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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과장에 “무릎꿇고 손들어” 명령한 군수

女과장에 “무릎꿇고 손들어” 명령한 군수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홍이식 전남 화순군수가 간부들에게 공개적으로 ‘무릎꿇고 손들기’ 열차려를 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화순군은 지난 17일 화순읍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직원 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직원 한마음체육대회를 열었다.

이날 체육대회에서 홍 군수는 간부 직원들에게 무릎을 꿇게 하고 두손을 드는 얼차려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군수의 이같은 얼차려 사실은 일부 직원들이 뒤늦게 언론에 ‘벌서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제보하면서 확인됐다.

홍이식 화순군수가 지난 17일 직원체육대회에서 간부 직원 5명에게 ‘무릎꿇고 손들기’ 벌을 세우고 있다. 단상위에 마이크를 들고 있는 이가 홍 군수. 사진/화순일보 제공

화순군 직원들은 “간부 5명이 손을 들고 꿇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처량했다” “군수가 직원들을 마치 노예처럼 여기는 것같아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며 인권침해 사례로 봐야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화순군은 “군수가 장난삼아 해본 이벤트였다”며 홍 군수를 옹호했다.

화순군 공무원노동조합도 “사진은 그럴싸게 보이지만 현장 분위기는 시비를 낳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홍 군수를 두둔했다.

그러나 직원들이 전하는 이날 상황은 화순군과 노조가 밝힌 것과 다르다.

오전 체육대회가 끝나고 오후 장기자랑이 열릴 즈음, 직원 절반 이상이 행사 장소를 떠났다.

오전과 달리 분위기가 다소 썰렁해지자 홍 군수는 “다들 어디갔느냐”며 화를 냈고, 이윽고 여성인 총무과장 최모씨가 단상 위로 불려 올라갔다.

홍 군수는 최 과장을 나무란 후 “대표로 무릎꿇고 손을 들고 있으라”고 지시했다.

최 과장이 벌을 서자 주변에 있던 총무과 간부 4명도 함께 달려나와 2분여 동안 똑같은 모습으로 벌을 섰다.

이날 행사장에는 해당지역 국회의원과 지역사회단체장, 일부 공무원 가족들도 참석했다.

제보자인 직원 ㄱ씨는 “최 과장이 처음엔 장난으로 생각하고 벌을 잠시 서다 일어섰지만 군수가 성난 목소리로 호통을 치자 표정이 굳어지면서 다시 무릎을 꿇고 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온갖 비리와 부패로 줄줄이 구속된 군수들에게 줄서기하는 공직풍토가 굳어지면서 이를 문제화하는 분위기마저 완전 사라져버렸다”면서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 있음직한 일이 아직도 화순군청에선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져 서글프다”고 말했다.

화순군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장난스럽게 벌을 서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대 노조위원장은 “현장에 있던 노조원들도 문제삼을 만한 일이 아니라 했고, 나도 스피커를 통해 군수 목소리를 들었는데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이날 화순군 홈페이지에는 홍 군수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랐다.

네티즌 유모씨는 ‘군수님, 가족들 보는 앞에서 공무원들 개망신주니 권위가 살던가요. 챙피해 죽겠습니다. 마누라, 아들, 딸 앞에서 무릎꿇고 손들고 계신분들 참~~대단하십니다.승승장구하세요’라고 적었다.

신모씨도 ‘화순군청은 그런 장난치고 끼리끼리 노는지 모르겠지만 노예관계처럼 보입니다. 직원들이 당신의 노예요. 그런 장난은 공개적으로 하지 말고 실과장들과 충성맹세할 때 하세요’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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