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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떠난 안철수씨에게 /국민이 정치 믿을때 '제2의 안철수'는 없다

길 떠난 안철수씨에게  /국민이 정치 믿을때 '제2의 안철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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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떠난 안철수씨에게 

데스크승인 2012.12.24     

 대선 당선자에 대한 봇물 같은 기대의 글이 넘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불과 수 개월전 강을 건너, 그리고 그 건너온 다리마저 불살라버린 안철수씨를 생각하고 있다. 지금 쯤 당선자에 대한 무슨 생각을 그리고 자신의 앞날 청사진은 어찌 생각 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마저 더해서다. 그가 건너온 다리를 불사를 무렵 한때 야권 대권 주자였던 손학규가 묻히고 박근혜 대세론에 이재오·정몽준·김문수마저 빛을 잃어 가고 있을 당시만 해도 막연한 기대감이 없지는 않았다. “어쩌면 우리 근대사에 새 정치바람이 불어 닥칠 수 있겠다” 하는 일말의 뜬 구름 잡는 듯한 부푼 마음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그가 여.야 주자들의 대세론에 유일하게 호각이거나 그 위를 넘어 제동을 걸어가면서 그가 걸어왔던 디지털적인 실용성 있고 신선한 큰 그림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맥없이 강이 아닌 바다를 건너갔고 미국의 어느 강가를 걸으며 좋아한다는 책을 보거나 다음 정치에 대한 사색에 잠겨 있을 것이다. 지난 일이지만 그가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 본뜻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5월은 누구나 보기에도 늦었지만 그는 그렇지 않게 보였다. 그러나 잊고 있었던 일은 야권 한쪽에서 커가던 문재인 후보를 충분히 감지하지 못한 일이다. 하지만 생각하기에 그는 이미 올 봄 텔레비젼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자신도 놀랄 지지율에 고무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을 무렵, 자신의 나이를 계산하고 혹시라도 자신이 맡을 앞으로의 5년 임기가 축복받을 장밋빛 앞날이 아닌 가시밭길이 될 공산이 커 이만 접었는지도 그저 추측으로 가능한 일이다.

처음 그의 출발을 보는 우려도 지금의 이 결과들을 예측 가능하기 충분했다. 민주당에서 건너온 몇몇 사람들에게 건 지나친 기대가 그의 말대로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일로 연결된 탓이다. 아무리 여론 지지율이 문재인보다 다소 높았다 해도 정당의 오래된 조직과 기반을 무너뜨리기는 약했던 그였다. 쉽게 말해 문재인을 쳐다보는 입들이 그를 향한 입보다 더 많았던 단순한 논리도 붙일 수 있다. 정치에 ‘아름다움’ 이란 수식어는 분명 가식적이다. 단일화가 그랬다. 생각하기에 어느 여배우의 말처럼 그가 안 나섰다면 애초부터 끝까지 끌고 가지도 못할 대선싸움이었다. 그래서 그가 야권의 영토를 크게 넓혔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지금도 없고 다음 주자로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박근혜를 떨어뜨리러 나왔다”고 했던 통합진보당 이정희가 안철수 에게 직접 영향을 미쳤을 일은 없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18대 대선 드라마를 완결 짓는데 이정희외 몇몇 굵직한 야당 인사들이 희한한 논리나 입담으로 역으로 박근혜 당선자에게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는 18대 대선 하루 전날인 18일 서울 명동과 강남역을 방문해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대한 마지막 선거 지원에 나섰다. 그리고 말 했다. “청년 실업은 청년 탓이 아니라는 게 상식이다. 애를 키울 수 있게 해놓고 애를 낳으라고 하는 게 상식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게 지켜져야 하는 게 상식이다. 힘이 없어도 먹고살 길이 있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고 했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자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에게 이런 말은 그야말로 귀신 뭐 까먹는 소리에 불과하다.

