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김무성-이완구, 새누리당 黨權 '3인 경쟁' 불붙는다
왼쪽부터 김무성, 이완구, 서청원. /조선일보DB
![왼쪽부터 김무성, 이완구, 서청원. /조선일보DB](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311/26/2013112600934_0.jpg)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물밑 당권(黨權)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가장 눈에 띠는 정치인은 올 4월 재·보선에서 원내 입성한 김무성(5선), 이완구(3선) 의원과 지난달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7선 고지를 밟은 서청원 의원 3명이다.
특히 정치권에선 지난달 경기 화성갑 선거에서 서청원 전 대표가 압승해 원내에 재입성하게 된 것은 새누리당 당권(黨權) 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序曲)으로 보고 있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청와대가 차기 당권 경쟁에서 김무성 의원과 대항할 수 있는 카드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를 감수하고 ‘서청원 카드’를 강행했다고 본다.
청와대는 김무성 의원이 당권을 장악할 경우, 당내 무게중심이 박 대통령에서 김 의원에게 급속하게 쏠릴 것을 우려해 고육책(苦肉策)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청와대는 “지금 김무성은 안 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서청원 의원은 “저는 처음부터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면서 몸을 한껏 낮추고 있다. 활동도 철저히 수면 아래에서 한다. 그 와중에도 그는 여권은 물론 야권 인사들과도 활발하게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몸 낮추면서 여야 광폭 접촉하는 서청원…대외 공개활동으로 ‘박근혜 돕기’ 나선 김무성
지난 22일 민주당 정대철·이부영 고문과 문희상·유인태·박지원 의원 등을 한꺼번에 초청해 오찬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그는 비공개 접촉을 폭넓게 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청원 의원의 한 측근은 “국회에 돌아오자마자 야권의 웬만한 중진은 거의 다 만났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서 의원이 친노(親盧) 그룹 핵심 인사들과도 만났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특히 문재인 의원과도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의원은 이명박정부 시절 서청원 의원이 친박연대 공천헌금 문제로 재판을 받을 때 변호를 맡은 인연이 있다. 당시 문재인 의원은 “서 전 대표는 통일민주당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치를 같이했던 분”이라면서 “그 사건은 (이명박정권의) 친박연대에 대한 표적수사 의혹도 있었다”고 서 의원을 옹호했었다.
이런저런 요인으로 서청원 의원의 차기 대표설(說)이 자주 거론된다. 현재 황우여·김한길 라인에서 풀릴 수 없는 문제들을, 야권 주류와 닿는 서청원 의원은 해결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물론 서 의원은 당장 당권에 대한 언급을 삼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가까운 노철래 의원은 “때가 오면 어떤 자리든 맡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때 친박(親朴) 울타리를 떠났다가 복귀한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친박계 형성 초창기’로 되돌리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요즘 사석(私席)에서 그는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모친상을 당한 와중에도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일본을 방문해 도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3 한·일평화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양국 정치인과 시민단체들이 공동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셈인데, 정치권에선 김무성 의원 나름의 ‘박근혜 대통령 돕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경색된 한·일 관계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가 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차원의 교류폭을 넓히는 데 앞장선 것이다.
김무성 의원은 ‘콘텐츠 쌓기’ 노력도 하고 있다. 당 소속 의원 100명이 참여하는 ‘근현대사 역사교실’, 민주당 원혜영 의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함께하는 ‘퓨처 라이프포럼’(복지 분야)을 운영하는 것 외에 매주 1회씩 비공개로 교수·전문가들과 만나 경제·통일 분야에 대한 ‘개인 교습’을 받고 있다고 한다.
김 의원도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힌다. 그러나 상도동계의 선후배 사이인 서청원 의원이 진짜로 내년 전당대회에 나올 경우에도 김 의원이 맞붙을 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반대로 서청원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정리될 경우, 당권에 가장 근접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완구 의원은 충청권에서 ‘포스트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로 충청권의 새 맹주(盟主) 자리를 노리고 있다.
새누리당 세종시지원특위 위원장인 그는 이달 25일 ‘세종특별시 설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세종시의 안정적 재원 마련을 위해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 내에 세종시 계정 설치를 의무화하는 게 핵심 골자이다.
◇서청원·김무성을 대신하는 ‘플랜B’로 급부상하는 이완구…‘충청권 새 盟主’라는 강점도
이완구 의원은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충청권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선전(善戰)할 발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세종시 특위에 7선의 정몽준 의원과 6선의 이인제 의원도 동참시켰다. 내년 전당대회를 내다본 ‘우군 확보’ 포석에 가까운 셈이다. 그는 당내 주류와도 호흡을 맞추려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유기준·홍문종·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국가경쟁력강화 포럼’의 산파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완구 의원은 조만간 친박계 인사 30명이 참여하는 ‘국가경쟁력강화모임’도 발족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예기치 않은 돌발 사태로 서청원 당 대표 카드가 물 건너갈 경우에 대비한 ‘플랜B’로 보는 시각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당권 경쟁과 관련 현재 서청원 의원이 김무성 의원보다 유리한 고지(高地)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7선의 정치 경륜과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원로 그룹과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차기 당권의 열쇠를 쥐고 있는 110명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은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이 공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한국 정치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하고, 새누리당이 친박과 비박(非朴)으로 분열되고, 야권이 범야권연대를 안착시켜 지방선거에서 선전해 새누리당에 일격을 가하면 새누리당 당권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서청원 의원이 당권에 도전해 성공하려면 단순히 대통령의 낙점(落點)만 살피는 수동적인 자세로는 곤란하다. 청와대와 새누리당과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청산해 의원들의 자율성을 강화시키고, 야당과의 관계 복원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새 정치를 담보할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서청원 의원 자신도 살고, 대통령이 살고, 새누리당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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