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음주운전면허취소 구제…'여러 개의 면허증을 가진 운전자'

[기고]음주운전면허취소 구제…'여러 개의 면허증을 가진 운전자'
송범석 | kkalok@naver.com

데스크승인 2014.08.25 15:05:3

[한강타임즈]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자동차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 경우, 음주운전으로 적발이 되면 어떻게 될까? 음주운전면허취소 구제 업무를 하다 보면 이에 대한 질문을 듣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운전자의 대부분은 1종 보통면허와 1종 대형면허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가령 고속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는 운전자가 휴일에 술을 마신 뒤 중형 승용차를 운전했다가 음주단속에 적발된 때가 그 전형적인 사례다.

송범석 모두다행정사대표

이들 운전자에게 1종 대형 면허가 취소되느냐 마느냐는 생계와 직결이 되는 문제이므로 매우 중요하다.
원칙은 이렇다. 한 사람이 복수의 자동차면허를 가지고 있는 경우 이를 취소할 때에는 서로 별개로 취급을 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한 사람이 여러 종류의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경우 1개의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고 그 운전면허증의 면허번호는 최초로 부여한 면허번호로 하여 이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자동차 운전면허증 및 그 면허번호 관리상의 편의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95누8850).

 

이 판례는 주취상태로 중형 특수차인 5톤 레이카크레인을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중이던 승용차 2대를 연쇄추돌한 운전자가 특수면허 이외에도 제1종 보통면허와 제1종 대형면허를 줄줄이 취소당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레이카크레인은 특수면허로만 운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레이카크레인을 운전할 당시에는 ‘특수면허로만’ 운전을 한 것이 되므로 그것만 취소하면 되고 나머지 운전면허는 이 사건 음주운전과 상관이 없다는 논지였다.

그런데 유의할 점이 있다. 1종 대형면허를 취득하면 1종 보통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와 원동기장치자전거(배기량 125cc 이하의 이륜자동차 또는 배기량 50cc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따라서 이 세 종류의 운전면허는 동시에 취소가 된다. 예를 들어 1종 대형, 1종 보통,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를 갖고 있는 버스 기사가 일반 승용차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경우에는 보유한 세 종류의 운전면허를 모두 취소당하게 된다.

이는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치다. 승용차를 운전했다고 해서 1종 보통면허만 취소한다면 여전히 1종 대형면허는 살아 있기 때문에 운전자는 1종 보통면허가 존속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고 이는 취소 처분을 하나마나한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취소사유가 특정의 면허에 관한 것이 아니고 다른 면허와 공통된 것이거나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에 관한 것일 경우에는 여러 면허를 전부 취소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2012두1891).

한편 이 같은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경찰청이 운전면허를 일괄 취소하는 일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수원지방법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운전자는 1종 대형, 1종 보통, 2종 소형,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었는데 음주를 하고 화물차를 몰다가 경찰에게 적발이 됐다. 문제는 2종 소형 운전면허였다.

경찰이 1종 대형과 보통,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와 함께 2종 소형 운전면허까지 취소를 한 케이스였는데 수원지방법원은 “1종 대형, 1종 보통, 2종 원동기장기자전거 자동차운전 면허의 취소에 제2종 소형 자동차운전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의 운전까지 금지하는 취지가 포함된 것으로 볼 수도 없다”면서 “설령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의 기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상태에서 이 사건 화물차를 운전하였다고 하더라도, 제1종 대형, 제1종 보통, 제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자동차운전면허 이외에 제2종 소형 자동차운전면허까지 취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2013구단2017).

사실 이 부분은 판례평석이 나올 정도여서 법리판단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에 대법원은 1종 보통, 1종 특수면허를 가진 운전자가 개인택시를 음주운전한 사안에서 두 가지 운전면허 모두를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가 하면, 1종 보통, 1종 대형, 1종 특수 면허를 취득한 운전자가 적재중량 1톤의 사업용 화물차를 운전한 사안에서도 운전면허를 모두 취소하는 게 타당하다고 보기도 했다.

앞에서 설명했던 사례들과는 다른 결과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볼 때에는 다소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이는 위반행위 당시 운전한 차량을 기준으로 해서 그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면허를 모두 취소하는 취지에 입각해 있는 것인데, 스스로 판단을 해볼 때 이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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