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수원예총 회장 | 오늘은 청명(淸明)이다. 하늘이 맑은 계절이라는 뜻이다. 정치를 하려면 세 가지의 오묘한 비결을 알아야 한다고 다산은 말했다. 첫째는 맑음(淸)이요, 둘째는 삼감(愼)이요, 셋째는 부지런함(勤)이라고 말이다. 4·11총선도 꼭 한 주일 남았다. 누구의 이름 아래에 ○표를 찍을까? 수원시 4개 지역에서 총 14명의 후보자가 각기 격돌하고 있다. 이번 선거구는 ‘갑을병정’으로 구분되어 시민들은 어느 지역구인지 다소 어리둥절하다. 서둔동, 탑동 주민은 권선구이면서 팔달구 쪽으로 선거구역이 바뀌어 더욱 그럴 듯싶다. 후보자들은 큰 일꾼이 되어보겠다고 저마다 공약을 내걸고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입후보자 모두가 수원의 정치적 자산이다. 지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지역발전에 비전을 갖고 있기에 그렇다. 공식선거전 이후 눈살 찌푸리게 하는 흑색선전이나 비방, 인신공격 없이 비교적 차분하게 선거가 치러지고 있어 다행이다. 여·야 후보자들은 합동으로 지역현안에 대한 공약을 발표했다. 수원 네 곳의 선거구는 따로 떼어낼 수 없는 ‘한우리’이기에 적절한 정책공약인 듯하다. ‘선거를 점령한 당신이 이 나라의 주인입니다.’라는 선거구호가 눈길을 끈다. 청렴하지도 않고 신중하지도 부지런하지도 않은 후보자는 절대로 선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목민심서의 정신이다. 만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굳은 각오로 약속을 이행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매일 텔레비전에 얼굴이 나오는 유명 정치인이 어느 날 지역구 유치원을 방문했다. 유치원생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새싹들의 밝은 모습을 본 그는 흡족해 물었다. ‘여러분, 내가 누구인지 알아요?’ “네~, 국회의원이오.” 그러자 유치원생에게도 인기가 있다고 믿은 그가 다시 물었다. “그럼, 내 이름이 뭔지 알아요?” 그러자 아이들은 하나같이 큰 소리로 외쳐댔다. “저 자식이오.” 정치 불신에서 나온 우스갯소리지만 그냥 흘리기엔 입맛이 씁쓸하다. 왜 ‘저 자식’이라는 소리를 듣는 국회의원이 나왔을까. 서로 멱살 잡고 난투극을 벌리는 국회의원의 모습이 언론에 자주 비친 탓일 듯하다. ‘저 자식’이라는 소리만은 듣지 않는 국회의원이 뽑혀야 한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선거를 해 봤다. 상대후보자를 두려워할 게 아니다. 정작 두려워야 할 사람은 유권자다. 내가 당선이냐 낙선이냐는 상대후보자가 아니라 유권자에 의한 것이기에 그렇다. 혈연·지연·학연에 구애받지 않고 진정한 대변자를 뽑을지, 아니면 인연의 족쇄에 얽매여 엉뚱한 결과를 낳게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총알보다도 무섭다는 한 표다. 그 총알이 당선이라는 과녁에 명중하느냐, 빗나갔느냐는 유권자의 몫이다. 기왕이면 자기가 쏜 총알이 과녁에 맞기를 바라는 게 인간의 심리다. 왜 말끝마다 ‘놈’인지 모른다. ‘찍을 놈이 없다.’ 거니 ‘그놈이 그놈’이라는 것은 옳지 않다. 박수를 쳐야 할 때 팔짱을 낀 채 멍하니 앉아 있고, 감격해야 할 때 픽 웃고 돌아앉으면 안 된다. 당선된 후 진일보한 입법 활동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후보자는 안 된다. 결과까지를 내다보는 지혜가 수반돼야 한다. 국회의원은 법적으로 ‘단독제’ 국가기관이다. 200여 개의 특권을 누리는 무소불위의 자리다. 연간 억대의 세비뿐만 아니라 내 돈 한 푼 적립하지 않고도 죽을 때까지 연금도 받는다. 계파 보수를 중심으로 정당의 종속물이 될 인물도 안 된다. 의회정치의 사명을 갖고 소신껏 활동할 후보자를 선택해야 마땅하다. 국회의원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책임 있는 존재’가 되겠다는 사람들이다. 나무는 먹줄을 맞아야 곧아지고, 정치는 간언(諫言)하는 자가 있을 때 바로 잡힌다.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치러지는 건 20년 만에 한 번 있는 일이다. 그 어느 해의 선거보다도 중요하다. 이제 수원시민으로서 뒷짐을 지고 방관하면서 혀를 차는 냉소주의자들의 대열에서 벗어나야 한다. 빠짐없이 투표하여 주권자의 엄중한 뜻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수원시의 유권자는 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