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입성한 ‘박근혜 저격수’들
시사INLive 이숙이·천관율 기자 입력 2012.05.02 10:32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 주간지 < 시사IN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4·11 총선 이후 여권에서는 '박근혜 대선후보'가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작 친박 진영에서는 '박근혜 대세론'이 퍼지는 걸 무척 경계하지만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격이다.
이에 따라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조기에 상정하고 19대 국회 초반부터 집중 견제에 나설 태세다. 야권 처지에서 보면 다행스럽게도 19대 총선에서는 전략과 정책, 과거사 등 분야별로 전투력이 강한 '박근혜 저격수'들이 대거 배지를 달았다.
한층 세진 야권의 '이빨'들
19대 총선 결과를 보고 방송가의 시사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전혀 다른 맥락에서 미소를 지었다. "18대 때는 야당 의원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어서 토론 패널을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는데, 이제 패널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주목하는 야권의 '이빨'들은 민병두·김현미·우상호·최재천·정청래·노회찬·심상정 등 재선 그룹과 송호창·진선미·김현·서영교·이언주 등 초선 당선자들이다.
이 중에서도 '전투력' 하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가 김현미 당선자다. 김 당선자는 새누리당 텃밭(경기 고양 일산서구)에서 친박계로 분류되는 4선의 김영선 의원을 이기고 재선에 성공했다. 김 당선자는 비례대표 의원이던 17대 국회 때도 박근혜 견제의 선봉에 섰다. 박 위원장이 자기 생각 없이 수첩에 적힌 것만 읽는다며 '수첩공주'라 이름을 붙인 것도 김 당선자이고, 박 위원장에게 '유신공주'라는 딱지를 붙인 이도 김 당선자다.
김 당선자는 "이제 저격수는 그만하고 싶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2007년 정동영 후보 대변인을 하면서 BBK 사건을 물고 늘어졌다가 이명박 후보 측으로부터 고소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박근혜 대망론이 나오자 "무슨 일이 있어도 박근혜는 안 된다"라며 재차 전의를 다졌다.
이번 총선에서는 김현미 당선자 말고도 유은혜(경기 고양 일산동구), 서영교(서울 중랑갑), 김현(비례대표) 등 당 대변인단 출신 여성 전사가 대거 배출됐다. 과거 대선·총선 등 주요 국면에서 야권의 '입' 노릇을 맡아 숱한 전과를 올린 인물들이다. 유은혜 당선자는 박선숙 전 사무총장과 함께 고 김근태 상임고문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미모 뒤에 단단한 심지를 숨기고 있는 사람"이라는 게 주변의 평이다.
서영교 당선자는 열린우리당 시절 유 당선자와 함께 여성 부대변인 쌍두마차로 활약했다.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참모로 정치에 입문했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냈다. 2007년 대선 때 문국현 후보 대변인을 맡았던 장유식 변호사가 남편이다.
'이해찬 계보'로 정치에 입문한 김현 당선자는 김현미 당선자와 함께 기자들 사이에서 '현 시스터스'로 불리곤 했다. 역시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냈고 이번 총선에서는 중앙선대위 대변인을 맡아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등 대여 공세에 앞장섰다.
새누리당에서는 나경원·조윤선·정옥임 등 여성 대변인 출신이 대부분 예선·본선에서 탈락했고,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던 김희정 당선자(부산 연제)만 생환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에서 다크호스가 출현하지 않는 한, 원내에서는 당분간 야권 여성들의 입심이 더 우세할 전망이다.
민병두·우상호 당선자는 전략과 토론에 능한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민 당선자는 2004년 총선과 2007년 대선에서 전략 홍보 사령탑을 맡았고, 우 당선자는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에서는 대변인을, 이번 총선에서는 중앙당 전략홍보본부장을 맡아 큰 선거를 치렀다.
