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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패닉'­­ 서청원 '곤혹'…긴장하는 의원들

 

박지원 '패닉'­­ 서청원 '곤혹'…긴장하는 의원들

관련이슈 : 6·4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를 보면 차기 총선이 보인다.” 226석인 기초단체장 선거구가 246석인 국회의원 지역구(궐위된 12명을 빼면 재적의원은 234명)와 거의 겹치는 데서 나온 말이다.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는 지역구 바닥 민심의 바로미터로 평가돼 차기 총선을 준비하는 데 중요한 변수다. 여야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나온 6·4 지방선거의 기초단체장 성적표를 검토하면서 파장을 예의 주시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6일 이번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를 분석해보니 여야 거물급 정치인 중에는 상대 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서 체면을 구긴 인사가 여럿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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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맹주 자처 이완구·이인제 ‘안방’ 내줘 

충청권은 전체 31석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16석, 새정치민주연합이 12석, 무소속이 3석을 얻어 ‘여대야소’ 구도를 구축했다. 새정치연합이 광역단체장 4석(충남·북, 대전, 세종)을 싹쓸이하자 새누리당은 기초단체장 과반 확보로 응수한 셈이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아픈 대목이 엿보인다. 충청권을 대표한다는 중진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기초단체장을 지키지 못한 탓이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사실상 당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이완구 원내대표는 지역구인 부여·청양군 선거에서 청양 군수를 무소속에게 내줘 체면을 구겼다. 새누리당 복철규 후보가 무소속 이석화 후보에게 3.9%포인트차로 석패한 것이다. 부여 군수는 새누리당 이용우 후보의 당선으로 지켰다.

또 충남 논산·계룡시·금산군이 지역구인 이인제 의원은 논산시장과 계룡시장을 새정치연합 후보에게 빼앗겼다. 김태흠 전 원내대변인은 보령시·서천군 모두를 야당 후보에게 잃었다. 반면 새정치연합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다 석패한 새누리당 윤진식 후보의 지역구인 충주에선 새누리당 조길형 후보가 당선됐다.

◆경기·인천 친박 중진·실세 지역구서 곤혹 

지역 주민의 기초단체장에 대한 표심과 지역구 의원에 대한 지지가 엇갈린 경우가 수두룩했다. 2012년 총선 이후 2년이 넘었기 때문에 민심이 변하고 있다면 해당 의원에겐 경고음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서울의 기초단체장 25석 중 20석을 석권한 새정치연합의 정호준, 서영교 의원 지역구인 중구, 중랑구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의 지역구(동작을)에선 새정치연합 소속 구청장이 나왔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는 각각 노원구와 광진구에서 당 후보가 승리해 안방 사수에 성공했다. 

경기와 인천에선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줄줄이 스타일을 구겼다.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유세 현장을 진두지휘했던 친박 중진 서청원 의원은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 야당에 내줬다. 새정치연합 채인석 후보가 48.3%를 얻어 47.5%의 새누리당 최형근 후보를 간발의 차로 누르고 화성시장에 당선된 것이다. 홍문종 전 사무총장 지역구인 의정부에선 새정치연합 안병용 후보가 당선됐다. 

친박 실세인 윤상현 사무총장은 지역구인 인천 남구청장 선거에서 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실패해 머쓱해졌다. 새누리당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의 지역구인 경기 김포에선 새정치연합 소속 구청장이 배출됐다. 

새정치연합에선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에 선출된 이석현 의원 지역구인 안양시장 선거와 박남춘·윤관석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남동구청장 선거에서 각각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했다. 

◆호남 무소속 돌풍, 목포 내준 박지원 패닉

새정치연합 텃밭인 호남권에선 당 소속 의원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호남권 전체 41석의 기초단체장 선거구 중 무려 15곳에서 무소속 출마자가 당선됐다. 지역별로는 전북(14석)에서 절반인 7석, 전남(22석)에서 8석을 무소속이 차지했다. 새정치연합은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 전직 의원을 공천하고도 사상 처음으로 무소속에 단체장을 내준 것이 뼈아팠다. 목포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다.

새정치연합의 호남독식 구조가 깨진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도 제기된다. 무소속 돌풍의 배경엔 당 지도부가 지난 4월 ‘기초 무공천’ 원칙을 바꿔 뒤늦게 기초단체장 공천을 하면서 불거진 잡음과 갈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안 대표 측과 구 민주계 측이 정면충돌하면서 일부 인사가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하는 등 진통을 겪은 탓이 크다. 당 지도부 책임론이 예상된다. 이춘석 전북도당위원장은 지난 5일 “내부 갈등과 불협화음으로 도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공동 도당위원장과 집행위원장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 의원 지역구인 익산에서도 무소속 박경철 후보가 새정치연합 후보를 따돌리고 시장에 당선됐다. 

◆대선 후보 문재인도 부산 사하구 탈환 실패 

지난 대선 후보였던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하구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이경훈 후보가 새정치연합 노재갑 후보를 눌렀다. 

강원도는 국회의원 9명이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다. 그런 만큼 기초단체장도 원주와 속초·삼척시 3곳을 제외하곤 새누리당이 휩쓸었다. 다만 새누리당 정문헌·이이재 의원은 속초와 삼척에서 무소속 후보에게 기초단체장을 잃었고, 도내 최대 도시인 원주가 지역구인 김기선·이강후 의원도 새정치연합 출신 시장이 배출돼 체면을 구겼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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