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파란blog이전(+)됨:약7십만접속/-박근혜 前 대통령ㆍ청와대

'친박 낙인' 고성국, 이번에도 물먹나

'친박 낙인' 고성국, 이번에도 물먹나

[인물탐구] KBS 진행자 선정 논란... '친박'과 공정성, 방송 진행자의 괴리

14.04.01 14:21l최종 업데이트 14.04.01 14:35l
기사 관련 사진
▲  지난 3월 20일 KBS 새노조가 고성국씨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내정설을 비판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KBS새노조

관련사진보기


정치평론가 고성국(56)씨는 KBS 입성에 성공할 수 있을까. KBS 봄 개편을 앞두고 고씨가 새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후보로 뽑히자, KBS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등 양대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KBS 구성원 사이에는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치평론가가 공영방송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를 맡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고씨는 1년 전에도 지금과 똑같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3년 봄 개편 때 고씨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결정되자 구성원들이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결국 회사는 고씨의 진행을 없던 일로 했다. 고씨는 1997년 <추적 60분> 진행자에서 하차한 뒤, 16년 만에 돌아온 KBS 입성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번에도 KBS 입성은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조일수 KBS기자협회장은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이 고씨가 아닌 다른 진행자를 찾고 있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다만 KBS 홍보팀은 "그런 얘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성국씨는 어떤 인물이기에 이런 논란을 몰고 다니는 걸까.

[하차①] <추적 60분> 진행... 전성기는 짧았다

기사 관련 사진
▲  고성국씨가 지난 2011년 3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선거연합 가능한가?'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자료사진).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고성국씨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그는 1986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살이를 했다. 외국의 좌익 서적을 들여와 운동권 학생들에게 팔았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고씨는 1988년 2월 노태우 대통령 취임 때 특별 사면됐다. 그는 이후 글쓰기, 강연 등을 통해 정치평론가의 길을 걸었고 진보진영에서 유명세를 탔다. 

고씨는 최장집 고려대 교수 등과 함께 진보적 학술운동단체모임인 학술단체협의회에 참여했고, 진보적 성향의 월간지 <사회평론 길>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했다. 

1989년 11월 진보정당 준비모임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민주화운동의 정치세력화가 긴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1991년 한국사회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는 "차기 정권 교체의 열쇠는 민주대연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고씨가 처음으로 방송진행을 맡은 것은 1991년의 일이다.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진행자가 된 것이다. 그는 이후 승승장구해 1996년 3월 KBS에 입성했다. <추적 60분> 진행을 맡은 것이다. 하지만 전성기는 길지 않았다. 7개월 뒤 고씨는 하차 요구를 받게 된다. 

고씨는 같은 해 10월 <추적 60분> '긴급입수-한총련 북에 간 학생들' 편에서 "한총련이 친북, 이적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듯 합니다", "좌경의 문제는 이제 국가 생존의 문제로 우리 앞에 등장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당시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KBS에 건넨 테이프가 그대로 전파를 탔다. 노조는 "<추적 60분>이 안기부의 대변60분'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듬해 고씨가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 인맥이라며 회사에 '낙하산 인사'의 교체를 요구했다.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그는 하차의 아픔을 겪게 된다. 고씨는 2012년 5월 <미디어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김현철씨와 친구인 것과 <추적 60분> 진행을 맡은 것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KBS에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하차②] '박사모'에 감사패 받고, 친박 논란에 휩싸여

고씨는 <추석 60분> 하차 이후 정치평론을 접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평론가로 복귀했다. <프레시안>에 글을 쓰는 것을 시작으로 왕성한 활동에 나섰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그를 호출하는 곳이 많아졌다. 그는 OBS <고성국의 토론합시다>, 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저널> 등의 진행을 맡는 등 각종 시사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는 같은 해 4월부터 친박 성향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고씨는 MBC <100분 토론>에 나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승리를 전망했다. 또한 함께 출연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이 박 위원장을 비판하자 박 위원장을 옹호했다. 보수성향 전원책 변호사마저 고씨가 "박 위원장을 옹호한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고씨에게 '친박 성향'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해 5월 고씨가 박근혜 당시 후보의 팬클럽인 '박사모' 충북본부 초청 특강에 나선 사실이 같은 해 10월 알려지면서부터다. 그는 특강에서 "이번에 박근혜가 대통령이 돼도 30만 표, 50만 표 차이로 간신히 이기지 말고 200만 표 차이로 처음부터 끝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작년부터 얘기해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기는 것은 확실하니 당선된 다음 국가경영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따로 준비하는 팀을 꾸리라고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다. 고씨는 박사모 회원들에게 감사패와 함께 큰 박수를 받았다. 고씨는 또한 YTN 뉴스 프로그램의 대담 코너에서 안철수 당시 후보의 다운계약서 문제와 관련해, "안 후보 측이 고심하다가 '어제 말씀드린 것에 갈음한다'고 했는데, '이하동문' 비슷한 거잖아요"라고 말하면서 웃음을 터트려 구설에 올랐다.

결국 고씨의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당시 불교방송 노동조합 민주방송실천위원회는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할 정치평론가로서 금도를 넘는 부적절한 편향 발언이 있었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 편향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OBS 노조 역시 "OBS의 시사 토론 프로그램 진행자가 타사의 토론 프로그램에 패널로, 그것도 정파적인 입장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출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진행자 교체를 요구했다. 결국 <고성국의 토론합시다>는 2013년 2월 폐지됐다. 고씨는 이후 불교방송에서도 하차했다. 

KBS 진행자 후보에 다시 이름 올려... 1년 전과 상황 비슷

고씨는 수난은 계속됐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3월 KBS 1라디오 저녁 프로그램 진행자로 고씨가 내정된 사실이 알려졌다. KBS 라디오 프로듀서와 아나운서들이 강하게 반대했다. 당시 새노조는 "정치평론에서 기계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필요는 없지만 지속적이고 노골적으로 한 후보만을 옹호하는 정치평론가는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정치적 편향성이 노골적인 인물은 결코 공영방송의 MC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확히 1년 뒤 KBS 봄 개편을 앞두고 새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후보에 고성국씨가 이름을 올려 논란이 재연됐다. 1년 전과 상황이 비슷하다. 고씨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KBS에 물어봐라"면서 입을 닫았다. 방송계에서는 고씨가 공정성을 요구받는 방송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그는 꾸준히 방송프로그램 진행자 후보에 이름을 올린다.

권오훈 KBS 새노조 위원장은 "회사 경영진은 청와대·친박 진영과의 친밀감을 표현하고자 고씨를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한 고성국씨 역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평론가에서 플레이어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진행자 자리를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