< 문화일보 > 정치부장 출신인 민 당선자는 이번 총선에서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의 허점을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했다. 인지도는 높지만 지역구 관리에 소홀하다는 점, 그래서 지역 주민들의 원성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간파해 그 공간을 메워간 것이다. 하루에 20건 이상 일정을 소화하며 홍 전 대표를 꺾은 민 당선자는 벌써부터 각종 인터뷰에 나가 총선의 아쉬움을 분석하고 대선 전략을 설파하고 있다. "안철수 원장은 절대 민주당에 안 들어올 테니 거기에 맞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진행하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486의 대표주자 가운데 한 명인 우상호 당선자는 6월9일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입성을 모색 중이다. 이인영 전 최고위원에 이어 이제는 자신이 지도부에 들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올해 대선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송호창·진선미·이언주 당선자는 민주통합당이 기대하는 '앙팡테리블'이다. 법조계의 '꽃미남'으로 불리는 송호창 당선자는 이미 2008년 촛불집회 당시 각종 토론회에서 논리력을 선보인 바 있고, 그때 얻은 대중성을 발판 삼아 안상수 전 새누리당 대표가 내리 4선을 한 경기도 과천·의왕에 야당 깃발을 꽂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과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했고, 정연주 전 KBS 사장 소송 등을 대리해서 승소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그를 가리켜 "자신을 던져 정의를 실현할 사람"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1972년생인 이언주 당선자(경기 광명을) 역시 광명의 18년 터줏대감인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이긴 악바리다. 주로 기업 변호를 맡아 대기업의 최연소 여성 임원이 되기도 했던 그는 "중소기업을 지원해 대기업만 독식하는 경제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라며 경제 민주화를 강하게 주창한다.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5번인 진선미 당선자는 민변 출신의 여성 인권 전문가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등과 함께 호주제 폐지를 주도했고, 배우 최진실씨가 사망했을 때는 전남편 조성민씨와의 소송에서 최씨 유족 측을 대리하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민주통합당에서는 최원식(인천 계양을), 박민수(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 전해철(경기 안산 상록갑), 박범계(대전 서을) 등 인권과 노동에 밝은 변호사가 여럿 19대 국회에 진출했다. 대장 격인 문재인 당선자(부산 사상)를 비롯해 법조 초선들의 박근혜 견제가 치열할 것임을 예고한다.
정책 경쟁 승리로 이끌 전문가들
민주당은 정책에서도 박근혜 위원장과 확실한 대립각을 세울 인물을 다수 포진시켰다. 경제·복지·남북관계 등 연말 대선에서 화두가 될 핵심 정책 전문가들을 다수 국회에 입성시킨 민주당은, 대선까지 8개월 동안 정책 경쟁에서 승리를 거둬야만 대선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고 판단한다.
경제정책 분야에서는 비례대표 4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홍종학 당선자가 가장 눈에 띈다. 가천대 교수(경제학) 출신인 홍 당선자는 민주당 경제민주화추진본부장을 맡아, 여야가 모두 화두로 내놓는 경제 민주화 정책 경쟁을 주도할 예정이다.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출신으로 재벌 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다. 대형마트 규제를 강화하는 등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선 중점을 둔다.
비례대표 6번인 김용익 당선자는 복지 분야에서 민주당이 내세우는 대표 카드다. 서울대 교수(의학)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지낸 김 당선자는 의료계를 가장 긴장시키는 초선 의원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의사들의 반발을 뚫고 의약분업을 관철했고, 최근에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들고 나왔다. 60%대에 머무는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90%대까지 끌어올려 실질적인 무상의료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당선자는 전공 격인 의료체계를 넘어 보편적 복지정책을 생산하는 사령탑이다. 민주당 보편적복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보건복지위 배치가 전망된다.
비례대표 3번 은수미 당선자는 민주당이 기대하는 비밀 병기다. 한국노동연구원 출신인 은 당선자는 비정규직 문제에서 이론과 현장을 겸비한 전문가로 손꼽힌다. 노동계에서도 "19대 국회에 '진짜 선수'가 들어갔다"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박근혜 위원장의 취약점으로 평가되는 노동복지 분야에서 활약해줄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하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 배치가 확실시된다.
