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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 없는 땅 매각만 고수…지역 세수감소·경제악화 '아랑곳'

가능성 없는 땅 매각만 고수…지역 세수감소·경제악화 '아랑곳'
공공기관 이전, 정부 무대책 일관
데스크승인 2012.11.15     

김연태기자/dusxo519@joongboo.com

지방 이전 대상 공공기관이 오는 2016년까지 지방으로 옮겨가면 지금 사용중인 건물과 땅은 무려 10년동안 방치됐던 ‘제2의 서울대 농생대’ 같은 문제가 벌어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부동산 붐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다.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의 옛 서울대 농생대는 2003년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뒤 10년동안 폐허로 방치됐다.

이전 결정시 ‘땅과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철저한 사전 준비없이 그대로 짐을 싸서 떠나도록 한 것이 원인이다.

수원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은 옛 농생대 터와 건물의 활용계획은 무려 10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겨우 밑그림을 그릴 수 잇게됐다.

‘제2의 서울대 농생대’ 같은 상황이 경기도 전역에서 일어날 날이 다가오고 있다.

경기지역에 소재한 공공기관 52곳이 이전 스케줄표에 의해 순차적으로 옮겨갈 예정이지만, 정부는 ‘매각’외에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무런 대책없이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떠나게 되면 도심 한복판에 텅빈 건물이 시한없이 방치되는 일이 현실이 될수 밖에 없다.

▶닮은 꼴 공공기관 37곳 어쩌나 = 정부는 2005년 ‘수도권발전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전국 172개 공공기관을 세종시 등 지방으로 이전키로 했다.

경기도에 자리한 대상기관은 52개다.

이중 국토해양인재개발원 등 12개 기관은 소유한 땅이 없고 국립특수교육원 등 3개 기관은 존치키로 했다.

나머지 37개 기관은 2016년까지 순차적으로 이전한다.

이들 기관이 이전할 땅만도 전체 1천27만㎡ 중 73%에 달하는 745만5천㎡다.

정부는 이전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 땅을 매각한다는 방침이지만 지금까지 매각된 곳은 과천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 고작 7곳이다.

팔아야 할 땅 중에 2.2%, 16만5천731㎡만 팔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5조8천211억원 가운데 3천629억원 어치다.

나머지 처분대상 24곳 가운데 14곳은 입찰을 진행중이지만 입찰자가 없어 번번이 유찰되고 있고, 16곳은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

수원 서둔동의 농업연수원(599억원)은 4차례, 안양 관양동 국토연구원은 3차례, 용인 에너지관리공단은 2차례 유찰되는 등 14곳이 1~4차례 유찰되고도 매각되지 않았다.

▶이전비용 마련이 족쇄…정부는 무대책 = 정부는 지난달 26일 이전 대상 공공기관의 부동산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농어촌공사가 사들여 되팔수 있도록 하는 종전부동산 매각 촉진대책을 내놓았다.

이전 대상 기관은 이들 3개 기관에게 우선 이전비용을 지원받고 되갚는 방식이다.

부동산이 헐 값에 매각될 수록 이전 대상 기관의 빚만 늘어나는 구조이다보니 30개 기관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14일까지 이들 기관에 매각을 요청한 곳은 안양시 소재 국립식물검역원(6천79㎡)과 국립종자원(5천424㎡),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6천612㎡) 3곳 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캠코 등에 매입을 요청할 경우 매각 금액이 매입 금액보다 적으면 이전 대상 공공기관들은 손실을 보전해줘야 한다”면서 “이는 이전대상 기관이 판단할 일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부지의 활용에 대해서는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지만 지자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들어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전 기관에 대해서는 관전자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있고, 떠나는 지역에 대해서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들은 당장 불어닥칠 세수 감소로 인한 타격이 걱정이다.

성남시의 경우 LH공사 통합본사를 비롯해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5곳이 이전할 경우 안정적으로 걷어오던 336억원의 지방세 수입이 사라진다. 공기업 직원 4천여명도 지역을 빠져 나가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도 우려하고 있다.

▶차기 정부 족쇄 풀어줄 대책 마련해야 =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정부는 수원, 화성, 용인, 성남 등 14개 시·군에 소재한 종전부동산을 아파트 용도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이전 비용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시·군들은 정부의 이런 계획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수도권 과밀해소를 이유로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는 정부가 아파트 개발로 더 심한 과밀현상을 일으키려 한다”면서 “이 경우, 지자체는 상수도보급 등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돼 재정난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해당 시·군들은 지방이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지금의 용도를 변경할 수 밖에 없다면 주거면적을 최대한 줄이고 공원 등 주민휴식공간과 R&D 시설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약속한 정비발전지구 도입을 조속히 추진해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고, 지역사회가 필요로하는 시설을 유치하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태성 경기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파트 분양 등은 지역의 자족성 측면에서 최대한 지양하고 지역이 필요한 생산적 시설을 유치할 수 있게 해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차기 정부는 이전부지 활용에 대해 정부의 손길을 끊고 지역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전부지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시·군이 지역발전이나 공공의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정부가 감정가 이하로 매각하거나 국유지를 시·군 및 경기도 토지와 맞바꾸는 방안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