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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굉장히 노력 많이 했는데..대단히 슬프다"

이국종 "굉장히 노력 많이 했는데..대단히 슬프다"
아주대병원 중중외상센터 탈락 기자회견..'정확한 탈락 이유 몰라'
데스크승인 2012.11.05     
   
▲ 2일 이국종 아주대 교수가 김문수 도지사가 연 경기지역 병원의 권역 중증외상센터 탈락과 관련된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기도청>

이복진기자/bok@joongboo.com

“대단히 슬프게 생각한다.”

지난 2일 오후 경기도청 브리핑룸. 인기 드라마 ‘골든타임’의 실존 모델이자, 국내 중증외상환자 치료의 ‘젊은 권위자’인 이국종 아주대학교 교수는 흰 가운을 입은 채로 단상에 섰다. 그리고 “슬프다”고 했다.

자신이 이끌고 있는 아주대병원 중중외상센터가 정부 지정 ‘권역 외상센터’에 포함되지 못한 데 대한 감정을 이 한마디 압축된 단어로 표현한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재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침통한 표정으로 경기도민에게 사과했다.

“경기도 전체 의료 중증외상환자 치료체계 발전을 위해 나름 처음부터 모든 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 데, 10년이 지나고 나니까 조금 조금씩 뿌리가 내려가고 있었는 데 그런 것에 대해서 별로 고려가 안된 점이 있는 것 같아서 굉장히 아쉽게 생각합니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에서는 사립의료기관이지만 많은 지원을 해주셨는데… 도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서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이억만리 오만으로 날아가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고, 이른바 ‘이국종법’으로 불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일등공신이 정확한 탈락 이유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과부터 한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 1일 전국 5개 병원을 권역별 중증외상센터로 선정했다는 발표를 하면서 ‘객관적으로 심사했다’는 것 외에는 아주대병원이 탈락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외상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고 효과적인 외상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권역외상센터 및 지역외상센터를 행정적·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법으로, ‘이국종법’이라고 불린다.

이 교수는 2011년 1월 발생한 삼호주얼리호 해적사건 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 중증 외상에 대응할 수 있는 권역외상센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심어줬다. 이후 이 교수는 여러 언론 인터뷰와 특강 등을 통해 외상 대응 시스템의 필요성을 역설해왔고, 이는 국회에서 이 법이 통과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교수는 정부에 대해 울분도 토해냈다.

“복지부 공식 발표에 따르면 아주대 병원 시스템에 문제가 있고, 저희 병원에만 큰 문제가 있어 탈락시켰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지금 전국에 중증외상 치료시스템 구축이 안되는 겁니다. 이런 일들이 더 이상 복지부에서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교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8대 국회 마지막 회기에 극적으로 처리되자, 중증외상환자 치료의 표준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그는 “저희가 제시했던 안은 일천한 지식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미국 학회에서 따른 표준지침서에 충실히 준해 부족한 인력과 시설에도 그 지침에 근접하겠다는 월드 스탠더드에 맞는 국제적 치료체계의 표준을 구축하려 했는데 이를 국내 현실에 맞지 않다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내 중증외상학계의 1인자는 중증외상환자 치료의 볼모지나 다름 없는 국내에 글로벌 스텐더드를 도입하려 했지만, 정부는 국내 현실을 운운하며 코리아 스탠더드에 집착했다는 얘기로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