남북관계 전문가로는 서울 성동을에서 당선한 홍익표 교수가 포진했다. 홍 당선자는 논란 끝에 공천을 반납한 임종석 전 의원과의 인연으로 공천을 받아 '사천(私薦)' 논란을 겪기도 했지만, 현역인 김동성 새누리당 의원을 500표 차이로 따돌리고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홍 당선자는 새누리당 조명철 당선자(비례대표)와 공동으로 < 비핵·개방 3000 구상:남북 경제공동체 형성방안 > 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탈북자 출신인 조 당선자와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돌아온 배지' 중에서도 정책 저격수의 구실이 기대되는 얼굴이 있다. 17대 국회 재정경제위(현 기획재정위)에서 우수 의원상을 휩쓸었던 통합진보당 심상정 당선자(경기 고양 덕양갑)는 19대 국회에서도 경제 관련 상임위에 들어가 진보적 경제정책을 펼치기를 원하고 있다. 다만 13석인 통합진보당은 사실상 한 상임위에 한 명씩 배치할 수밖에 없어서 당내 교통정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원외에 있을 때에도 민주당 텔레비전 토론의 단골이었을 정도로 정책 이해와 토론 능력이 뛰어난 최재천 당선자(서울 성동갑)는 전천후 카드로 손꼽힌다.
과거사, 박근혜의 덫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박근혜 위원장에게 대단한 후광이지만, 한편으로는 걸머질 짐이기도 하다. 박 위원장의 한 측근은 "박 위원장이 이번 대선을 계기로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어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이번 대선에서야말로 박 전 대통령과 그의 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벼른다. 박정희 정권과 연루된 '과거사'가 첨예한 대선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사와 관련해 주목받는 야권 3인방은 배재정·인재근·전순옥 당선자다.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7번인 배재정 당선자는 민주당이 박 위원장과 정수장학회 문제를 공격하기 위해 깜짝 발탁한 대표 사례다. 총선 과정에서도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끊임없이 거론하며 박근혜 위원장을 공격했던 문재인 당선자가 < 부산일보 > 노조의 추천을 받아 배 당선자를 천거했다고 한다. < 부산일보 > 기자를 하다 2007년 명예퇴직한 배 당선자는 이전에는 문재인 당선자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배 당선자는 "이번이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 또 마지막 기회라는 문재인 고문의 얘기를 듣고 마음이 움직였다"라고 말해 이 문제를 제1이슈로 다룰 것임을 확인했다.
이제는 고인이 된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부인 인재근 당선자(서울 도봉갑)와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1970년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전순옥 당선자(비례대표 1번)는 두 사람의 삶 자체가 박정희 시대에 대한 성찰을 웅변한다. 김근태 전 고문은 군사 독재에 항거하며 각종 재야 단체에서 활동하다 수배와 투옥을 반복한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대부다. 인재근 당선자는 그런 김근태의 '바깥사람'으로 불리며 민주화운동을 함께 수행한 동지다. 1987년에는 '로버트케네디 인권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김 전 고문이 지난해 12월30일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한 뒤 "남편의 유지인 2012년을 점령하기 위해 뭔가 하겠다" "김근태가 하늘의 일을 보는 동안 저는 땅의 일을 맡으려 한다"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오빠가 분신할 당시 16세였던 전순옥 당선자는 22세까지 청계천 봉제공장에서 일했고,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와 함께 이 땅의 민주화·노동해방을 부르짖은 현장 운동가 출신이다. 이후 런던으로 유학을 가 한국의 1970년대 여성노동 운동사를 다룬 < 그들은 기계가 아니다 > 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1년 귀국 후 또다시 서울 창신동 봉제공장 시다로 일하다 발각된 후 2003년에 직접 사회적 기업인 '참 신나는 옷'을 설립해 운영해왔다. '참 신나는 옷'은 전태일 열사가 꿈꿨던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는 작업 환경에서, 하루 9시간씩 주5일 근무하고도 적정 임금을 받는,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는 회사다. 전 당선자는 "대한민국이 그동안 잘 먹고 잘사는 나라가 되었는데, 왜 봉제공장 시다들은 여전히 열악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민주통합당에서 저를 비례대표로 뽑아준 그 의미와 뜻을 꼭 성공시키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 밖에 1970년대 최대 공안 사건인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으나 노무현 정권에서 민주화 유공자로 재평가받은 시민운동계의 대부 이학영 당선자(경기 군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과 방송위 부위원장을 지낸 언론 전문가로 정수장학회와 정권의 언론 장악 문제 등을 물고 늘어질 최민희 당선자(비례대표 19번) 등도 박 위원장을 괴롭힐 야권의 비밀 병기로 꼽힌다.
