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 1년이 지나면서 3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새누리당 내 쓴소리가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친이명박)계를 막론하고 그간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와 여당의 ‘허니문’도 막바지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6월 4일 지방선거, 전당대회 등을 앞두고 여권 내 계파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회에서 선수가 가장 높은 7선의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2013년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들’이란 제목의 개인논평 자료를 내고 박근혜 정부와 여권 국정
운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집권당 의원으로서 저의 역할이 무엇인지 자괴감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청와대는 여당을 한배를 타고 있는 동지라고 인정하고 있느냐”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국내 정치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정치실종’이다”라며 “집권 여당은 청와대의 결정을 기다리고 집행하는 것 이외에 국민이 기대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정 의원은 또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지만 정치 공백을 메우는 데에는 실패했다”며 “야당과는 물론 청와대와도 대화다운 대화를 못해봤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국회는 있어도 정치는 없고 다선의원은 있어도 중진의원은 없으며 포퓰리즘은 있어도 장기적인 국가전략은 없다”며 “안보위기는 심화되지만 외교·안보
시스템은 부실한 것이 우리의 현주소”라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재오 의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영화 변호인을 봤다”며 “잊고 살았던 고문당한 전신이 스멀스멀거리고 온몸이 근질근질하고 전신이 옥죄이면서 아파온다. 비단 나뿐일까”라고 남겼다. 이어 “아 그런데, 지금 이 나라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눈물이 난다”라고 덧붙였다.
유승민 의원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KTX 수서발 자회사 설립은 그 정책 자체가 잘못”이라며 “개인적으로 경쟁보다는 수서발 KTX
사업을 코레일에 주고, 대신 박근혜 정부 5년간 코레일 임금 동결, 임직원 5% 감축 등을 제시하는 게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정말 경쟁을 시키겠다면, KTX 수서발 자회사에도 다른 적자 노선을 주고 공정한 상황에서 경쟁을 시켜야지, 수서발 KTX 노선은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노선”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잘못된 정책으로 대통령을 잘못 이해시키고 있다”고 했다.
원희룡 전 의원도 최근 영화 변호인을 본 뒤 “공안의 과잉과 정치의 마비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국민과 권력의 대결 구도를 가져온다는 역사의 경험을 늘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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