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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현수 사태, 정부-시ㆍ군 모두에 교훈 줬다

 

사설] 안현수 사태, 정부-시ㆍ군 모두에 교훈 줬다
경기일보  |  kimjg@ekgib.com

며칠 전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이 안현수의 귀화문제를 언급했다. “안현수가 성남의 이재명 시장에게 1년간 쇼트트랙팀 해체 유예를 요구했으나 이 시장이 단칼에 거절했다. 이런 게 우리 선수의 가능성을 짓밟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재명 성남시장이 발끈했다.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귀화는 집권당이 책임져야 할 대한체육회 소속 빙상연맹 때문인데, 너무 비난을 많이 받다 보니 정신이 나가셨나?”라고 비난했다.

홍 총장의 생각은 잘못이다. 안현수 귀화의 시작은 빙상계 파벌싸움이다. 한국체대 파와 비 한국체대 파의 뿌리 깊은 불신이다. 이미 지난 2006년 안현수의 아버지가 공항에서 난동에 가까운 항의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남자인 안현수가 여자 대표팀에서, 여자인 진선유와 변천사가 남자 대표팀에서 훈련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이후 4번에 걸친 무릎수술까지 겹쳤다. 이 모든 걸 제쳐놓고 성남시의 팀 해체가 요인의 전부인 것처럼 화두를 생성하면 안 된다.

이 시장의 해명도 잘못이다. 성남시는 2010년 재정위기를 이유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해 10월 쇼트트랙팀을 포함한 직장 운동부 12개를 일거에 해체했다. 과연 수많은 선수들을 실업자로 만드는 일이 그렇게 급했는지 반성할 일이다. 또 그런 조치가 2조 규모의 시 재정을 정상화하는데 얼마나 유효했는지도 따져 볼 일이다. 더구나 그랬던 성남시가 최근 신문선(대표이사)ㆍ박종환(감독)을 영입해 축구단을 창단했다.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할 건가.

논점이 잘 못 됐다. 안현수는 쇼트트랙 국가대표다. 국가대표는 엘리트 체육의 영역이다. 엘리트 체육에 대한 일차적 책임과 관리는 국가에 있다. 물론 모든 종목을 직접 챙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지원은 해야 한다. 그런데 그조차 없이 시군에 맡겨놓고 있다. 그저 올림픽 때 선수 데리고 나가 협회 생색 내는 게 다다. 적어도 육성이 필요한 비인기 종목이라면 이를 운영하는 지자체에 대해 최소한의 지원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시장 군수들도 대오각성해야 한다. 시민을 위한 생활 체육에는 몇 푼의 돈도 벌벌 떤다. 공원의 조깅 코스 청소하고 운동기구에 기름질 하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 대신 선수 쫓아 올림픽 가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 거기 가서 포옹하며 TV에 나오는데만 관심이 있다. 체육 행정의 목표가 체육이 아니라 선거에 있어서다. 이러다 보니 열 개, 스무 개씩의 운동부를 부둥켜안고 있다. ‘이 중에 하나 걸리겠지’라는 식이다. 이제부터라도 집중과 선택을 해야 한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은 컬링팀을 만들어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 경기도청. 정부와 시군의 체육행정이 배울 일이 많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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