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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김상곤, 정치력 아닌 뚝심이 몸값인데…

 

[김종구 칼럼] 김상곤, 정치력 아닌 뚝심이 몸값인데…
김종구 논설실장  |  kimjg@ekgib.com

 

 

 

 

   
 
관선 시절 서울 시장은 장관급이었다. 한 시대의 권력자들이 가는 자리였다. 경기도는 그보다 한 단계-어쩌면 그보다도- 아래 있었다. 정부 부처의 차관보나 국장급이 주로 왔다. 그것이 서울과 경기 사이의 관선시절 서열이었다. 그런 권력 배치를 따라 행정도 서열화됐다. 도민들의 자부심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경기도민은 언제나 서울시민의 아래였고 그걸 당연한 질서로 받아들였다. 
이런 600년의 ‘악습’이 정리된 게 민선(民選)이다. 직선(直選) 경기지사의 면면이 화려해졌다. 장관 출신, 부총리 출신, 대권 후보, 당 중진들까지 줄줄이 취임했다. 이제 경기지사직은 더 이상 서울 시장으로 가는 정거장이 아니었다. 지시하고 지시받던 관계도 사라졌다. 당돌하고 발언권 센 경기지사들이 뉴스의 중심을 경기도로 끌고 왔다. 시쳇말로 ‘꿀릴 것 없는’ 경기지사 시대다.

 

‘서울시장 이벤트’는 패착

비로소 경기도민의 ‘내 주장’이 시작됐다. 서울 시민에게 팔당호 물값을 받아냈다-한강 수계 관리법 제정-. 중국에 가겠다던 10조원짜리 대기업을 휴전선 턱밑으로 끌고 왔다-파주 LG 필립스 공장 유치-. 강남보다 더 좋은 신도시가 곳곳에 세워지기 시작했다-광교 신도시 등 조성-. 서울의 땅 밑을 파고들어가는 철도 계획도 세웠다-GTX 계획-. 경기지사의 몸값이란 게 이만큼 중요하다.
김상곤 후보가 박원순 시장을 만났다.
7일 오후 2시 50분. 서울시장실 앞에 둘이 섰다. 김 후보가 먼저 만나자고 제안했고 박 시장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다소 갑작스럽고 느닷없기는 했다. 하지만 만남 자체를 두고 뭐라 일은 아니다. 경기도ㆍ인천시ㆍ서울시는 수도권이다. 정책 공조는 필수적이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겐 그 필요성이 더하다. 연대해야 하고 대화해야 한다. 3개 지역 후보가 모여 손잡는 이벤트는 이제 수도권 선거의 공식이다.
그런데 이번엔 느낌이 달랐다. 엄밀히 이날 만남은 회동이 아니라 방문이었다. 포토라인에서 선 박 시장이 묘한 인사말로 이런 상황을 표현했다. “김 전 교육감은 혁신학교를 도입하셨다. 앞으로도 (혁신학교 제도를) 성공적으로 확산시켜주셨으면 한다”. 경기지사 후보에게 건넬 덕담이 아니다. 도지사 후보에게 왜 교육의 장래를 당부하나. ‘화법의 달인’인 그가 실언했을 리도 없을 테니 더 이상하다.
만남 후 브리핑도 그렇다. 김 후보 측은 “(논의를 통해)1차적으로는 융합형 버스 환승 센터를 건설하자고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에서도 (양쪽이 합의했다고) 확정적으로 말해도 좋다고 했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곧 부인했다. “김 예비 후보가 자신의 안을 말하고, 시장님이 덕담하는 수순으로 얘기가 진행됐다”며 “합의했다는 표현은 너무 세다”고 밝혔다. 꼭 선을 그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상수원 벨트’ 구상도 이상해졌다. 김상곤의 ‘상’과 안철수의 ‘수’, 그리고 박원순의 ‘원’을 합쳐 김 후보 측이 만든 단어다. 하지만 박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차기 대권 주자인 그가 경쟁자인 안철수 대표와 ‘이름을 섞자’는 제안에 선뜻 응하기 싫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하필 만남 이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정반대 뉴스가 떴다. ‘박원순ㆍ문재인, 동반 등산’. ‘상ㆍ수ㆍ원 벨트’를 문밖으로 내보낸 ‘문ㆍ박 벨트’였다. 
‘조급해 보였던 김 후보-시큰둥했던 박 시장’. 이게 이날 만남에 비쳐진 모습이다.
애초에 잘못된 저울이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아니다. 젊은 시절은 민주화로, 장년 시절은 대학교수로 살았다. 유권자를 만난 경험이라야 5년여가 다다. 그나마도 정치와는 거리가 먼 교육감 선거였다. 그런 그가 야권의 희망으로 올라선 건 순전히 소신과 뚝심 때문이었다. 지금도 많은 유권자들이 무상급식 때의 소신과 뚝심을 기억하고 있다. 이런 그를 몸값과 어울리지 않는 저울에 올려놨던 것이다.
본인이 잘못 판단했을 수 있다. 주위의 조언(助言)이 틀렸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이날도 유권자에게 생중계된 김 후보의 ‘하루’였다. 사전 조율을 거치지 못했고, 단어 선택에 신중하지 못했고, 정무적 계산에 서툴렀던 ‘캠프’의 투박함도 그대로 묻어난 ‘하루’였다. 남은 20여 일에 주는 교훈이다. 지금부터라도 ‘소신ㆍ뚝심’이라는 본래 몸값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게 중앙에 맞서고, 서울과 겨뤄야 하는 경기지사의 자격 조건에도 맞는다.

소신ㆍ뚝심으로 승부해야

‘소신과 뚝심’의 정치인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그가 2002년 당원들을 전율케 했던 명 연설의 한 대목이다.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한 번도 권력을 바꿔 보지 못했습니다. 이 비겁한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쟁취하는 역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야만이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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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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