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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안철수를 보는 박근혜와 문재인의 복잡한 속내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안철수를 보는 박근혜와 문재인의 복잡한 속내

MBN | 입력 2012.09.21 17:10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하자마자 지지율 상승이 아주 가파릅니다.

리얼미터 안철수 후보가 출마선언한 19일과 20일 전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신뢰도 95%, 오차±2.5%p)를 보면, 양자대결에서 안 후보는 49.9%로 44%를 보인 박근혜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습니다.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 야권 단일후보 대결에서도 안 후보가 44.8%로 34.8%를 보인 문 후보를 10%포인트 앞섰습니다.

다자대결을 볼까요?

박근혜 후보 35.9%, 안철수 후보 32.6%, 문재인 후보 19.7%를 보였습니다.

박 후보는 지난주보다 5.1%p 떨어졌고, 안 후보는 5.9%포인트 올랐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변동폭이 없었습니다.

박 후보에게서 빠진 지지율이 고스란히 안 후보에게 간 걸까요?

전문가들은 안철수 후보가 등장하면서 무당파와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가 대거 몰렸다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안철수 후보는 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과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모두 참배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도 분명히 배울 게 있다는 뜻일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만 찾은 문재인 후보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분열의 정치가 아닌 통합의 정치, 덧셈의 정치를 하겠다는 그의 말이 실천으로 옮겨지는 것일까요?

경제민주화 논의에서도 중도 성향의 표를 흡수하겠다는 의도는 다분히 엿보입니다.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재벌개혁을 강조했던 안 후보는 대선 출마선언에서는 경제민주화와 성장동력을 같이 얘기했습니다.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대선후보(9월19일)

- "경제 민주화 논의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 들었던 것이 경제 민주화, 복지도 성장동력 가진 상태에서 가능합니다. 자전거 바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성장 일자리 창출되면 동시에 그 재원이 경제 민주화 복지 쪽으로 가고 다시 경제 민주화와 복지가 사람들의 창의력 불어 넣어주면서 혁신경제로 이전되는 선순환 구조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안 후보는 박근혜 표 경제민주화는 성장에만 국한되고, 문재인 표 경제민주화는 분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한가운데 성을 쌓고 점점 더 외연을 넓혀가는 형국입니다.

이를 바라보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속내는 어떨까요?

박근혜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선의의 정책경쟁 선언을 하자만 세 후보가 빨리 만나자는 제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

- "그거 뭐 선거를 깨끗한 선거를 치르자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그건 저도 누누이 강조해온 바고 이거는 뭐 어떤 선언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올바르다면 다 알고 있고 실천을 해야 한다는 거고 만나는 거야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거고."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는 말이 박 후보의 솔직한 속내일까요?

아니면, 선언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해야 한다는 말이 진짜 속내일까요?

솔직히 저는 후자 쪽인 것 같습니다.

박 후보의 말은 선의의 정책경쟁을 하자는 것은 박 후보 역시 수 없이 강조했던 것이고, 별반 새로운 제안이 아니라는 걸까요?

말로만 떠드는 게 아니라 진짜 실천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일까요?

박 후보는 어쩌면 안 후보 제안을 사실상 거절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문재인 후보 역시 수동적이긴 마찬가지입니다.

문재인 캠프 진선미 대변인은 '문 후보는 박근혜 후보든 누구든 다 만날 수 있다. 다만, 만나서 무얼 하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후보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새누리당에서는 대대적으로 안철수 흠집 내기에 들어갔습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경제민주화가 성장동력과 상충하는 것처럼 설명하는 자체가 그 사람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혹평했습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박선숙 민주통합당 전 의원을 안철수 캠프의 선대본부장으로 선임한 것을 놓고 '호객꾼'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잠깐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

- "안철수 후보의 역할은 정치판의 호객꾼 역할입니다. 손님 끌어다 놓고 박원순 시장에 슬쩍 넘기는 역할 했는데 이번에도 민주통합당에 손님을 넘기는 그런 식의 역할을 하려고 한 건 아닌지 의심이 갑니다."

전략기획통인 박선숙 전 의원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후보 단일화 가교 역할을 하려고 일부러 안 캠프에 갔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민주통합당도 이런 이한구 원내대표 생각과 어느 정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사무총장까지 지낸, 뼛속까지 민주통합당 사람인 박선숙 전 의원이 탈당해 안철수 캠프로 갔는데도 그다지 기분 나빠 하지 않는 표정입니다.

우상호 최고위원은 '박선숙 의원의 특성이 이렇게 친정을 버리고 자기만 잘살겠다고 도망가는 그런 분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후보 단일화를 통해 다시 한 식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을 하는 걸까요?

그러나 안철수 후보를 바라보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속내는 확연히 다른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안철수 후보를 공격하면서도 어쩌면 안 후보가 무소속으로 끝까지 대선 레이스를 완주해주길 기대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3자 구도로 가면 박근혜 후보가 필승이니까요.

그러나 이런 기대는 말 그대로 '순진한' 기대일지 모릅니다.

박근혜 캠프에서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 단일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박 캠프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모두의 약점을 찌르는 다중 공격을 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일 것 같습니다.

민주통합당 속내는 더 복잡합니다.

결국은 한배를 탈 운명 공동체라 예의를 갖춰야 하지만,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로 후보 단일화가 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더라도 민주통합당에 입당한다면 모를까 말입니다.

그래서 위험 가능성이 큰 안철수 후보보다는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될 수 있도록 안 후보도 적당히 견제해야 합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9월20일)

- "저는 질 수가 없는 경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기 단일화 촉구할 필요 없습니다. 협상을 통한 단일화 연연해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담담하게 경쟁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과거와 다른 좋은 경쟁 아름다운 경쟁 해야겠죠. 경쟁하는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점점 우리가 더 유리해지고 우위에 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당이 제대로 변화하면서 경쟁하기만 하면 단일화 경쟁에서도 우리가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박근혜 후보에게 안철수 후보란 적인듯싶지만, 잘만 하면 아군이 될 수 있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문재인 후보에게 안철수 후보란 동지인듯싶지만, 잘못하면 적이 될 수 있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지난 3월 한 대학강연에서 '자신의 존재는 양 진영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것'이라고 말한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과연 끝까지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까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hokim@mbn.co.kr] MBN 뉴스 M (월~금, 오후 3~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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