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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정당공천제 폐지는 정치권과 국민의 약속

 

[경기시론] 정당공천제 폐지는 정치권과 국민의 약속
손혁재  |  webmaster@kyeonggi.com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초의회 의장들이 돌아가면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시ㆍ군ㆍ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수원시의회 노영관 의장도 지난 11월 18일 1인 시위를 벌였다. 1인 시위의 주제는 기초 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이다.

필자는 원래 정당공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지금은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정당공천제 폐지가 정치권과 국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야당의 문재인 후보와 중도사퇴한 안철수 후보가 다 같이 정당공천제 폐지가 공약이었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기초의원 후보의 정당표방 금지가 위헌이라는 헌재 판결을 근거로 2005년에 도입되었다. 그 뒤 2006년과 2010년 두 차례 치른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의 폐해가 나타났다. 정당공천제 반대론자들이 우려했던 줄서기, 공천헌금 등 광범위한 금품수수 행위가 있었다.

풀뿌리 생활정치 정착을 위해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한 비정당 후보들이 정당의 힘에 밀려 의회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정당을 강하게 불신하던 국민은 지방자치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요구하게 되었고, 그 바람에 폐지될 운명에 놓였다.

대선이 끝난 지도 1년이 거의 다 되어간다. 지방선거는 이제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정당공천제 폐지는 불투명하다.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에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민주당이다. 대선 때 문재인 민주당후보는 처음에는 기초의원 공천제 폐지를 내세웠다가 여론에 밀려 기초단체장 공천까지 폐지한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당원투표를 통해 재확인한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정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올 4월 치른 재·보선에서 대선공약을 실천하겠다며 공천을 하지 않았다. 아직은 정당공천제가 폐지되지 않았다며 후보를 공천한 민주당은 전패했고 새누리당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었다. 그런데 공약을 지키겠다며 기세를 올리던 새누리당이 그 뒤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정당공천제 폐지문제는 중대사안이고 찬반 의견이 양립되어 있으므로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원론만 되뇌일 뿐이다.

새누리당이 지방선거의 이해득실 때문에 공약을 지키지 않고 넘어갈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초공천제 유지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에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제 문제에 대한 태도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약속했고, 여론도 정당공천 폐지 쪽이라면 공약을 지키지 않거나 여론을 거슬러선 안 된다.

정당공천제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법리적으로 정당공천제 폐지가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다. 정당공천제 도입 이전에 이뤄지던 내천이라는 이름의 실질적 공천이 되살아나면 그 폐해는 어찌할 것이냐는 주장도 있다. 여성계는 비례대표를 통한 기초의회 진출의 길이 막혀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약화된다며 반대의사를 일찌감치 밝혔다. 폐지할 경우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책도 빠짐없이 마련해야 한다.

정당공천제 문제를 주요 정치쇄신과제로 정한 정치쇄신특위가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종료되는 바람에 이 문제를 다룰 기구도 없다. 지방선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대국민약속을 지켜야 할 정치권이 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 정말로 안타깝고 야속하다.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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