이숙이·천관율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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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조기에 상정하고 19대 국회 초반부터 집중 견제에 나설 태세다. 야권 처지에서 보면 다행스럽게도 19대 총선에서는 전략과 정책, 과거사 등 분야별로 전투력이 강한 '박근혜 저격수'들이 대거 배지를 달았다.
한층 세진 야권의 '이빨'들
19대 총선 결과를 보고 방송가의 시사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전혀 다른 맥락에서 미소를 지었다. "18대 때는 야당 의원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어서 토론 패널을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는데, 이제 패널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주목하는 야권의 '이빨'들은 민병두·김현미·우상호·최재천·정청래·노회찬·심상정 등 재선 그룹과 송호창·진선미·김현·서영교·이언주 등 초선 당선자들이다.
이 중에서도 '전투력' 하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가 김현미 당선자다. 김 당선자는 새누리당 텃밭(경기 고양 일산서구)에서 친박계로 분류되는 4선의 김영선 의원을 이기고 재선에 성공했다. 김 당선자는 비례대표 의원이던 17대 국회 때도 박근혜 견제의 선봉에 섰다. 박 위원장이 자기 생각 없이 수첩에 적힌 것만 읽는다며 '수첩공주'라 이름을 붙인 것도 김 당선자이고, 박 위원장에게 '유신공주'라는 딱지를 붙인 이도 김 당선자다.
이번 총선에서는 김현미 당선자 말고도 유은혜(경기 고양 일산동구), 서영교(서울 중랑갑), 김현(비례대표) 등 당 대변인단 출신 여성 전사가 대거 배출됐다. 과거 대선·총선 등 주요 국면에서 야권의 '입' 노릇을 맡아 숱한 전과를 올린 인물들이다. 유은혜 당선자는 박선숙 전 사무총장과 함께 고 김근태 상임고문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미모 뒤에 단단한 심지를 숨기고 있는 사람"이라는 게 주변의 평이다.
서영교 당선자는 열린우리당 시절 유 당선자와 함께 여성 부대변인 쌍두마차로 활약했다.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참모로 정치에 입문했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냈다. 2007년 대선 때 문국현 후보 대변인을 맡았던 장유식 변호사가 남편이다.
'이해찬 계보'로 정치에 입문한 김현 당선자는 김현미 당선자와 함께 기자들 사이에서 '현 시스터스'로 불리곤 했다. 역시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냈고 이번 총선에서는 중앙선대위 대변인을 맡아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등 대여 공세에 앞장섰다.
새누리당에서는 나경원·조윤선·정옥임 등 여성 대변인 출신이 대부분 예선·본선에서 탈락했고,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던 김희정 당선자(부산 연제)만 생환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에서 다크호스가 출현하지 않는 한, 원내에서는 당분간 야권 여성들의 입심이 더 우세할 전망이다.
민병두·우상호 당선자는 전략과 토론에 능한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민 당선자는 2004년 총선과 2007년 대선에서 전략 홍보 사령탑을 맡았고, 우 당선자는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에서는 대변인을, 이번 총선에서는 중앙당 전략홍보본부장을 맡아 큰 선거를 치렀다.
