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민호의 혼자생각] 박멸
인간의 역사가 기록되지 않았던 10만년전쯤 우리 인간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를
생각하면 이런 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수 있습니다. 이런 상상의 나래를 좀더
구체화시키면 나와 다른 그 어떤 것에 대한 혐오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부족 형태로 살았을 그 당시 내 부족이 아니면 당연히 적대시하고 내치는
모습을 보였을 겁니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이방인을 대하는 태도의 뿌리를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거지요.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낯선 것을 싫어하는 것은 인간의 유전자에 박힌 본능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본능을 극복하는 것이 개인은 물론 사회와 나라의 변화와
개혁을 만드는 힘이 된다는 것은 매우 자명한 일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나와 생각이 다른 모든 사람들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박멸'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시기에 민족반역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을 때, 일제의 앞잡이가 되었던 사람들은 이러한
민족대 반민족 구도를 좌익대 우익으로 변화시켜 좌익을 박멸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박멸의 추억은 계속이어져 나와 생각이
조금만 다르면 '빨갱이'로 낙인찍어 제거해 버리는 아주 좋은 무기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머지 않은 시기에 우리사회에서는 세월호 유가족의 배후에 '불순세력'이 있다는
얘기가 들려올 것입니다. 그리고 이 얘기를 머릿기사로 신문과 방송이 나팔을
불어댈 것이고 그들은 과거 '박멸'의 추억을 떠올리며 희희낙락 할 것입니다.
이번 방문에서 우리사회에 큰 감동을 준 프란체스코 교황은 올 초 마르크스
주의자라는 비판에 직면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는 마르크스 주의자는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그런 비판이 기분나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만나본 마르크스 주의자들은 한결같이 훌륭한 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전쟁 이후로 공산주의에 관한한 거의 '멸균실'수준인 우리사회의 객관적
현실에서 참으로 곱씹어볼 얘기입니다. 또하나 우리가 깊게 생각할 일은
나의 마음속에도 어쩌면 저들이 경험한 '박멸'을 무의식중에 부러워하고
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한번 돌아볼 일입니다.
'◐ 여러가지의 칸 === > ◇신문.기고.사설.칼럼.방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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