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그 중에서도 특히 방만경영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선 그 사례를 직접 나열까지 했다. 해외 학교에 다니는 직원 자녀에게 학자금을 지급하거나 가족에게까지 치과 치료비 100만원을 지원하는 기관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리후생비 같은 것들은 '새발의 피'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 후 노조 측은 "복리후생비 축소로 절감되는 금액은 1600억원 정도로 중점관리기관 부채 411조원의 0.0364%에 불과하다"며 즉각 반발했다. 정부가 구조적인 원인을 외면하고 노동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려 든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왜 박 대통령은 0.0364%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공기업 개혁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납득시키는 데 이만큼 자극적인 소재가 없기 때문일 수 있고, 종국엔 세금을 통한 재정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공기업 스스로 뼈를 깎는 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신념의 발로일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8개 중점관리기관이 스스로 제출한 정상화 계획을 실행할 경우, 그들의 부채는 2012년 말 411조원에서 2017년 457조원이 된다. 그냥 놔둔다면 497조원이다. 40조원은 적은 돈이 아니지만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다음 수순은 무엇인가. 국민이 공기업 개혁을 지지하는 바탕이 마련된 후 그리고 공기업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아 국가지원의 명분이 생긴 다음, 박 대통령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우리는 그것이 민영화 혹은 요금인상과 같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것들의 재등장이 될 것임을 자연스레 의심할 수 있다.
공기업 부채는 민영화와 같은 '화끈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도리가 없다는 데 일견 동의한다. 그래서 공공성이 다소 떨어지는 분야에 대한 민영화는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게 정부의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한다. 요금인상도 마찬가지다. 공기업에 세금을 투여해 빚을 갚아주는 것이나 요금인상을 감수하는 것은 결국 매한가지 '국민부담'이란 것을 말하는 데 정부는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공공서비스 가격인상은 서민들에게 더욱 가혹한 일이므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정책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필수다. 기업에게 제공되는 값싼 전기료가 공기업 부채로 이어지고 종국엔 혈세로 그것을 해결하는 구조를 과감히 뜯어 고치는 것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이 방향으로 가게 될 공기업 개혁의 시나리오를 국민들과 공유하고 그 때 그 때 의견을 묻는 투명성의 담보일 것이다. 아울러 사태가 이렇게 된 데 책임을 져야 할 사람 혹은 정권이 있다면 그들을 과감히 심판하는 것은 공기업 직원들에게 뼈를 깎도록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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