486의 대표주자 가운데 한 명인 우상호 당선자는 6월9일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입성을 모색 중이다. 이인영 전 최고위원에 이어 이제는 자신이 지도부에 들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올해 대선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송호창·진선미·이언주 당선자는 민주통합당이 기대하는 '앙팡테리블'이다. 법조계의 '꽃미남'으로 불리는 송호창 당선자는 이미 2008년 촛불집회 당시 각종 토론회에서 논리력을 선보인 바 있고, 그때 얻은 대중성을 발판 삼아 안상수 전 새누리당 대표가 내리 4선을 한 경기도 과천·의왕에 야당 깃발을 꽂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과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했고, 정연주 전 KBS 사장 소송 등을 대리해서 승소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그를 가리켜 "자신을 던져 정의를 실현할 사람"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5번인 진선미 당선자는 민변 출신의 여성 인권 전문가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등과 함께 호주제 폐지를 주도했고, 배우 최진실씨가 사망했을 때는 전남편 조성민씨와의 소송에서 최씨 유족 측을 대리하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민주통합당에서는 최원식(인천 계양을), 박민수(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 전해철(경기 안산 상록갑), 박범계(대전 서을) 등 인권과 노동에 밝은 변호사가 여럿 19대 국회에 진출했다. 대장 격인 문재인 당선자(부산 사상)를 비롯해 법조 초선들의 박근혜 견제가 치열할 것임을 예고한다.
정책 경쟁 승리로 이끌 전문가들
민주당은 정책에서도 박근혜 위원장과 확실한 대립각을 세울 인물을 다수 포진시켰다. 경제·복지·남북관계 등 연말 대선에서 화두가 될 핵심 정책 전문가들을 다수 국회에 입성시킨 민주당은, 대선까지 8개월 동안 정책 경쟁에서 승리를 거둬야만 대선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고 판단한다.
경제정책 분야에서는 비례대표 4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홍종학 당선자가 가장 눈에 띈다. 가천대 교수(경제학) 출신인 홍 당선자는 민주당 경제민주화추진본부장을 맡아, 여야가 모두 화두로 내놓는 경제 민주화 정책 경쟁을 주도할 예정이다.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출신으로 재벌 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다. 대형마트 규제를 강화하는 등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선 중점을 둔다.
비례대표 6번인 김용익 당선자는 복지 분야에서 민주당이 내세우는 대표 카드다. 서울대 교수(의학)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지낸 김 당선자는 의료계를 가장 긴장시키는 초선 의원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의사들의 반발을 뚫고 의약분업을 관철했고, 최근에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들고 나왔다. 60%대에 머무는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90%대까지 끌어올려 실질적인 무상의료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당선자는 전공 격인 의료체계를 넘어 보편적 복지정책을 생산하는 사령탑이다. 민주당 보편적복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보건복지위 배치가 전망된다.
비례대표 3번 은수미 당선자는 민주당이 기대하는 비밀 병기다. 한국노동연구원 출신인 은 당선자는 비정규직 문제에서 이론과 현장을 겸비한 전문가로 손꼽힌다. 노동계에서도 "19대 국회에 '진짜 선수'가 들어갔다"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박근혜 위원장의 취약점으로 평가되는 노동복지 분야에서 활약해줄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하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 배치가 확실시된다.
남북관계 전문가로는 서울 성동을에서 당선한 홍익표 교수가 포진했다. 홍 당선자는 논란 끝에 공천을 반납한 임종석 전 의원과의 인연으로 공천을 받아 '사천(私薦)' 논란을 겪기도 했지만, 현역인 김동성 새누리당 의원을 500표 차이로 따돌리고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홍 당선자는 새누리당 조명철 당선자(비례대표)와 공동으로 < 비핵·개방 3000 구상:남북 경제공동체 형성방안 > 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탈북자 출신인 조 당선자와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돌아온 배지' 중에서도 정책 저격수의 구실이 기대되는 얼굴이 있다. 17대 국회 재정경제위(현 기획재정위)에서 우수 의원상을 휩쓸었던 통합진보당 심상정 당선자(경기 고양 덕양갑)는 19대 국회에서도 경제 관련 상임위에 들어가 진보적 경제정책을 펼치기를 원하고 있다. 다만 13석인 통합진보당은 사실상 한 상임위에 한 명씩 배치할 수밖에 없어서 당내 교통정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원외에 있을 때에도 민주당 텔레비전 토론의 단골이었을 정도로 정책 이해와 토론 능력이 뛰어난 최재천 당선자(서울 성동갑)는 전천후 카드로 손꼽힌다.
