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바람, 수원에선 통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원문 기사전송 2012-04-16 12:55
[오마이뉴스 김한영 기자]
4·11 총선에서 '박근혜 바람'을 등에 업은 새누리당이 대부분의 '보수텃밭'에서 완승해 원내 제1당이 됐다. 그러나 전국 최대 기초자치단체인 수원 총선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민주통합당이 4개 선거구 중 3개 선거구에서 압승한 것이다. 보수성이 강한 수원의 이번 총선결과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이 거셌던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때와 똑같은 결과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수원시민들은 이념보다 정권과 정치권의 문제에 대해 표심으로 드러내는 독특한 투표성향 때문으로 해석된다. 요컨대 이번 수원 총선에서 '박근혜 바람'이 통하지 않았던 이유다. 박근혜 선대위원장은 선거전 마지막 날까지 포함, 모두 4차례나 수원을 방문해 판을 흔들었다. 여기에다 새누리당 후보들은 막판까지 '김용민 막말 사건'을 물고 늘어지며 표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수원시민들의 선택은 달랐다. 수원시민들은 박 위원장의 이른바 '야당의 위험한 독주 견제론'보다 민간인 불법사찰,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의 부정부패, 민생파탄 문제 등을 앞세운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더 힘을 실어준 것이다. 민주, 장안·권선·영통 등 3곳 승리... 새누리, 팔달 사수 그쳐
이번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 후보단일화를 이뤄낸 민주통합당 후보들은 수원갑(장안)·을(권선)·정(영통) 등 3곳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큰 표 차이로 압도하며 승리를 거뒀다. 수원의 최대 격전지였던 권선에서는 새누리당에서 '한솥밥'을 먹던 현역 여성의원들(새누리당 배은희·무소속 정미경 후보)의 격돌 속에 정치신인 신장용 후보가 새누리당 배 후보를 8100표(7.3%p) 이상 차이로 따돌리고 민주당 깃발을 꽂았다. 장안은 현역 지역구 의원인 이찬열 후보가 부장검사 출신의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를 9900여 표(8.1%p) 차이로 제치고 재선했고, 영통에서는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김진표 후보가 새누리당 임종훈 후보를 무려 2만4600여 표(22.1%p) 격차로 눌러 3선 고지를 밟았다. 반면, 새누리당은 수원병(팔달)을 사수하는데 불과했다. 5선에 성공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와 민주통합당 김영진 후보가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으나 개표결과 김 후보는 남 후보의 '숨은 5.2%p(5100 표)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분패했다. 이번 수원 총선 결과는 지난 2004년 4월 15일 실시된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수원 4개 선거구 중 팔달을 지켜내고 장안·권선·영통에서 열린우리당에 참패한 결과와 똑같다. 당시 팔달에서 남 후보에 도전한 인권·노동변호사 출신의 열린우리당 박공우 후보는 총 유효 투표수의 43.6%를 득표했으나 49.0%를 얻은 남 후보에 4902표(5.4%p) 차이로 석패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번에도 팔달에서 선전했지만 5%p대의 격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민주통합당이 팔달을 미리 열세지역으로 분류해놓고 적극적인 선거지원에 나서지 않았던 것도 실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공식 선거전 마지막 날, 뒤늦게 손학규 상임고문을 긴급 투입해 김영진 후보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던 게 전부였다. "팔달 김영진 석패... 민주당 '열세' 오판, 선거지원 부재 실책"
야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신인 김영진 후보가 4선의 중량급 남경필 후보에 불과 5.2%p 차이로 진 것은 매우 안타깝다"면서 "조금만 지원을 해줬으면 이길 수 있었는데도, 민주당이 '열세'로 오판해 선거지원에 손을 놓았던 것은 뼈아픈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이번 총선 초반 팔달의 여론은 남 당선자에게 불리한 것으로 감지됐다. 특히 '여론의 풍향계'라는 일부 택시 기사들은 입을 모아 손님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전하면서 "이번 총선에서 (남 후보의) 당선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승리의 호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결국 새누리당에 '장기집권'의 길을 터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팔달은 지난 15대부터 부친의 대를 이은 남경필 당선자의 '20년 난공불락' 기록을 세우게 됐다. 지역정가에서는 막판 남 후보의 조직표가 결집한데다, 낮은 투표율이 당락을 가른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수원지역 4개 선거구 투표율은 영통(56.7%), 장안(55.1%), 권선(51.2%)은 50%를 넘었으나 팔달은 49.6%에 그쳤다. 김영진 후보 측은 "2040세대의 투표 참여가 늘어나고 투표율이 50%를 넘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마지막까지 야권연대의 힘을 집중해 표심공략과 투표참여 운동에 나섰으나 투표율은 50%를 넘기지 못했고, '팔달 선수교체 꿈'은 좌절됐다. 민주통합당은 비록 정권심판의 상징성이 큰 팔달을 수중에 넣지 못했지만 사실상 지난 17대(당시 열린우리당)에 이어 다시 수원을 장악하게 됐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영통을 제외하고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에 참패한지 4년 만에 설욕한 것이다. 이번 수원 총선결과에 대해 남경필 당선자는 당선소감을 통해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새롭게 거듭나면서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 했지만 부족했다"며 "무너진 신뢰회복을 위해 처절하게 반성하고 다시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새누리당, 권선 공천 부작용... 표 분산, 민주당에 '반사이익' 안겨
새누리당의 공천 부작용도 총선 패인의 하나였다. 격전지 권선의 경우 새누리당은 지난달 15일 현역 지역구 의원(무소속 정미경 후보)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서울 용산 공천에서 탈락한 배은희 후보를 전략공천 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정 후보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여권의 표는 분산됐고, 그 '반사이익'을 민주통합당에 안겨준 셈이 됐다. 실제로 개표결과 박빙의 접전을 벌였던 유력 후보 3명의 득표수를 보면 총 유효 투표수 11만2014표 가운데 민주통합당 신장용 후보 4만5400표(40.5%), 새누리당 배은희 후보 3만7230표(33.2%), 무소속 정미경 후보 2만6629표(23.8%) 순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배·정 두 후보의 득표수는 모두 6만3859표로, 전체 득표율은 57.0%에 이른다. 따라서 새누리당의 공천 부작용으로 인한 여권의 분열이 없었다면 권선에서 여당이 승리해 수원 총선결과는 2대 2 무승부가 됐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대선 전초전'이란 의미가 부여된 이번 총선결과 수원은 민주통합당이 승리하면서 대선 승리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자평이 나온다. 또한 19대 국회의원들과 같은 당 소속인 염태영 수원시장의 현안 해결 등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공조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민주통합당 당선자들은 당선소감에서 한목소리로 "이번 총선 승리는 위대한 수원시민들의 승리"라며 "공약 실현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수원의 18대 지역구 의석은 민주통합당 2석(장안·영통), 새누리당 1석(팔달), 무소속 1석(권선)이다. 새누리당은 2008년 18대 총선 때 장안·권선·팔달 등 3곳에서 압승했지만 장안의 의원직 상실(선거법 위반)로 실시된 2009년 10·28 보궐선거에서 민주통합당에 패해 1석을 빼앗겼고, 이번 총선 공천에 탈락한 권선의 정미경 의원 탈당으로 다시 1석을 잃었다.
<덧붙이는 글>김한영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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