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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민호의 혼자생각] 거울2

[노민호의 혼자생각] 거울2

 

2008년 광우병 쇠고기 문제로 엄청난 촛불집회가 거의 매일 서울 한복판을 덮고 있을때의 얘기입니다. 그 당시 웬만한 생각있는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허겁지겁 앞뒤 재지 못하고 미국 쇠고기 수입을 선물로 갔다 바쳐서 그 문제가 생긴 것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국민에게 별로 친근하지 않았던 대통령이 그 오랜 촛불시위를 참아준 것은 바로 이런 자신의 실수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때문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어떤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정도의 양심조차 없을거라고 얘기하지만 저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이때 이명박 대통령과 그 주변의 참모들은, 도대체 그 많은 양초를 누가 사주는가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고 합니다. 도대체가 누구의 사주를 받고 수십만명이 주말마다 저렇게 모이는가에 대한 내용이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이들은 '자발성'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의 머리로는 '광우병 쇠고기'의 문제에 항의하는 '시민의식'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겁니다. 자신들은 누가 지시하거나 명령을 해야만 움직였던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자발성'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간첩의 누명을 쓰고 잡혀간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 그때는 시위하다가 잡혀만 가도 정말 '뒈지게' 맞던 시절이었죠. 그들이 그토록 심한 고문을 한 것은 그 사람들의 진술을 믿기 어려워서 였을 겁니다. 왜냐? 대학생이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랬겠냐... 분명 뒤에 누군가가 있다....아마 고정간첩이 뒤에서 조정한 거다....이렇게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러니 '제대로' 불때까지 매를 맞고 전기고문을 당하고 물고문을 당한 것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인 박노해가 잡혔을때 경찰들은 박노해의 진술을 믿지 못했다고 합니다. 고졸학력이 전부인 그가, 무슨 재주로 그런 시와 글을 썼다고 믿겠습니까. 그저 뒤에서 누군가가 조정한 것이다....이렇게 생각을 한 것이죠.

사람은 누구나 일정정도 자기에게 갖혀 사는 존재입니다. 자신들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니 남의 '자발성'도 절대 믿지 못하는 것입니다. 슬픈 얘기지만 광주민중항쟁이 고정간첩에 의해 사주되었다고 말한 그 사람 역시도, 그 사람의 마음을 말한 것입니다. 그는 한번도 불의에 대항해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싸워본 적이 없는 것이죠. 그러니 광주시민의 행동이 어떻게 정상으로 보였겠습니까.

그러니 쉽게 자신의 마음을 말하면 곤란합니다. 스스로 생각의 빈곤을 드러내는 일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