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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통로서 환경 빼니 혈세 조형물만 남더라’[제 구실 못하는 생태통로] “500억 다람쥐 교량… 생태계 맥 끊는 인간의 욕심”

‘생태통로서 환경 빼니 혈세 조형물만 남더라’[제 구실 못하는 생태통로] “500억 다람쥐 교량… 생태계 맥 끊는 인간의 욕심”
안영국 기자  |  ang@kyeonggi.com
   
경기도시공사광교신도시 내 조성 중인 ‘500억 다람쥐 생태교량’을 둘러본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이 불필요하게 설치된 각종 시설물을 지적하고 있다. 추상철기자 scchoo@kyeonggi.com

동물들 위한 연구떮조사 무시
주민위한 ‘전시용 공간’ 전락
전문가들 “관리 일원화해야”

“야생동물이 지나지 않는 생태통로는 수억~수백억 예산만 퍼부은 조형물에 불과할 뿐입니다.”

26일 낮 12시께 경기도시공사가 조성 중인 ‘500억 다람쥐 생태교량’에서 만난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은 야생동물이 찾아오지 않는 생태통로는 사람을 위한 수억~수백억원짜리 콘크리트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는 야생동물(환경)이 아닌 사람(개발)의 관점에서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택지개발과 도로 건설 등을 추진하면서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를 수월히 받기위해 설치한 생태통로는 태생부터 생색내기용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국제자연환경교육재단 학장과 한국교육연구지원센터 이사장, 경기녹지재단 자문교수 등을 역임하면서 야생동ㆍ식물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환경분야 전문가다.

내달 준공을 앞둔 ‘500억 다람쥐 생태교량’을 구석구석 둘러본 그는 “생태통로가 제역할을 하려면 조성 전부터 인근 야생동물에 대한 심도높은 연구와 조사가 수반돼야 한다”면서 “이곳처럼 대부분의 생태통로가 이런 과정을 무시한 채 지어지고 있어 야생동물 없는 쓸모없는 공간으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도내 대부분의 생태통로가 출입구는 좁고, 내부는 넓게 조성되는데, 생태통로는 통로지 서식지가 아니다”면서 “출입구가 부채꼴로 퍼지면서 야생동물의 유입을 유도하는 한편, 부득이하게 산책로와 겹쳐진다면 가림막 등을 이용해 완벽하게 분리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본보가 취재한 도내 생태통로 대부분은 단절된 생태를 연계한다는 목적보다는 주민편의를 위한 시설에 가까웠으며, 이마저도 출입구가 비좁고 경사져 야생동물의 이용은 전무한 상황이다.

더욱이 일부 생태통로는 설치 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텃밭, 쓰레기 적치장 등으로 전락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다른 환경전문가들 역시 심도높은 연구와 조사가 수반된 후 생태통로를 조성해야 하며 사후관리 역시 일원화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충관 수원발전연구센터 사무국장은 “외국과 달리 국내 야생동물은 사람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이에 맞는 한국형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사후관리 역시 중구난방인 만큼, 정부 또는 경기도가 나서서 관리체계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명균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생태통로의 중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아직 이와 관련된 전문기관은 전무한 상황”이라면서 “경기도가 앞장서 유능한 재원을 선점하고 생태통로에 대한 연구와 발표 등의 활동을 전개한다면 국내 생태통로에 대한 의제를 앞장서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며 도내 생태통로 전문연구기관 구성을 제안했다.

안영국기자 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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