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개조 삐끗… 與 “지방선거 악재” 허탈
기사입력 2014-05-29 03:00:00 기사수정 2014-05-29 07: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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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총리후보 사퇴/정국 어떻게 되나]
28일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전격 사퇴 소식을 접한 청와대 관계자의 첫 반응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멘붕(멘털 붕괴)’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안 후보자의 전격 사퇴를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데 대한 당혹감도 곳곳에서 묻어났다. “세월호 참사로 안대희 카드가 나왔다”고 언급한 청와대는 당분간 진로 설정을 놓고 고민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이 안 후보자의 낙마로 모두 엉켜버린 탓이다.
○ ‘국가 대개조’ 개혁 시작부터 흔들
박 대통령은 지난주 정부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이라는 양날의 칼을 꺼내들었다. 고강도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바닥으로 추락한 정부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한 첫 승부수가 안 전 후보자 카드였다. ‘국민 검사’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개혁적이고 강단 있는 그의 이미지를 발판으로 세월호 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어 누구보다 신임한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전 대통령국가안보실장까지 경질하면서 박 대통령 스스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안 전 후보자의 낙마로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의 임무를 부여받은 그가 역설적이게도 전관예우의 덫에 걸렸다. 관료사회 적폐 척결의 의지마저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대야 관계다. 박 대통령이 구상하는 국가 대개조를 위해서는 정부조직법을 포함해 각종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야권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이 사사건건 제동을 걸고 나서면 국가 대개조 후속 조치는 표류할 수밖에 없다. 사회부총리제 신설, 국가안전처와 인사혁신처 설립, 해경 해체 등 일련의 발표가 ‘말잔치’로 끝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야권과 핫라인이 없는 현 정부가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야권, 김기춘 비서실장 정조준
야권은 당장 안 전 후보자에 이어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무기력과 무능력의 책임론에서 김 실장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안 전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 검증 실패의 최종 책임자도 김 실장이다. 다만 남 전 원장과 김장수 실장을 내치면서까지 김기춘 실장을 곁에 두고자 한 박 대통령이 ‘마지막 버팀목’까지 내려놓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도 김 실장에 대한 ‘문책 불가피론’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주로 비주류를 중심으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친박(친박근혜) 주류에서도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당내 혁신연대 모임 간사인 김영우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까지 국민 앞에서 사과한 마당에 어느 참모가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며 “세월호 참사 수습에서부터 총리 후보자 낙마까지 일련의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김 실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도 “김 실장의 공백이 크겠지만 물러나지 않고서는 민심을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의 사퇴와 함께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비서관급에 대한 전면적 인적 쇄신 목소리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사 검증의 실무 책임자인 홍경식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야당과의 막후 조율자인 박준우 정무수석비서관 등이 쇄신 1순위로 꼽힌다. 후임 총리 인선과 내각 개편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박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는 청와대부터 인적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 지방선거 막판 표심에 최대 변수
지방선거를 엿새 앞두고 터진 안 전 후보자의 낙마로 여권은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선거 막판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고 입을 모은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총리 인선 파문으로 야당 후보에 앞서는 지역에선 격차가 좁혀지고, 접전 지역에서는 위태로운 상황을 맞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도 “안 전 후보자의 낙마로 청와대의 인사 검증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유권자의 실망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여권 지지층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오히려 결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칫 사사건건 여권의 발목만 잡는 야당의 모습이 부각될 경우 거센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핵심 당직자는 “악재도 호재도 없다. 우리는 계속 낮은 톤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 ·박정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로 지명하고 난 다음 날인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캐서린 마거릿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당분간 할 말이 없다.”28일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전격 사퇴 소식을 접한 청와대 관계자의 첫 반응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멘붕(멘털 붕괴)’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안 후보자의 전격 사퇴를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데 대한 당혹감도 곳곳에서 묻어났다. “세월호 참사로 안대희 카드가 나왔다”고 언급한 청와대는 당분간 진로 설정을 놓고 고민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이 안 후보자의 낙마로 모두 엉켜버린 탓이다.
○ ‘국가 대개조’ 개혁 시작부터 흔들
박 대통령은 지난주 정부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이라는 양날의 칼을 꺼내들었다. 고강도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바닥으로 추락한 정부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한 첫 승부수가 안 전 후보자 카드였다. ‘국민 검사’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개혁적이고 강단 있는 그의 이미지를 발판으로 세월호 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어 누구보다 신임한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전 대통령국가안보실장까지 경질하면서 박 대통령 스스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안 전 후보자의 낙마로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의 임무를 부여받은 그가 역설적이게도 전관예우의 덫에 걸렸다. 관료사회 적폐 척결의 의지마저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대야 관계다. 박 대통령이 구상하는 국가 대개조를 위해서는 정부조직법을 포함해 각종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야권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이 사사건건 제동을 걸고 나서면 국가 대개조 후속 조치는 표류할 수밖에 없다. 사회부총리제 신설, 국가안전처와 인사혁신처 설립, 해경 해체 등 일련의 발표가 ‘말잔치’로 끝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야권과 핫라인이 없는 현 정부가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야권, 김기춘 비서실장 정조준
야권은 당장 안 전 후보자에 이어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무기력과 무능력의 책임론에서 김 실장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안 전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 검증 실패의 최종 책임자도 김 실장이다. 다만 남 전 원장과 김장수 실장을 내치면서까지 김기춘 실장을 곁에 두고자 한 박 대통령이 ‘마지막 버팀목’까지 내려놓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도 김 실장에 대한 ‘문책 불가피론’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주로 비주류를 중심으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친박(친박근혜) 주류에서도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당내 혁신연대 모임 간사인 김영우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까지 국민 앞에서 사과한 마당에 어느 참모가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며 “세월호 참사 수습에서부터 총리 후보자 낙마까지 일련의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김 실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도 “김 실장의 공백이 크겠지만 물러나지 않고서는 민심을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의 사퇴와 함께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비서관급에 대한 전면적 인적 쇄신 목소리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사 검증의 실무 책임자인 홍경식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야당과의 막후 조율자인 박준우 정무수석비서관 등이 쇄신 1순위로 꼽힌다. 후임 총리 인선과 내각 개편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박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는 청와대부터 인적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 지방선거 막판 표심에 최대 변수
지방선거를 엿새 앞두고 터진 안 전 후보자의 낙마로 여권은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선거 막판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고 입을 모은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총리 인선 파문으로 야당 후보에 앞서는 지역에선 격차가 좁혀지고, 접전 지역에서는 위태로운 상황을 맞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도 “안 전 후보자의 낙마로 청와대의 인사 검증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유권자의 실망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여권 지지층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오히려 결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칫 사사건건 여권의 발목만 잡는 야당의 모습이 부각될 경우 거센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핵심 당직자는 “악재도 호재도 없다. 우리는 계속 낮은 톤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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