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민호의 혼자생각]내수경기
경제활성화를 위해 우리나라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한 방식은 수출을 늘리는 방식이었습니다. 2008년 제2의 외환위기는 이명박 정부가 자신의 공약인 7.4.7정책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환율에 개입했다가 정말 제2의 외환위기가 올뻔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이때 키코손실로 인해 흑자부도를 낸 기업들의 입장에서 당시의 환율개입이 얼마나 멍청하고 바보같은 짓이었는지를 뼈져리게 느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박근혜 정부는 무리한 수출증대보다 내수활성화라는, 지금까지의 정권에서 보기 어려운 정책을 내 놓았습니다. 말 그대로 국내경기를 활성화시켜서 경제를 살리자는 정책입니다. 내수를 살리려면 개인들이 돈이 많아야 합니다. 그러니 가계부채를 풀고 부동산 규제를 위험스러울 정도로 풀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는 왜 내수가 살지 못할까?
어떤 사람들은 인구가 1억이 넘어야 내수경제가 돌아간다고 얘기합니다. 규모의 경제 차원에서 보자면 일면 일리도 있는 말이지만 우리나라 내수경기가 침체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있습니다. 나와 내 가족의 교육, 건강, 주택문제가 확실하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소비를 늘리지 않습니다. 애들 대학교육, 가족의 병원비, 주택구입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개인에게만 부과하고 있으니 돈이 있어도 쓸 용기가 없는 거지요.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떨까? 내수경기가 진작되는 상당수의 나라에서는 국가와 사회가 교육, 의료, 주택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제도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깔려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해석일 것입니다.
최경환 부총리가 내수경기활성화를 위해 41조를 푼다고 합니다. 정말 근본을 모르는 정책입니다. 그 돈에서 10조만 쓰면 대학무상교육이 됩니다. 대학교육을 무상으로 해 보세요. 돈 쓰지 말라고 해도 씁니다. 20조를 쓰면 병원비에 대한 부담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나머지 돈으로 개인의 노후에 대해 국가가 조금더 책임있는 방향의 정책을 만들어 보세요. 그럼 내수는 무조건 살아납니다. 기업들에게 돈을 묶어두지 말고 투자하라고 아무리 겁을 줘도 이익이 나지 않을 사업에 투자하는 기업은 자본주의 아래에서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근원적 처방이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통해(물론 이것도 돈 있는 사람들이 더 부담하는 방식으로) 내수경기를 살려야 된다는 상식을 거부하고 있는 거지요. 물론 보편적 복지의 확대에 대한 불신도 많습니다. 복지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세금의 증대를 가져옵니다. 이 과정이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국민들이 세금의 증대에 덜 반대합니다. 우리는 조세정의라는 부분을 행정의 작은 단위로만 인식하지만 실제 사람들의 머리에는 국가의 공정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부분을 여기에서 느끼게 됩니다.
내수경기는 돈을 푼다고 살지 않습니다. 그 돈은 결국 유흥분야의 비정상적 확대로 이어져 건전한 내수경기의 선순환을 만들지 못할 것이고 결국 3-4년이 지나면 엄청난 빚으로 돌아와 2002년 카드채의 악몽이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언발에 오줌을 누고 있는 거지요. 답답합니다. 자기들 집권하는 기간만 넘기면 된다는 이런 무책임한 발상이 판을 치는게 요즘의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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