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은 두 실장을 일컬어 ‘왕(王)실장’이라고 한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승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 비서실장이다. 비교대상이 될 수 없는 두 실장에게는 두가지 공통점이 있다. 격은 다르지만 비서실장이란 공식 직함이 하나요, 왕실장이란 달갑지 않은 비공식 직함이 둘이다. 비슷해 보인다고 ‘초록은 동색’이라고 우기는 것은 네거티브다.
김 실장은 유신헌법 제정, 노무현 전(前) 대통령 탄핵, 초원복집 사건 등 격동의 한국 현대정치사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정권의 2인자라는 야유를 받는다. 야권은 입법, 사법, 행정을 떡 주무르듯 한다며 낙마 대상 1호에 이름을 올려놨다. 진정한 왕실장의 면모다.
홍 실장은 공무원 출신이다. 면서기(9급)가 이사관(2급)에 올랐지만, 퇴직 공무원이다. 행정 경험이 많고 글솜씨가 좋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래도 전직 공무원이다. 남 당선인은 19년 동안 국회에 있었지만, 복잡다난한 도정에 대한 이해도는 부족하다. 홍 실장의 40년 행정경험이 필요했을 것이다.
도지사 비서실장은 그저 비서다. 행정,의회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물론, 문고리 권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남 당선인이 비서실장 정도 통제하지 못할 쑥맥은 절대 아니다.
전직 2급이 4급 별정직(도지사 비서실장)이 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남 당선인의 국회 보좌관·비서관들은 4→5급 또는 5→6급으로 강등될 판이다. 총무과 출신 직원들과 정기적으로 해온 산행을 놓고 이러쿵저러쿵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경기도청 공무원 3천449명은 전직 공무원 1명에게 휘둘릴 정도로 허약하지 않다. 홍실장에게 ‘왕실장’이란 꼬리표를 붙이려는 저의가 궁금하다.
김만구 차장(정치부)/prime@joongb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