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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번 돈을 투자하라- 송희성 현대법률연구소 소장/전 수원대학교 법대학장, 행정대학원장

기업은 번 돈을 투자하라송희성 현대법률연구소 소장/전 수원대학교 법대학장, 행정대학원장
데스크승인 2014.08.20 | 최종수정 : 2014년 08월 20일 (수) 00:00:01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 후 1년여가 지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국 정치가 조금 나아진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신문·TV등이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는 바와 같이 ‘세 월호 사고’, ‘병영사건’으로 세상은 어지럽다. 많은 사건·사고들이 발생하는 것이 일상이나, 두 사고, 사건은 두 분야 및 그 분야와 관계된 영역에서 해묵은 부조리와 비문화적 사항을 개선할 것을 과제로 던져 주고 있다. 각종 개선의 노력을 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가시적 결과가 있을지를 지켜보고자 한다.

모든 잘못으로 발생하는 사고·사건의 뒤에는 정치인·관료·기업가들의 비리·버려야 할 관행·개선하여야 할 가치관 등이 내제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그들은 개선·개혁할 점을 정상적인 관행 또는 문화현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나라든지 문제의 심각성·정도 차이는 있으나, 개선·개혁 할 점이 있다. 그러나 특히 우리나라는 정치·경제·사회·문화영역 등에서 개선·개혁해야 할 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지면의 제약이 있어 여기서 전 분야를 언급 할 수는 없고, 기업들이 번 돈을 쌓아 놓고 투자하지 않는 문제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로 한다.

신문·TV등의 보도에 의하면 속칭 재벌 이라고 하는 대기업들이 벌어서 가지고 있는 돈이 500조를 넘는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국가의 공식 기구에서 파악하고 있는 수치는 500여조일지 모르나, 실제 모든 기업들이 쌓아 놓은 돈은 그보다 훨씬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물론 중소기업 등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돈을 벌어 쌓아 놓은 기업들은 어떻게 돈을 벌었는가. 좋게 말하면, 그들이 국·내외 시장의 경쟁에서 창의적으로 작용하여 여러 가지 불리한 상황을 극복해 낸 결과라고 본다. 이러한 면에서만 보면 돈을 번 기업들의 창의·노력 등을 칭송하여야 하고, 더 많은 이윤 획득에 투자하기 위하여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자유자본주의’를 기틀로 하고 있는 ‘시장경제’의 순리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몇몇 선진자본주의 국가와는 달리, 국민소득이 증가 함에도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고,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비용의 증가는 소걸음이고, 실업자 구제는 지지부진인 현상을 어떻게 설명 할 것인가.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돈을 번 것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기업들의 창의와 노력에 기인한 바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가의 경제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간단히 말해서 주로 ‘공산품 수출정책’에 의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농·수산품은 대부분 품질에서 일부 국가에 못 따라가고, 가격 경쟁 면에서도 뒤지고 있다. 또 고도의 기술을 요하지 않는 생활필수품인 공산품에서는 기술면에서 월등하지 못한 반면, 가격 면에서 중국 등과 경쟁 할 수 없게 ●다. 이렇게 품질이 우리보다 낫고, 가격이 싼 외국산이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것을 관세 정책 기타 정책에 의하여 막았으나, 근본적으로 ‘비교생산비설’에 의할 때,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고, 국제간 자유무역기조가 확대되어 각종 국제 조약이 수입 금지 내지 관세제도 폐지·수정을 요구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엇보다도, 각종 전자제품, 선박 기타 어느 정도 기술을 요하는 공산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농수산물, 가격이 싼 공산품 등의 수입을 개방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자 농·수산업 종사자, 일부 공산품 생산업자는 큰 타격을 받았고, 일부는 도산하였다. 예를 들면, 국내 안경 생산업, 장갑 생산업, 우산 생산업 등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이외에도 국내 산업이 값싼 중국산에 밀려 도산한 경우는 많다.

몰론, 국내의 농수산업 등이 국제 경쟁력을 잃자, 국가는 보조금 제도 기타 지원 제도 들을 시행 하였다. 그러나 수출은 증대 일로를 걸어 왔고, 국내 중소기업들은 날로 허덕이게 된 것이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진군’을 계속하여 승리를 쟁취하는 것과 비슷하다면, 논리의 비약일까. 국내의 상당수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망하는 토대위서 기업들이 번 돈을 쌓아놓고, 투자를 안 하는 것은 대기업들이 기업 윤리를 져버린 처사이다.

돈을 번 기업들이 국가관·가치관을 제대로 가졌다면, 기업 이윤 획득이 다소 불안 하더라도 투자하여 실업자를 구제하여야 한다. 이런 주장에 대하여 기업가를 무슨 자선가로 혼동하고, 계획 경제를 일삼는 ‘사회주의’, ‘공산주의’국가에서 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난 할지 모르나, 기업가가 국가·사회를 위한다는 ‘가치관·윤리관’을 갖기 전에는 국민소득이 3·4 만달러 때에 진입하여도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천만 다행인 것은 정부의 한 경제 파트의 장관이 기업이 번 돈을 투자하지 않으면 ‘사회악’(?)시하여 벌과금·과징금을 부과 하겠다는 정책 발표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이런 정책의 채택이 일개 장관서 나온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연결되어 있다면 어느 정도 실효성을 발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은 번 돈을 투자하라. 그것은 실업자를 구제하는 길이 될 것이다.

송희성 현대법률연구소 소장/전 수원대학교 법대학장, 행정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