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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지하철시대 한달…"생활패턴이 달라졌다"]

[수원 지하철시대 한달…"생활패턴이 달라졌다"]

[수원 지하철시대 한달…"생활패턴이 달라졌다"]: [수원 지하철시대 한달…"생활패턴이 달라졌다"]
1일전

[수원 지하철시대 한달…"생활패턴이 달라졌다"]

통근수단 변화…부동산시장 '들썩', 버스·택시 '울상'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김채현 기자 = 30일로 분당선 수원 연장구간이 개통된 지 한 달을 맞는다.

그간 만성적인 교통정체에 지쳤던 수원시민은 새로운 '발'이 된 지하철 덕에 통근이나 통학 수단이 바뀌었고 생활권역도 넓어졌다. 시내 역세권이 늘면서 주춤했던 부동산 시장도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다.

시민들은 편리해졌지만 버스나 택시 등 지역 대중교통 업계는 지하철에 손님을 빼앗기면서 비상이 걸렸다.

수원시민의 삶 속으로 들어온 지하철 시대, 한 달만에 달라진 생활상을 살펴봤다.

◇수원∼왕십리 1시간대 "생활이 바뀌었어요" = 수원 매탄동에서 성남 분당으로 출퇴근하는 윤모(33)씨는 요즘 출근할 맛이 난다.

수원에서 분당까지 곧바로 가는 대중교통이 없어 매일 여러 교통수단을 이중삼중 갈아타거나 버스를 타고 돌아가야 했던 윤씨는 분당선 연장선 개통 이후 '한방에' 회사로 간다.

윤씨는 "하루 생활권역이 훨씬 넓어졌다"며 "지하철도 없던 100만 도시 수원의 위상도 이젠 달라졌다"고 말했다.

수원시청 근처 오피스텔에 사는 대학원생 정모(28·여)씨도 서울 행당동 한양대학교까지 통학 길이 훨씬 가뿐해졌다.

평소 수원역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간 뒤 전철 1호선(수원역∼금정역)과 지하철 4호선(금정역∼사당역), 지하철 2호선(사당역∼왕십리역)을 갈아타고 가야 했던 것이 분당선 한 번만 타고 학교까지 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분당선 수원시청역에서 왕십리역까지 가는 시간은 1시간 남짓. 하루 왕복 1시간가량을 벌게 된 셈이다.

직장인 정모(37·수원 영통동)씨는 요즘 부쩍 서울에서 술자리가 늘었다.

집과 직장이 모두 수원이어서 평일엔 웬만하면 수원 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그는 "수원 영통에서 정자동까지 가서 술을 마시거나 서울 강남에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걸리는 시간은 별반 다름없다"며 "오랫동안 못 만난 친구들을 서울에서 손쉽게 만나 술자리를 갖는다"고 전했다.

◇역세권 부동산 시장 '꿈틀' = 지하철 역세권 아파트 주민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수원시내에만 수원시청역, 매교역, 매탄권선역 등 지하철역이 새롭게 들어서면서 이 일대 아파트와 상가 등 매매가는 벌써 10%가량 올랐다.

거래 문의도 덩달아 늘면서 부동산중개업계도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수원시청역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모(47)씨는 "지하철이 개통되고 나서 매물을 찾는 문의가 늘고 있다"며 "광교신도시에 지하철 개통까지, 오랜만에 수원 부동산중개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부동산중개인 정모(39·여)씨는 "예전에는 심심찮게 일어나는 강력사건에 교통마저 불편해 수원지역 부동산시장은 아사직전이었다"며 "요즘엔 하루 문의전화만 20여통에 달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매탄권선역 인근 한 아파트에 사는 송모(53)씨는 "10년 넘게 산 아파트인데 계속 떨어지던 집값이 요즘 많이 올랐다"며 "당장 집을 팔 계획이야 없지만 공돈이 생긴 것 같아 기분 좋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손님 뺏긴 대중교통 업계는 '울상' = 지하철 개통으로 모두가 웃는 것은 아니었다.

지하철을 대신해 온 버스와 택시 등 시내 대중교통 업계는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수원에서 15년째 개인택시를 모는 김모(57)씨는 최근 들어 도로 위에서 일하며 보내는 시간보다 택시 쉼터에서 TV를 보는 시간이 더 길다.

지하철 개통 이후 택시를 찾는 손님이 줄면서 낮에는 발품을 팔아봐야 남는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나마 짐이 많거나 지하철역과 집을 오가는 단거리 손님이 전부다.

13년째 수원에서 법인택시 기사로 일하는 이모(52)씨는 지갑을 열어 사납금을 채우는 '마이너스 일당'에 살 맛이 안 난다고 말한다.

그는 "지하철 운행을 막을 수도 없고 사납금 압박에 법인 택시기사들은 밥벌이가 너무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한 시내버스 업체는 연장구간 개통 직전부터 일부 감차 등을 통한 배차간격 조정을 실시했지만 매출 하락 등 타격은 피할 수 없었다.

시내버스 업체 관계자는 "경영 악화, 매출 하락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피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조금 더 지켜본 뒤 조합 차원에서 수원시에 대책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최근 시가 지하철 이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하루 이용객은 12만여명으로 추산됐다.

수원시 관계자는 "앞으로 2개월 정도 대중교통 이용현황 자료를 더 검토하고 나서 버스와 택시업계 지원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goals@yna.co.kr

kch86@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