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지사가 또 하겠다고 하면 그걸로 끝이다. 그는 선거에서 져 본 적이 없다. 탄핵 역풍 속 치러진 17대 총선에서도 살아남았다. 삼성맨 진대제와의 경기도 대전에서도 이겼다. 민주당 싹쓸이 속에서는 유시민을 이겼다. 그 자신 언젠가 밥 자리에서 ‘안 나가면 안 나갔지 일단 나간 선거에선 진 적이 없네요’라고 말했을 정도다. 게다가 8년 도정 경험을 화투판에 ‘굳은 자’처럼 떠 안고 있다. 그러니 지금부터의 얘기는 김 지사가 ‘안 나가겠다’고 선언했을 경우를 가정해야 할 것이다.
요사이 유정복이라는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 정치판 읽기에 이골이 난 A는 이렇게 말한다. “안행부 장관을 왜 시켰겠어. 지역 출신에 시장까지 경험했고 농림부 장관도 해봤지. 여기에 지방 행정을 총괄하는 안행부 장관 경력까지 더해주면 도지사 스팩으로는 최고 아니겠어. 아무리 봐도 유정복을 장관 시킨 건 경기도지사 만들기 같애.”
‘유정복-김영선-남경필’ 등
턱없는 소리가 아니다. 유 장관만한 친박(親朴)도 드물다. 이명박 정부에서의 농림부 장관도 친박 몫이었다. 테러를 당한 박 대통령이 했다는 “대전은요?”의 진실도 그와 박 대통령, 하느님밖에 모른다. ‘촉새 주의보’가 내려졌던 박 당선인 시절, 섣불리 하마평에 올랐다가 본선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친박이 수두룩했다. 하지만 유 장관만은 비서실장설 돌고 장관설을 돌아 안행부 장관까지 무사히 안착했다. A의 전망과 비슷한 얘기를 하는 ‘꾼’들이 부쩍 늘었다.
북방발(發) 도지사설도 있다. 정치인 B가 전하는 얘기다. “김영선 (전)의원이 뛰기 시작한 것 같던데요. 도와 달라고 얘길 하더라고요. 언론에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최초의 여성 경기도지사….’ 그림이 되지 않습니까. 김 의원을 말랑말랑하게 보면 안 돼요.” 듣고 보니 그의 말도 맞다. 김 전 대표 역시 친박이다. 친이계의 개헌논의에 맞서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다. 분열의 소지가 있다”(2009년 9월16일)며 싸웠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서도 “세종시 문제에 관해 플러스 알파가 이야기되고 있는데 전혀 이 시대에 맞지 않는 접근이다”(2010년 6월24일)라며 당시 박근혜 의원을 지원했다. B의 주장대로 ‘여성 대통령-여성 도지사’의 캐치프레이즈도 그만이 내걸 수 있는 광고 문구다. 이래저래 그를 찍는 ‘꾼’들도 꽤 된다.
남방발(發) 도지사설은 남경필 의원이다. A와 B가 유정복 김영선의 이름만 얘기하진 않는다. “정병국 의원도 뜻이 있을 테고, 원유철 심재철 의원도 생각이 있을걸? 수원에는 남경필이 있잖아” (A). “…고희선 의원도 눈에 띄는 캐릭터인데. 참 남경필이 있군요” (B). 양쪽에 다 겹쳐지는 이름이 ‘남경필’이다. 남 의원은 친박이 아니다. 친이도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비주류의 대표격’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거리로 보면 유정복 김영선을 따라잡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도 도지사 후보군엔 여전히 남경필이 있다. 5선이라는 선수(選數)와 110만 수부도시의 지역장이라는 몸값인듯 하다. 여기에다 그 만이 갖고 있는 무기가 하나 있다. 순수한 경기도 출신이라는 출생신고서다. 그를 꼽는 ‘꾼’들도 그래서 적지 않다.
20년 청와대 입맛의 반복?
경기도지사 선거는 2014년이다. 이 글이 1년 뒤에-아니면 그보다 훨씬 전에-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 유ㆍ김ㆍ남이 모두 안 되는 순간 그렇게 되는 거다. 그런데도 이런 소설 같은 글을 써대는 데는 한 없이 하찮아 보이는 근거가 있다. 20년 지방자치가 남긴 경험, 다섯 번의 경기도지사 선거가 남긴 학습때문이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선 집권 여당의 후보는 늘 청와대가 골랐다. 이인제 후보는 YS 대통령이 골랐고, 임창렬 후보는 DJ 대통령이 골랐고, 진대제 후보는 MH 대통령이 골랐고, 김문수 후보는 MB 대통령이 골랐다. 거기엔 승률이 중요하지 않았다.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자리는 양보할수 없다는 청와대의 고집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거리’를 이 글의 주제로 잡은 것도 그래서다.
각설(却說)하고, 서너달 후면 난타전이 시작된다. 새누리당의 경기도지사 후보를 놓고 이런 저런 논리와 저마다의 신경전이 시작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질 결과가 지난 20년의 궤도를 따라 갈지, 20년만에 철길을 벗어나 새로운 역사를 갈지 참으로 궁금하다. 그걸 느긋하게 지켜볼수 있는 것도 유권자가 가진 권리인가.
[이슈&토크 참여하기 = 경기도지사 후보는 아무개다 -새누리당-]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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