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취임 후 처음으로 4박5일간의 여름휴가를 떠난 가운데 역대 대통령들은 어떤 곳에서 휴가를 즐겼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휴가 스타일은 성격만큼이나 다양했지만 휴가지는 대체로 비슷했다. 경호 문제 탓에 주로 군 시설을 이용하거나 대통령 별장에서 휴가를 즐겼다. 휴가 기간도 보통 정치적 휴지기라고 불리는 7월 말에서 8월 초였다.
역대 대통령들의 휴가지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곳은 남쪽의 청와대로 불리는 '청남대(靑南臺)'다. 충북 청원군 문의면에 위치한 청남대는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1983년 12월 준공 당시에는 영춘재(迎春齋)로 불리다가 1986년 7월 청남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주로 이곳에서 휴가를 보냈고 다른 대통령들도 매년 4~5회, 많게는 7~8회씩 이곳을 찾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경호실 직원 등과 어울려 축구를 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골프를 좋아해 골프삼매경에 빠졌다고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청남대에 설치된 조깅코스에서 조깅을 즐겼다.
청남대는 역대 대통령들이 국정운영의 중대한 고비 때마다 머물며 정국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아늑하고 조용한 휴양시설이라 조용한 가운데 사색을 할 수 있는 최적지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8월 여름휴가기간 동안 이곳에서 결심을 굳혀 '금융실명제 실시에 관한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표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휴가기간 동안 이곳에서 자신의 국정운영 철학을 정리해 연설원고를 직접 작성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이 청남대에서 휴가를 끝내면 새로운 정국구상이 있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청남대 구상'이라는 정치용어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 2003년 4월 청남대는 대통령들의 휴가지에서 국민들의 관광지로 변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남대 운영권을 2003년 충북도로 넘기고 국민들에게 개방토록 했다. 자신은 대관령 등 지방의 휴양지와 군 휴양지 등에서 휴가를 보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군 시설에서 휴가를 즐겼다. 진해의 해군 휴양소에서 부인 김윤옥 여사를 비롯한 가족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며 국정 구상을 하거나 테니스와 낚시, 독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e북(전자책)'을 이용해 독서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남 거제시 장목면 '저도(猪島)'에서 시간을 보냈다.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의 별장인 청해대(靑海臺)가 있는 섬이다. 해변에서 경호원들과 함께 배구를 하거나 바다에서 수영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충남 아산시 도고면 도고온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찾던 명소다. 의학적 효능이 우수한 탄산이나 유황 등 광물질을 일정량 이상 함유한 보양온천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강원도 화진포 별장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여기에서 낚시 등을 즐기며 조용하게 휴가를 보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휴가지는 경호상의 이유 때문에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을 따라 어린 시절 저도에서 여름 휴가를 즐겼고 그 자신도 다시 찾아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한 만큼 이곳이 휴가를 보내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