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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명예박사 학위' 들여다보니…

 

역대 대통령 '명예박사 학위' 들여다보니…

입력
2014-03-30 21:50:14

박정희 0개…"국민 배불리는게 최고 박사"
김대중, 정치학·법학·경제학 등 19개 '최다'

박근혜 대통령 5개로 늘어
외국인 명예박사 1호 맥아더
가장 많이 준 곳은 원광대
박근혜대통령이 28일 독일 드레스덴공대에서 명예박사(법학) 학위를 받았다. 이로써 박 대통령의 명예박사 학위는 총 5개가 됐다. 박 대통령은 과거 대만 중국문화대와 KAIST·부경대·서강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47조에 따르면 명예박사란 학술 발전, 인류문화 향상에 특별한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논문 제출과 관계없이 주는 학위다. 물론 자신의 공적을 상아탑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명사와 학위 수여를 통해 명사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대학의 욕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한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재임 전후를 통틀어 총 54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장 많은 학위를 수여한 대통령은 19개를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다음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10개, 이명박 전 대통령이 7개를 받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단 하나의 명예박사 학위도 받지 않아 대조적이다. 박 전 대통령은 평소 명예박사 학위 수여 제의가 있을 때마다 “국민을 배불리 먹이는 게 최고의 박사”라며 고사했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국내에서 받은 학위 중엔정치학박사가 6개로 가장 많았고 법학박사가 5개였다. 대통령들의 명예박사엔 ‘지역 안배’도 고려됐다. 경남 출신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2006년 ‘지역대결구도 해소에 노력했다’는 공로로 전북 원광대에서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같은 해 전남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비슷한 이유로 대구 영남대에서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별’도 고려 대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8년 ‘과학 전공 여성 중 가장 성공했다’며 KAIST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통령들에게 가장 많은 명예박사 학위를 준 곳은 원광대다. 원광대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잇달아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원광대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주변 추천을 받았는데 우연히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비록 대통령에 오르진 못했지만 오랫동안 정치권에서 활약한 까닭에 1966년부터 2002년까지 국내에서만 6개(총 13개) 학위를 받았다. 재계 총수 중엔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9개로 가장 많았다. 1990년엔 한국·옛 소련 간 외교관계 개선에 기여한 바가 컸다는 점을 인정받아 서강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아들인 정몽준 의원은 8개를 받았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4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3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오랫동안 한국사회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김수환 전 추기경은 9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특히 1999년 서울대에서 받은 철학박사는 당시 서울대가 35년 만에 한국인에게 준 명예박사 학위다.

한국의 명예박사 1호는 맥아더 장군이다. 그는 ‘한국의 자유해방에 공헌’한 공로로 존 하지 전 주한미군 사령관과 함께 1948년 서울대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인 명예박사 1호는 1949년 서울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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