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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노선 변경? 중도성향 비대위원 임명

민주 노선 변경? 중도성향 비대위원 임명

기사입력 2013-01-14 03:00:00 기사수정 2013-01-14 03:00:00

 

인선 키워드 혁신-균형감각… 친노-문캠프 핵심들은 배제
문희상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 수준으로 당 바꿀것”… 대선평가위원장 영입은 지연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 그리고 차기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비대위원 7명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손을 교차해 잡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문병호 설훈 비대위원, 문 비대위원장, 박 원내대표, 김동철 이용득 배재정 오중기 비대위원.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대선 패배 후유증을 수습하고 차기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비대위원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그 특징은 중도 성향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문 비대위원장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 수준으로 당 혁신을 실현하겠다”라고 말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에 3선의 설훈, 김동철 의원과 재선의 문병호 의원, 초선의 박홍근 배재정 의원을 임명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출신인 이용득 전 최고위원, 오중기 경북도당위원장도 포함됐다. 원내 5명+원외 2명의 구조다. 문 비대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인선의 키워드로 ‘혁신’과 ‘균형감각’을 꼽았다. 그는 비대위원들에 대해 “극단적이지 않고 치우치지 않은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당내 갈등의 진원지로 지적받아 온 친노(친노무현) 인사를 제외하고 계파와 지역·세대를 안배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화합·통합형 비대위’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김동철 문병호 비대위원은 비주류 의원들이 주축인 쇄신모임에 몸담고 있다. 설훈 박홍근 오중기 비대위원은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을 지지하는 인사들의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출신이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 전 후보 캠프에 몸담은 배재정 비대위원의 경우도 당내에서 ‘친노’보다는 ‘친문(친문재인)’ 인사 정도로 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비대위원들의 첫 일성(一聲)은 ‘당 노선 재정립’과 ‘중도층 공략이었다. 김동철 비대위원은 “민주당은 운동권, 시민사회단체가 아니다”라며 “극단적이고 무리한 주장이 아니라, 현실에 발을 디딘 다양한 정책을 통해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 타협의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이용득 비대위원도 “민주당은 총선에서 실패했음에도 실패한 줄 몰랐고 대선에서 국민 지지를 얻지 못했는데도 이긴 것처럼 행동했다. 당내 민주화 세력도 기득권, 권위주의에 빠져 50대(유권자)가 등을 돌렸다”라고 말했다. 한결같이 중도층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과연 중도로 갈 수 있을까’를 놓고 당내에서조차 의문이 제기된다. 오히려 기존의 진보 노선을 더욱 선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설훈 비대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중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데는 공감대가 있지만 당이 중도 노선으로 전환하는 데 대해선 당내 이견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진단은 같아도 해법은 다를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따라서 이념 스펙트럼이 넓은 민주당에서 당 정체성을 놓고 치열한 노선 투쟁이 벌어질 개연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 비대위 시한이 약 3개월인 데다 구성도 계파별 구색 맞추기에 그쳐 ‘혁신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대선평가위원장에는 외부 인사 기용이 검토되고 있으나 영입이 지연되면서 이날 비대위도 ‘반쪽’으로 출범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