없이 강경한 대북 공세다.
북한이 박 대통령의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을 받아들여 물러설 가능성이 과연 있겠는가. 남북관계가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의 분단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세계가 나서 달라”며 한반도 통일을 위한 지지를 강력하게 호소했다. 한반도 통일의 당위성과 의미에 대한 국제적인 설득 노력과지지 확보를 통한 국제적인 통일 기반 조성 노력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의 핵심은 한반도의 통일은 이를 주도해 나갈 민족의 주체적인 역량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1954년 한반도 통일을 위해 열린 제네바 국제평화회의가 국제적인 요인 때문에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독일의 통일도 1971년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등 4개국 간의 ‘베를린 협정’과 1972년 12월 동서독기본조약을 바탕으로 동서독 간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축적된 독일의 주체적인 역량이 이룩한 결과였다.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을 통한 민족적 역량의 축적 없이 한반도 통일, ‘통일대박론’이 가능하겠는가.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은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스포츠가 이념과 인종의 장벽을 넘어 화해와 평화의 장이 되도록 하자는 게 올림픽 정신 아닌가.
국방일보가 “북한응원단은 미인계를 앞세운 정치선전대로 그들이 오면 친북정서가 일어나고 남남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북한응원단의 아시안게임 참가를 반대했다고 한다. 국방부가 북한응원단의 참가 문제에 나섰다면, 이는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국방부가 정치단체인가.
박근혜 정부는 지난 8월 11일 남북 간 고위급접촉을 제의했으나 진전이 없다. 북한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삐라 살포’ 등 동족 대결 책동의 중지를 요구했으나 삐라 살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로동신문은 “어떤 날 120만장에 달하는 삐라와 2250권의 종교 선전물을 풍선에 매달아 날려보냈다”며 전단 살포를 남한 정부, 특히 군이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인가.
박근혜 정부는 삐라 살포가 언론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북한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박 대통령을 모욕하는 삐라를 100여만 장이나 남쪽에 뿌려대면서 고위급 접촉 대화를 갖자면 그 진정성을 믿겠는가.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의 행적’을 다룬 산케이신문 기자를 법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중이다. 박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한 국회의원의 발언 등을 겨냥해 박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어섰다”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야야 하지 않겠는가.
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대한 압박을 위해 전례 없이 강경하게 국제공조를 부르짖고 삐라 살포 등 ‘북한 흔들기’를 계속하면서 고위급 접촉 따위의 대화 제의를 하면 북한이 그 진정성을 믿겠는가. 북한의 인권 문제 제기에서도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생명의 무게는 지구보다 무겁다고 한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따지기 전에 세월호 참사의 생명,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생명의 인권에 대해 박 대통령과 정부는 어찌 하고 있는가. 박 대통령이 무고하게 죽어간 생명의 진상규명 요구조차 거부하고 가장 소중한 인권인 생명권을 외면하면서 어떻게 인권을 거론할 수 있는가.
‘통일대박론’이 ‘악마의 호수’가 아니라 ‘오아시스’가 되도록 하려면, 박 대통령이 먼저 통일을 향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남북 대결이 아니라 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되지도 않을 장밋빛 구상만 반복할 게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방법론을 진정성을 갖고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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