지난 십 수년간이라도 개천에서 용이 나는 상식이 몇 이나 지켜진 적이 있는가. 먹고사는 일도 그렇다. 사실 사람답게 사는 일이 더 중요해진 지금 한 끼 먹는 일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보다 앞으로 닥칠 경제민주화를 이유로 까먹게 될 국가예산과 이를 가능하게 할 국민들의 각출이 더 걱정거리로 남아있다. 그의 말대로 경제 민주화가 우리 경제의 체력을 키울 것인지 아니면 엉망이 된 유럽의 경우를 되풀이 하게 만들지 누구도 장담 못한다. 그의 출국은 측근의 말대로 일정에 따라 향후 정치 활동을 구상하고자 잠시 떠나 있는 것이겠다. 그리고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만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5년 뒤의 시대정신이 과연 그의 뜻대로 바뀌게 될 지는 시간이 너무 짧다.

5년 뒤의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뜻이라면 빨리 들어와서 흙탕물에라도 발을 담구며 싸워가야 하는 것이 정도다. 느닷없이 등장하는 K팝스타도 내공을 키운 연후에 등장하게 마련이다. 유세를 다니며 정치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면,그리고 정치가 겸손해져야 한다고 느꼈다면 차라리 30분 거리인 이 땅의 제주도에서 이 모든 것을 구상했어도 충분했다. 뭐 하다 안되면 미국으로 떠나는 정치인들을 하도 많이 봐서 하는 소리만은 아니다. 

문기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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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정치 믿을때 '제2의 안철수'는 없다
데스크승인 2012.12.24     

기획 / 박근혜 시대 과제 ①불신 해소, ‘정치쇄신’ 성패에 달려있어

 18대 대통령선거 가도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을 가장 힘겹게 만들었던 장벽은 ‘안철수 현상’이었다. 정치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던 대학교수 한 사람이 혜성처럼 나타나 정치권을 뒤흔든 ‘안철수 현상’은 박근혜의 대선 전략을 시종일관 난해하게 만든 심각한 변수였다.

‘안철수 현상’ 같은 사상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정치 환경의 요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국민들의 뿌리 깊은 ‘정치 불신’이다. 안철수라는 새로운 인물의 폭풍몰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기성정치인들에게 실망하여 기대를 아주 접어버린 민심의 흐름이었던 것이다.

박 당선인이 해결해야 할 숙제 가운데 ‘정치 불신’을 해소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소중하다. 그리고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업은 ‘정치쇄신’의 성공여부와 철저하게 맞닿아 있다.

대선기간 동안 박 당선인이 제시한 정치쇄신안의 핵심은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국무총리 권한 강화 및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국민참여경선 확대 등이 제시됐다. 또 기회균등위원회 설치, 대선 4개월 총선 2개월 전 후보확정 제도화 등도 포함돼 있다.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여야와 소통하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매년 정기국회에서 행정부 수반으로서 연설하도록 정례화하겠다는 공약도 별도로 내놨다. 부정부패 사유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할 경우 원인 제공자가 재·보선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한편,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엄격히 제한하고 불체포특권 폐지도 추진키로 했다.

이 밖에 국회의원 정수 축소도 추진할 뜻을 밝혔으며,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정치쇄신 과제들을 임기 초 종합적으로 추진해나갈 ‘국정쇄신정책회의’를 야당 추천 인사가 3분의 1 이상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하겠다는 내용도 약속했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과도한 권력을 누린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세 번째는 유치한 싸움질만 한다는 점 등이다.

박 당선인은 그 동안 ‘약속을 잘 지키는 지도자’로 각인돼왔다. 대선기간 동안 쏟아낸 많은 약속 중에도 ‘정치쇄신’ 약속은 우선적으로 성취해내내야 할 과제다. ‘신뢰회복’이 먼저 실현되지 않으면 다른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펼쳐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으로부터 불신 받는 지도자,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정치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엄중한 현실을 깊이 깨닫고 반드시 실천해내기를 기대한다. 무릇, 불량한 정치권을 갈아엎으려는 제2, 제3의 ‘안철수 현상’은 잠복 중이다.

안재휘기자/ajh-777@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