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일간지 ‘슈피겔’ 최근호에 따르면, 국가 부도에 직면한 그리스에서 경제위기 이후 자살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리스는 국민 대부분이 자살을 허용하지 않는 그리스 정교회 신자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 가장 자살이 적은 국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자살이 급증해 6월 한달간 아테네에서 350명이 자살을 시도했고, 이중 50명이 실제 저 세상으로 갔다.
대부분의 자살 시도자들은 중산층이었고, 대중의 관심을 끌기위한 정치적인 자살 시도도 많았다고 슈피겔은 분석했다. 지난 4월 아테네 시내의 산티그마 광장에서 권총 자살한 드미트리스 크리스토울라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77세의 약사인 그는 정부의 긴축 재정으로 연금이 줄자 생활고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주머니에선 “35년동안 연금을 내왔지만 정부는 이제와 연금으로 살아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며 “휴지통의 음식물을 찾아 나서기 전에 위엄있는 최후를 맞는 것 밖에 길이 없다”고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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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스의 자살은 그리스 전역을 들끓게 만들었고,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모방 자살도 이어졌다. 그리스 정부가 핫라인 설치 등 자살 방지에 나섰지만 자살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자살은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하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8년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살 사망자는 매년 100만명에 달한다. 40초에 1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것이다. 전쟁과 살인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10년 자살 사망자 수가 1만5천566명으로 하루 평균 42.6명을 기록했다. 인구 10만명당 31.2명으로 OECD 평균의 3배 가까이 된다. 이로 인해 자살공화국의 오명을 들은 지 오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살 증가속도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다는 것이다.
높은 자살률은 우리 사회가 끔찍한 중병에 걸렸다는 방증이다. 개인적이라기 보다는 사회병리적인 현상이다.
자살 충동 이유를 보면 10대는 성적과 진학 문제로, 20대에서 50대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으로 조사됐다. 60대 이상에서는 빈곤과 외로움, 만성질환을 지목했다. 치열한 경쟁과 양극화로 인한 빈부격차, 상대적 빈곤이 자살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살은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풀어야 할 숙제다.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과 함께 자살을 막기 위한 종합 대책과 예방시스템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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