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기(경실련 경기도협의회 사무처장)
대선을 맞아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정치개혁을 위해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공약했고 새누리당의 정몽준,이재오 국회의원도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전국의 시장?군수?구청장들도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를 포함한 실질적 지방분권 실천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고 한다. 평택시의회, 원주시의회 등 지방의회에서도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에서는 지방자치와 지역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을 배제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특히 1991년 지방자치선거가 부활할 때 정당공천을 배제했다가 중간에 정당공천이 가능하게 바뀐 기초의원의 경우는 반드시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이후 지방의회에서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먼저, 자치단체장과 집행부에 대한 지방의회의 견제,감시기능이 대폭 축소되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다수당은 같은 정당이 차지하고 있다. 영남,호남지역 등 특정정당이 지역의 정치권을 독식하고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수도권 지역의 경우도 한날, 한시에 진행되는 지방선거 결과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다수당은 대부분 같은 정당이다. 지방의회 다수당과 단체장이 같은 정당일 경우 소위 제왕적 단체장에 대한 지방의회의 견제기능은 크게 제약된다.
단체장에 대한 견제기능이 사라진 지방의회에 시민들이 관심과 참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둘째,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이 가능해지면서 국회에서나 보았던 정당간 극한적 대립이 지방의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의장단 선출 등 원구성이나 지역사회의 큰 현안에 대해 정당간 극한대립을 이어갔던 성남시의회, 안산시의회 등의 사례는 정당공천이 지방의회를 생활정치의 구현이나 주민참여를 통한 지역발전이라는 지방자치의 취지가 아니라 정당간 이전투구의 장으로 만든 대표적 사례이다. 셋째, 정당공천으로 인해 지방의원들은 주민의 대변자 보다는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 등 소속정당의 눈치를 보는 하위정치인으로 전락하게 된다.
재선을 위해서는 공천권을 가진 소속정당의 실세에게 줄을 설 수 밖에 없고 지역구 관리는 지방의원들의 일상이 되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활발히 활동했던 지방의원들이 공천에서 배제되어 아예 출마조차 못했던 수원시의 사례가 그 부작용을 보여주고 있다. 생활정치의 구현, 주민이 참여하는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은 폐지되어야 한다. 특히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후 부작용이 입증된 기초의회에 대한 정당공천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이나 진보정당의 지방의회 진출은 정당공천제를 폐지한 후 비레대표에 한해 정당에 대한 투표를 실시하는 것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대선후보들이나 국회의원들 조차 폐해를 인정하고 있는 기초의회에 대한 정당공천은 폐지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