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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추석유감_ 한동민 수원박물관 학예팀장​

[천자춘추] 추석유감_ 한동민 수원박물관 학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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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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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대개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만 올 추석 9월 8일은 다른 어느 해보다 빠른 추석이다. 그러께 추석부터 윤달이 끼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추석은 예년에 비해 보름 이상 빠르다. 이는 햇과일과 햇곡식이 수확되지 않은 채 차례를 지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석 상차림에 2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소식이고 보면 더욱 실감이 된다. 추석(秋夕)에 대한 가장 단순한 사전적 의미는 ‘우리나라 명절의 하나로 음력 8월 15일이다. 햅쌀 송편을 빚고 햇과일 따위의 음식을 장만하여 차례를 지낸다.’일 것이다. 

한 해 땀 흘려 일해 얻은 농작물에 대하여 토지와 조상에 감사드리는 경건하면서도 즐거운 날이다. 서양의 추수감사제 역시 가을걷이(추수)에 감사하는 날, 즉 Thanksgiving day이다. 박지원의 ‘허생전’ 주인공 허생은 1만냥을 빌려 안성장으로 가서 삼남에서 올라오는 제수용 과일을 매점매석해서 큰돈을 번다. 

양반들의 허례허식을 날카롭게 비판한 대목이지만 제사를 지내기 위해 남쪽에서 올라오는 과일을 사야한다는 점은 오늘날도 변함이 없다. 실상 추석에 우리가 사는 중부지방과 그 이북에서는 햇곡식과 햇과일을 차례상에 올리기 어렵다. 그래서 추석은 성묘하는 날이었다. 자신의 농작물이 며칠만 있으면 익어 차례상에 올릴 수 있는데 시장에 나가 비싸게 사서 차례를 지낸다는 것이 어찌 우스운 일이 아닌가?

추석이 지나면 곧바로 폭등했던 과일 값이 떨어지는 것을 생각해 보라. 중양절(重陽節, 음 9.9) 혹은 10월 상달에 차례를 지냈던 조상님들의 센스가 그립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11월 네째주 목요일이다.

고향 집 뒤란에 밤나무와 대추나무가 며칠 있으면 익을텐데, 왜 시장에 나가 남의 것을 사야 하는지? 내 고향은 일제가 제암리 학살사건을 통해 만세운동을 저지하고자 했던 만큼 3.1운동의 격렬한 항쟁지였다. 

바지락과 맛조개 그리고 자연산 굴이 전국 최고이고 서해안 바닷바람이 만든 당도 높은 포도와 아삭한 알타리 무가 일품인 곳이다. 

그곳에 부모님은 400년 동안 이어진 청주한씨 동족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다. 그래서 올 추석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을 찾아갈 것이다. 

한동민 수원박물관 학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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