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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안철수 최측근들’ 이렇게 바뀌었다

 

[단독]‘안철수 최측근들’ 이렇게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대선 하루 전날, 서울 명동에서 안철수 전 교수가 투표 참여 독려 발언을 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메시지’ 주도했던 유민영·금태섭 뒤로 빠지고, 조광희 변호사·송호창 의원 핵심 역할

안철수 후보의 대선 캠페인은 자원봉사로 이뤄졌다. 캠프에 참여한 물질적 ‘보상’은 없었다. 해단식은 지난해 12월 3일 열렸다. 서울 공평동에 자리잡았던 캠프가 완전히 건물을 비운 것은 20일 뒤다. 일부는 안 캠프 참여 경험을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삼은 듯하다.

캠프 참여를 계기로 전업한 사람도 여럿이다.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 기자였던 윤태곤씨는 회사를 그만둔 뒤 안 캠프의 상황부실장을 맡았었다. 그는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쿠바 여행을 다녀온 뒤 ‘정치분석가’라는 타이틀로 정치평론 ‘업’에 뛰어들었다. 안 후보를 수행했던 핵심 인사들은 지난해 12월 2주 동안 제주 올레길을 돌기도 했다.

안 후보 캠프 인사들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SNS를 적극 활용했다. 안철수 대변인실의 페이스북이나 홈페이지는 공지 글만 남겨두고 폐쇄됐다. 안 캠프 인사들의 개인 페이스북에 올라온 ‘대선 이후 일상’을 정리하면 크게 두 갈래다. 푹 쉬거나 줄기차게 대선과정을 복기하거나.

지난 2월 7일, 안철수 전 교수는 설날 인사 메일을 보냈다. 안철수와 선거를 통해 인연을 맺은 사람들, 구체적으로 공평동 캠프에 몸을 담았던 사람들은 이 설 인사 메일을 받았다. 안 전 교수가 설 인사를 보낸 사람들의 일부 ‘리스트’를 확보했다. 이 리스트에 오른 사람은 23명. 확인 결과 안철수 정책에 핵심적으로 관여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캠프에서 자원봉사한 사람들이었다. 후원회 게시판 관리를 맡았던 황성현씨(49)는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안철수 캠프에 결합했다. 그는 “후보나 본부장이 자원봉사하던 사람들을 편하게, 자신의 활동에 자부심을 갖도록 분위기를 주도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은 악수하는 것이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자원봉사하는 분들이 수고하신다’고 손을 내미는데 건성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걸 느끼게 되거든요.” 그는 만약 안 전 교수가 4월 재·보궐선거에서 도움을 요청한다면 응하겠느냐는 물음에 “제 마음이야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 응원하는 형태가 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안 전 교수, ‘샌프란시스코’ 구상은

안 전 교수의 4월 재·보궐선거 출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은 조광희 변호사와 송호창 의원이다. 각각 안 캠프에서 후보비서실장과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었다. 3월 3일 이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교수의 출마 결심을 알렸다. 대선 당시 비서실 멤버였던 조 변호사와 정기남 비서실 부실장, 김경록 기획팀장, 홍석빈 (정책)부대변인 등을 중심으로 서울 모처의 사무실 회의실을 빌려 안 전 교수의 이후 행보에 대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이 ‘준비팀’에 참여하고 있는 한 캠프 출신 인사는 “최종적으로 구체적 워딩은 안 전 교수가 결정하겠지만, 대국민 메시지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캠프 출신 인사들의 역할 분담이 과거와 다른 것은 분명하다. 과거 안철수 후보 ‘메시지’에서 중심에 섰던 유민영 대변인과 금태섭 캠프 상황실장은 뒤로 빠지는 모양새다. 유 대변인은 3월 7일 기자와 통화에서 “당분간은 학생들 가르치는 일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2월 중순 서울대 법대 86학번 동기들이 설립한 법무법인 ‘공존’에 들어갔다.

당초 안 전 교수 진영에서는 4월 재·보선 노원병 지역구에 정연순 대변인을 내보내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캠프 핵심 인사는 “그 안을 비롯해 안 전 교수가 부산 영도에 출마하는 방안까지, ‘정치 재개 시점’과 관련해 캠프 실·국장을 맡았던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전달했고, 최종적인 판단은 안 전 교수가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교수는 ‘노원병 출마’를 언제 결심했을까. 한 캠프 핵심 인사에 따르면 3월 초다. 바로 전 주인 2월 말, 그동안 안철수와 정치 재개시점을 긴밀히 논의해온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날까지만 하더라도 노원병 출마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노원병 출마를 결심한 직후 바로 송호창 의원 등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렸다는 것이다.

핵심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안 전 교수가 지난 2월 하순까지만 하더라도 구상하고 있던 것은 ‘한국판 브루킹스연구소’였다. 안 전 교수의 호출로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한 캠프 핵심 인사에게 안 전 교수는 ‘디테일한 플랜’을 제시하며 의견을 물었다. 안 전 교수의 구상은 전국적인 지부를 갖춘 정책연구소를 만드는 것이었다. 송호창 의원, 금태섭 변호사 등이 미국을 방문해 논의한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이 인사를 비롯해 다른 캠프 인사의 안 전 교수 방문은 캠프 인사들 사이에서도 공유된 부분이 아니었다. 논의는 주로 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향후 계획과 전망에 대해 안 전 교수와 메일로 의견을 주고받은 한 캠프 인사는 “안 전 교수는 메일을 통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혀 왔다”고 말했다.

