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대통령 후보의 공약은 국민에 대한 정당의 정책이고, 당론이지만 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현재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망설이고 있다. 그러나 대선에 패배한 민주당은 당원투표를 통해 정당공천제 폐지 당론을 확정함으로써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정당공천제 폐지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이 또한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는 것보다 폐지하는 것이 더 실익이 크다는 것을 정당공천제를 실시하면서 많은 폐단(弊端)을 봐왔기 때문이다.

정당공천제는 책임정치의 실현, 정당정치의 효율성 강화, 후보자 난립 방지, 지역 토호들의 의회진출 억제, 여성의 대표성 강화 등의 이점(利點)이 있다. 그러나 정당공천제를 시행한 결과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지역 분할 구도가 고착화하며 선거는 과열·혼탁해졌다. 더 큰 문제는 지방의원들이 공천권자의 의중(意中)을 살피며 의정 활동을 해야 하므로 지방자치가 실종되고, 자치단체장이 같은 정당 소속일 경우 제대로 견제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또한 정당 공천은 돈 공천 등 부패정치의 온상이 되었다.

지방자치의 대표적인 실종사례가 되는 통합 창원시 출범은 주민 의사는 전적으로 무시한 채 지역 국회의원들의 의중에 따라 졸속으로 처리했고, 그 폐해(弊害)는 통합 창원시 출범 4년이 다 되어 가지만 치유되지 않고 분리위기에 놓여있다. 이런 폐단은 특정 정당이 지자체와 의회를 독점하고 있는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혹자(或者)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크게 위축시켜 풀뿌리민주주의가 후퇴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반드시 여성들의 정치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정치참여를 위한 수단으로 정당공천제밖에 다른 대안은 없는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또한 혹자는 정당공천제 대신 정당 표방제를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정당 표방제를 시행할 경우 국회의원들 입맛에 맞는 사람만이 정당을 표방할 수 있게 하는 등 정당공천제와 동일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그러나 정당공천제가 이와 같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많은 국회의원은 정당공천제 폐지를 반대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정당공천을 빌미로 지방의원들을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기 싫기 때문이고, 국회의원들의 잠재적 경쟁상대가 될 수도 있는 시장, 군수, 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을 견제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되더라도 통과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한 번도 정치를 경험한바 없는 신인 안철수 교수에게 많은 국민이 열렬한 지지를 보낸 이유는 기존의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이런 '안철수 현상'은 언제라도 다시 재현될 수 있는 것으로 정치인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70%이상 폐지를 찬성하는 정당공천제를 국회의원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반대하는 것은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적 열망을 외면하는 것으로, 정당공천제 폐지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