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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대결정치‥돌고도는 친박·친노의 정쟁史

 

극단의 대결정치‥돌고도는 친박·친노의 정쟁史

입력시간 | 2013.12.04 06:17 | 김정남 기자 jun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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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대결정치‥돌고도는 친박·친노의 정쟁史
박근혜 대통령(사진 위)과 문재인 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여의도 정가의 시계가 1년 전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대선정국을 달궜던 친박(친박근혜)과 친노(친노무현)의 ‘대결정치’가 최근 들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노무현정부 당시 서로를 겨눴던 비방이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반복되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민생과 동떨어진 의제로 다툼을 반복하면 결국 두 계파 모두 지지를 얻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직도 대선 설전 벌이는 친박·친노

“박근혜 대통령은 공안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이 됐다. 정치에서 품격이 사라졌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 지난 1일 출간 예정인 저서 통해)

“선거결과에 불복하는 것이 품격인지는 모르겠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지난 1일 출입기자들과 만나)

“박근혜정부의 종북몰이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나라와 국민을 분열시키는 증오정치다.” (문재인 의원, 지난 2일 출입기자들과 오찬에서)

“문 의원은 종북세력에 단호히 대처하는 것을 두고 종북몰이·증오정치라면서 호도하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사흘간 친박과 친노간 설전이다. 여야 지도부가 대치정국을 풀어보고자 4자회담을 잇따라 열고 있는 와중에 친노는 지난해 대선이슈를 더 확대하고 있고, 친박은 정치적 실마리를 못찾고 ‘강(强) 대 강’으로 맞받아치고 있는 것이다.

문 의원은 지난 10월에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으며 박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고 하면서 계파갈등의 골을 깊게 팠다. 최근 두 계파간 발언수위가 대선정국 때와 다를 게 없을 정도로 세다는 분석도 많다.

정치권에서는 친노와 친박간 정쟁이 민생과는 분리돼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보다 계파만을 위한 세력싸움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문 의원의 최근 행보도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친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친박과 친노간 정쟁의 청사진 자체가 국민의 이해와는 동떨어져있다”고 비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친노는 전면에 나설 게 아니라 조용히 지도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몰락할 수도 있다”면서 “친박은 기득권을 가진만큼 탄력적이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맞부딪히면 결국 친노와 똑같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돌고 도는 친박·친노의 정쟁史

친박과 친노가 서로를 헐뜯은 것은 노무현정부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야당(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데 최일선에 섰고, 이에 당시 여당(열린우리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2004년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있었던 연극 ‘환생경제’가 대표적이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 24명으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는 연극에서 노 전 대통령을 무능한 술주정뱅이인 ‘노가리’로 설정하고 비아냥댔다. ‘개잡X’ 등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욕설도 난무했다. 맨 앞자리에서 관람하던 당시 박 대표는 “프로를 방불케 하는 연기”라면서 박장대소했다.

2007년에도 당시 박 대표는 ‘4년 연임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노 전 대통령을 향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맹비판해, 친노진영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준한 교수는 극단의 대결을 통해 세력을 키운 두 계파가 ‘적대적 공존’을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향후 안철수세력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려면 대립구도가 두 계파에 오히려 이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도 “하지만 정쟁만 일삼으면 결국 모두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타협을 통해 미래 청사진을 제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의도 정치권에는 친박과 친노를 넘어 여전히 박정희와 노무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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