과거사, 박근혜의 덫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박근혜 위원장에게 대단한 후광이지만, 한편으로는 걸머질 짐이기도 하다. 박 위원장의 한 측근은 "박 위원장이 이번 대선을 계기로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어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이번 대선에서야말로 박 전 대통령과 그의 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벼른다. 박정희 정권과 연루된 '과거사'가 첨예한 대선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사와 관련해 주목받는 야권 3인방은 배재정·인재근·전순옥 당선자다.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7번인 배재정 당선자는 민주당이 박 위원장과 정수장학회 문제를 공격하기 위해 깜짝 발탁한 대표 사례다. 총선 과정에서도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끊임없이 거론하며 박근혜 위원장을 공격했던 문재인 당선자가 < 부산일보 > 노조의 추천을 받아 배 당선자를 천거했다고 한다. < 부산일보 > 기자를 하다 2007년 명예퇴직한 배 당선자는 이전에는 문재인 당선자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배 당선자는 "이번이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 또 마지막 기회라는 문재인 고문의 얘기를 듣고 마음이 움직였다"라고 말해 이 문제를 제1이슈로 다룰 것임을 확인했다.
이제는 고인이 된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부인 인재근 당선자(서울 도봉갑)와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1970년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전순옥 당선자(비례대표 1번)는 두 사람의 삶 자체가 박정희 시대에 대한 성찰을 웅변한다. 김근태 전 고문은 군사 독재에 항거하며 각종 재야 단체에서 활동하다 수배와 투옥을 반복한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대부다. 인재근 당선자는 그런 김근태의 '바깥사람'으로 불리며 민주화운동을 함께 수행한 동지다. 1987년에는 '로버트케네디 인권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김 전 고문이 지난해 12월30일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한 뒤 "남편의 유지인 2012년을 점령하기 위해 뭔가 하겠다" "김근태가 하늘의 일을 보는 동안 저는 땅의 일을 맡으려 한다"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오빠가 분신할 당시 16세였던 전순옥 당선자는 22세까지 청계천 봉제공장에서 일했고,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와 함께 이 땅의 민주화·노동해방을 부르짖은 현장 운동가 출신이다. 이후 런던으로 유학을 가 한국의 1970년대 여성노동 운동사를 다룬 < 그들은 기계가 아니다 > 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1년 귀국 후 또다시 서울 창신동 봉제공장 시다로 일하다 발각된 후 2003년에 직접 사회적 기업인 '참 신나는 옷'을 설립해 운영해왔다. '참 신나는 옷'은 전태일 열사가 꿈꿨던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는 작업 환경에서, 하루 9시간씩 주5일 근무하고도 적정 임금을 받는,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는 회사다. 전 당선자는 "대한민국이 그동안 잘 먹고 잘사는 나라가 되었는데, 왜 봉제공장 시다들은 여전히 열악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민주통합당에서 저를 비례대표로 뽑아준 그 의미와 뜻을 꼭 성공시키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 밖에 1970년대 최대 공안 사건인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으나 노무현 정권에서 민주화 유공자로 재평가받은 시민운동계의 대부 이학영 당선자(경기 군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과 방송위 부위원장을 지낸 언론 전문가로 정수장학회와 정권의 언론 장악 문제 등을 물고 늘어질 최민희 당선자(비례대표 19번) 등도 박 위원장을 괴롭힐 야권의 비밀 병기로 꼽힌다.
이숙이·천관율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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