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 위기 이후 부가가치세 등 국세 총액이 급감하면서 공적자금 등의 예산 확보가 어렵게 된 중앙정부는 가장 손쉬운 방안인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재원이던 전화세 등 목적세를 중앙정부의 일반재원으로 전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지방의 자주재원이 중앙정부에 이양되면 될수록 지방재정의 악화를 가중시켰으며 지방 재정자립도 하락과 국고보조금 등 중앙정부 의존율 상승 등 부작용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 전화세 폐지 진실의 '검은 속내'

국세청의 연도별 국세징수 실적에 따르면 중앙정부는 1997년 한해동안 19조4천880억원의 부가세를 거뒀다. 이는 그해 국세총액 69조9천277억원의 27.9%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직·간접세 중 가장 큰 규모였다.

하지만 1997년 12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겪으면서 국세총액도 사상 처음으로 2조1천400억원(3.1%)이 감소했다. 이처럼 국세총액이 줄어든 것은 부가세 징수액이 15조7천68억원으로 1년만에 3조7천812억원(19.4%)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유·무선 전화에 부과됐던 전화세는 2000년 무렵부터 무선전화(휴대폰)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1997년 7천886억원에서 1998년 9천219억원, 1999년 1조1천914억원, 2000년 1조4천571억원, 2001년 1~8월 1조3천462억원 등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국세총액 감소와 공적자금 확보가 시급했던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부가세 감소를 손쉽게 메우기에 전화세만큼 좋은 세목이 없었을뿐더러 전화세가 지방양여세(금)로 교부되는 특성상 지자체의 반발이 약하다는 점도 거사(?)를 치르기에 충분한 명분을 제공했다고 분석됐다.


실제 2001년 9월부터 전화세가 부가세로 전환된 이후 전체 부가세는 2000년 23조2천120억원, 2001년 25조8천347억원, 2002년 31조6천88억원, 2003년 33조4천470억원으로 증가폭이 커졌다. ┃그래픽 참조

■ 전화세 빼앗긴 지방재정 몰락

전화세가 부가세로 강제 편입된 이후 1~2년만에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계청 e-지표에 따르면 전화세가 폐지됐던 2000~2002년 사이 경기·인천지역 42개 시·군·구 가운데 31개 시·군·구(경기 24, 인천 7)의 재정자립도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시(20.1%p)·성남시(13.1%p)·의정부시(11.1%p)·안양시(19.1%p)·부천시(12.4%p)·광명시(12.4%p)·과천시(53.1%p)·구리시(10.2%p)·시흥시(23.2%p)·의왕시(10.2%p)·하남시(13.3%p)·용인시(26.6%p)·양평군(10.8%p), 인천시 남동구(10.0%p) 등 14개 시·군·구는 두 자리 수 이상 재정자립도가 하락, 급격한 재정난을 겪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기간동안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59.4%에서 54.8%로 4.6%p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전화세 폐지로 인한 부담을 경기·인천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이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다. 게다가 중앙정부는 전화세를 폐지한 이후 지방의 자주재정을 확대하기보다는 국고보조금 등을 늘려 지방통제권을 강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경기도가 중앙정부로부터 지급받은 국고보조금은 2002년 1조3천억원에서 2010년 4조6천억원으로 3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동안 인천시의 국고보조금도 4천억원에서 1조5천억원으로 같은 비율만큼 늘었다.

지방교부금도 경기도가 2002년 1조4천억원에서 2010년 2조9천억원으로, 인천시가 2002년 2천억원에서 2010년 5천억원으로 2~2.5배 증가하면서 매칭펀드 방식인 중앙정부의 정책에 지자체 부담만 확대되는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문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