‘노원병’ 출마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측과 ‘소통 착오’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안 전 교수 측 핵심 인사들 대부분의 의견은 송호창 의원이 출마 기자회견을 하던 당일, 안 전 교수가 위로 겸 인사 차 건 전화에서 직접적으로 출마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 대표 측에서는 “(당일 통화에서) 안 전 교수가 노원병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한다. 안 전 교수 쪽에서는 노 대표와 친분이 있는 언론인 출신 안 측 인사를 통해 의사를 전달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 ‘진실게임’과 관련해서는 입을 다문 모양새다. 안 전 교수 측 한 인사는 “그날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세세한 내용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노코멘트’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4월 재·보궐선거는 대선과 다르다는 점이다. 안 캠프 정책을 총괄했던 한 학계 인사는 “공중전에서 지상전으로”라는 표현으로 ‘판이한 상황’을 표현했다. 안 전 교수 측 핵심 측근은 “안 전 교수 스스로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지역구에서 출마한다는 것이 바닥에서 박박 기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안 전 교수 자신도 잘 알고 있고, 결단을 내렸다는 것은 그럴 각오가 되어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당장 귀국 이후에 안 전 교수의 ‘행보’ 자체가 대선 때와는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변신의 귀재’(일부 언론에 의해 ‘변신의 천재’라고 보도가 나갔으나 안 전 교수는 귀재라고 말했다고 그는 정정했다)라고 말한 것도 그 맥락이다. 경영 현장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취했듯, 당시 이야기를 들었던 사람들은 본격 ‘현실정치’에 나서면서 전과는 상당히 다른 스타일로 변신할 것이라는 것을 다짐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안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던 정기남씨는 “안 전 교수가 4월 재·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예를 들어 상황의 유·불리에 대한 계산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치적 공간이 열렸고,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누누이 약속해온 입장에서 정치를 시작한다면 전국적 여론의 바로미터인 서울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창 의원이 지난 1월 미국 스탠퍼드대학을 방문해 안철수 전 교수와 찍은 고목 사진. 그림자 오른쪽(카메라를 든 사람의 실루엣)이 송호창 의원이다. / 송호창 의원 트위터

야권권력 재편 깃발 전면으로?

주목할 만한 것은 이것이 제3신당의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냐는 것이다. 앞의 학계 인사는 “안 전 교수 스스로 ‘세력’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재·보궐 출마가 의미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 전 교수 캠프에 결합했던 인사들이나 지역 내일포럼에 결합했던 인사들 대부분은 “결국은 종전에 만들었던 조직들이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서울 내일포럼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탁무권 노원교육복지재단 이사장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3년 뒤에 출마해서 온갖 쓴맛을 보지 않고 대선에 출마할 수도 있지만, 뒤에 서서 신당을 만들 것이 아니라 스스로 ‘현실정치’의 십자가를 먼저 지겠다고 밝힌 것”이라며 “여의도 정치문법에서는 부산 영도냐 서울 노원병이냐가 중요할지 모르지만 ‘새정치’의 관점에서는 사소한 차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역 내일포럼은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국면에서 사실상 해산한 1~2개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모임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월 22일에는 경기와 인천, 서울지역의 합동워크숍이 비공개로 열렸다. 안 전 교수의 귀국 전후로 대부분 비공개로 모임을 갖고 관련 전망을 공유할 계획이다. 한 지역포럼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과 1월까지는 안 캠프에서 대외협력실장을 맡았던 하승창 싱크카페 대표가 주로 지역포럼 행사에 참여했고, 신당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실·국장급 인사들이 워크숍에 참여해 안 전 교수의 ‘새정치 구상’에 대해 발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 캠프에서 핵심 인사들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 주축 인사였다는 점을 주목해 시민정치세력에 의한 야권 권력재편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거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의 민주당으로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리버럴 성향의 중도노선, 수평적 네트워크 조직에 의한 야권 권력교체 메시지가 ‘세게’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명시적인 ‘야권 권력교체’ 메시지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유영훈 경기 내일포럼 상임대표는 “과거 안 전 교수의 스타일로 보면 충분히 ‘의지’는 드러나겠지만 야권의 정치지형을 바꾸겠다는 의사표현을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실한 것은 대선후보가 아닌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는 안 전 교수가 종전의 ‘여의도 스타일’과 다른 형태의 ‘정치참여’를 보여줄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국민이 그런 안 전 교수의 ‘정치행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한편, 안 전 캠프에서 대외협력실장을 맡았던 하승창 대표는 3월 7일 전화통화에서 “확실한 것은 현 시점까지 제3신당 창당 논의는 한 번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신당 창당 논의 중이라고 쓴다면 오보”라고 말했다. 출마와 관련, 주도하는 인물이 바뀌었다는 이야기에 대해 그는 “자원봉사로 참여한 사람들이 원래의 현업에 복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대선캠프와 국회의원 선거캠프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모두 발 벗고 뛸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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