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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고등법원 유치 범도민추진위원회는 화성행궁에서 열린 화성따라 자전거타기대회에서 시민들로부터 서명운동을 벌였다. <사진=중부일보DB> |
이주철기자/jc38@joongboo.com
수원지법과 5개 지원이 관할하는 경기남부지역 19개 시·군지역 인구는 모두 780여만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16%에 해당한다.
유입 중인 인구와 재판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도 고법이나 가정법원이 설치돼 있지 않아 도민들은 항소·항고재판이나 가사·소년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까지 원정을 다니고 있다.
이 같은 도민들의 불편과 재판이 집중되는 서울고법의 업무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도내 고등법원 설치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를 위해 범도민 차원에서 구성된 도민단체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지역 국회의원들도 청문회 개최와 관련 법안 발의 등 경기고법 설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7대 국회를 시작으로 도내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관련법안은 상정조차 되지 않거나 상정되더라도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으며, 이번 19대 국회 들어서도 지난 15일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해당 법안이 상정돼 계류 중이다.
모두 다른 지역 간 형평성과 예산 마련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도민들은 국회가 해당 법안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검토,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도민들은 “비슷한 거리인 다른 곳에는 이미 고법이 들어선 곳도 있고 예산도 연차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국회에서도 이 같은 이유를 들어 법안 심사를 미루고 있다”며 “오히려 지역적 형평성이 맞으려면 도내에 고법이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고법 항소심 접수 최다는 수원지법
도내 인구와 함께 항소심 사건도 늘면서 서울고법에 집중되는 재판처리 부담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5개 지원을 포함한 수원지법 관내 19개 시·군 지역 인구수는 모두 780만여 명이다. 1년 전에 비해 200여만명(1.7%)이 증가하는 등 해마다 비슷한 수준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고등법원이 없는 경기도내 주민들은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까지 다녀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수원지법 관내로부터 서울고법에 접수되는 항소심 사건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지난해 한 해 동안 서울고법에는 2만5천432건의 항소심 사건이 접수됐고 이 기간 수원지법에는 14.6%에 달하는 3천714건의 항소심 사건이 접수됐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을 뺀 4개 고법 평균 접수 건수(3천588건)보다 많다.
국회 법사위에 따르면 서울고법에는 민사 34개, 형사 13개, 행정 11개의 재판부(춘천 원외재판부 2개 제외)가 있지만 관할 중인 9개 지법, 11개 지원에서 올라오는 사건 수는 1만7천여 건이 접수되고 있다.
때문에 서울고법은 다른 고법에 비해 상당히 비대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수원지법의 고법 항소사건 수는 20%에 달해 서울고법 9개 법원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 마련과 다른 지역 간의 형평성 고심
법사위에서는 예산 마련과 다른 지역 간의 형평성을 고려해야한다는 이유로 심사대상으로 분류한 해당 법률안을 계류시키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상임위에서 경기고법 설치 관련법안은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상정돼 심사에 들어갔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사위에 따르면 경기고법 신설과 함께 경기고검 청사도 동시에 설립하게 된다. 이에 대해 법사위는 2013년부터 모두 3천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3년에만 고검에 필요한 878억여원을 제외하더라도 부지매입과 청사신축 등 고법 설치에 필요한 비용은 1천39억8천만 원이 든다.
2012년도 국유재산관리기금 중 국가기관 청사 신·증축을 위한 예산은 9천600억 원이며 이 가운데 법원청사 신·증축을 위한 국유재산관리기금은 970여억원이어서 60여억 원의 예산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여기에 법사위는 과연 도민들이 재판을 받으러 다니기 불편할 정도로 경기남부지역에서 서울까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지에 대한 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원유철·김진표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경기고법 설치법안 2건 외에 인천지법 서부지원과 부산지법 서부지원·창원지법 김해지원,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등 모두 7건의 법원 신설을 요구하는 법안이 함께 상정됐다.
때문에 경기고법 설치 관련법안에 대한 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회에 대한 기대감
경기고법 설치 관련법안은 지난 17대 국회인 2007년 당시 도내 40여명의 의원들과 함께 이기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후 올해까지 연인원 108명의 국회의원이 법안 발의에 참가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심사된 것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이뤄졌다.
당시 도민들은 나름대로 지역 변호사를 중심으로 범도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명운동을 벌여 7만8천여 명의 서명부를 작성, 국회와 대법원에 제출했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청구했다.
당시 법안을 발의한 정미경 의원이 국회에서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국회의원들도 팔을 걷고 나섰다.
외부에서의 열기와는 달리 정작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은 2008년 11월 소관위원회에 상정돼 법안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계류됐다.
이후 후반기에 접어든 지난해 용인 기흥 출신의 박준선 의원이 도내 유일한 지역구 의원으로 법사위에서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법안 통과가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 이렇다 할 결과없이 계류돼 있다가 올 5월 말에 자동폐기됐다.
이에 대해 지난 18대 국회 당시 법사위원들이 지나치게 서울지역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의 눈치를 봤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관계자는 “도민들의 불편만 해소하자는 게 아니라 그동안 서울고법이 겪고 있는 업무부담을 덜자는 명분이 있는 사안”이라며 “국회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검토해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한편, 경기고법 설치 관련법안은 21일 열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