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8.02 03:04
대통령 되고 나면 여의도 벗어나려 해
노무현 '당정 분리', 이명박 '정치 홀대', 朴 대통령은 '관망'
국정원 댓글사건에 野 찍은 유권자 상처… 대통령 나설 때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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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용중 정치부장
대통령이 되고 나면 누구나 여의도 정치에서 벗어나고 싶은 모양이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도, 박근혜 대통령도 똑같다. 노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당정 분리'를 외쳤고, 이 전 대통령은 정치를 홀대하다시피 했다. '선거의 여왕' 박 대통령도 정치를 먼발치서 바라보고 있다. 오죽했으면 정무수석을 공석으로 둔 지가 벌써 두 달째다.
박 대통령은 참모들의 권유로 휴가를 떠났다가 이틀 만에 돌아왔다. 본인은 국정에 올인하려는데 촛불에 동참하겠다며 거리로 나선 민주당이 야속할지 모른다. "대선 때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했건만 대선에 불복하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싶을 것이다.
아마 민주당에서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본인이 국정원 도움을 받으려 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 결과 문재인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의 국정원 직원 댓글들이 나왔고, 경찰이 대선 직전 이를 은폐하려 했던 사실도 어느 정도 밝혀졌다.
이런 소식들은 문 후보를 선택했던 48% 유권자의 마음을 스산하게 만들었다. 아물어가던 상처에 다시 덧이 났다. "판을 뒤엎자"고 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만일 대선을 되돌릴 수 있고, 또 되돌려야 할 만큼의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다수였다면 벌써 거리는 촛불로 넘실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지금 궤도를 벗어난 정치를 정상화하고 국민 통합의 물꼬를 트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이 48%의 마음을 추스르는 일이다. 그것이 국정조사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국정조사에서 무슨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경우는 드물다. 여야 정치인들이 서로 기세 싸움을 벌이고 뒤풀이를 하는 마당일 뿐이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열려 증인들을 불러다 두들겨 팬들 48%의 마음이 과연 얼마나 풀어지겠는가.
그래서 박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초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선 과정에 문제가 됐던 국정원 댓글과 NLL 관련 의혹으로 여전히 혼란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했다. 하지만 야당 사람들은 박 대통령이 대선 때 했던 말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직전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느냐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고 했고, 문 후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야당 사람들은 제삼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유감이 아니라 작년 대선 때 당사자로서의 유감을 박 대통령에게 바라고 있다. 그것도 자신의 참모들에게 지시하듯 하는 얘기가 아니라 패배자들을 향한 진심 어린 얘기를 듣고 싶을 것이다.
물론 청와대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민주당을 여느 때처럼 팔짱을 끼고 바라보려 할 가능성이 크다. "땡볕 휴가철에 시민들이 얼마나 합류하겠나" "그냥 두면 제풀에 지쳐 들어오겠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큰 정치는 상대를 너무 궁지로 몰지 않는다. 협상파인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의 입지를 어렵게 해서 청와대가 득 볼 게 무엇인가.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길어지면 민주당도 불행이지만, 박근혜 정권도 불행이다. 국회 선진화법이 통과됐기 때문에 야당이 협조해주지 않으면 국회 입법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박근혜 공약' 법안들은 국회에서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엔 "앞으로 국정에서 당과 국회를 중요한 국정의 축으로 삼겠다"고 했고, 지난 4월엔 "국정이 성공적이려면 야당과 동반자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6월 말 김한길 대표가 보낸 편지에 박 대통령은 아직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이런저런 정치적 계산이 복잡하다면 장외투쟁하느라 '고생'하는 김 대표와 만나 시원한 매실차라도 대접했으면 한다. 그런 여유를 대통령에게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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