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의원이 지난 주 야당 포용론을 들고 나왔다. 그동안 야당과 재야의 ‘대선 불복’ 강경론을 쏟아낸 새누리 지도부를 향해 조용한 훈수를 둔 것이다. 여기에 이인제 의원도 거들었다. 한 마디로 당 원로격인 중진들의 의견은 다르다는 얘기다. 최근 장하나, 양승조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내부에서부터 미묘한 장면이 연출된 것은 당연하면서도 중진들의 이런 포용론은 무척 이례적으로 볼 수 있다. 지난주 11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 황우여 대표가 “문제의 발원지로 지적되고 있는 문재인 의원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고 최경환 원내대표 역시 한 발 앞서 문재인 의원을 가리켜 ‘배후조종자’란 표현을 썼다.
장하나 의원의 대선 불복 선언과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양승조 의원의 주장이 문 의원의 영향을 받은 것이란 주장은 모두 알려진 바다. 하지만 앞서 강경한 입장을 꺼낸 최 원내대표가 “민주당 강경세력은 계속 대선 불복을 외치고 있고, 지도부는 개인의 일탈이라며 마지못해 유감 표명을 하는 것을 보면 대선 불복의 불을 지펴도 되는지 민심의 간을 보는 할리우드 액션이란 의심이 든다”고 말한 이면을 살펴 볼 여지가 있다. 다시말해 최 의원은 이런 대선 불복에 대한 얘기들이 자주 나올 경우를 대비해 보다 강경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새누리당 지도부는 두 의원에 대한 제명결의안 제출을 주도했고 줄곧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한 마디로 최근에 늘 끌려가던 입장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은 것으로 앞장서서 확전을 시도하는 양상을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서청원등 당 원로격인 중진들의 의견은 달랐다. 7선의 서청원 의원이다. 그 역시 물론 최근의 야당 의원 발언에는 “야당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그분들의 인격을 의심하게 할 정도”라고 단정 졌다. 하지만 “개인의 자질 문제로 여야 4자 회담을 통해 성사시킨 정국 정상화가 훼손되지 않도록 여당으로서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애써 강조했다. 이를 정리해 보자면 어느 때보다도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일부 중진들의 의견을 모은 것이다.
듣기에 따라 서 의원 발언은 완곡했지만 당 지도부의 강경론과는 다른 포용론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6선의 이인제 의원 역시 최근 북한의 장성택 실각 사태를 지적하며 여야 간에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초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폭넓은 대화와 협력을 키워나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노력을 지도부에서 해 달라고 당부할 정도면 중진들이 보는 지금의 사태는 뭔가 다르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어쩌면 이런 중진 의원들의 발언 배경에는 국회가 정상화됐는데 돌출 변수로 국회가 어그러져 대통령과 여권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이런 중진 의원들의 조심스런 언급에 한 표를 던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언제까지 여야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있기 어려운 때 여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