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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6개월 밑바닥 제대로 배워야 사장님 소리 들을 것

최소 6개월 밑바닥 제대로 배워야 사장님 소리 들을 것
수원시창업지원센터 입주기업 이기순 제일거장 대표
데스크승인 2012.09.12   이효선 | hyosun@joongboo.com  

   
어깨 힘만 주는 창업은 必敗 …밑바닥 제대로 배워야 사장님 소리 들을 것. 강제원기자/jewon@joongboo.com
그는 신용불량자다. 연거푸 사업에 실패해 결국 파산 선고를 받았다. 자칫 나락에 빠질 수 있던 순간 재기를 선택했다. 지난 5월 수원시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해 모바일마케팅 서비스기업인 ‘제일거장’을 이끌고 있는 이기순(50)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에게 ‘포기’란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단어에 지나지 않는다. 실패는 있을지언정 그의 사전에 포기란 없다. 수 차례 부도를 이겨내고 오뚝이처럼 새롭게 도전하는 그를 지난 7일 수원시창업지원센터 2층 제일거장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씨는 직장인들에게 “창업하지 마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만큼 창업이 녹록치 않다는 것. 그러나 꼭 창업을 해야한다면 “6개월간 그 분야의 밑바닥부터 배워라. 자신을 맹신하지 말고 다른 이와 기관의 도움을 구하라”고 했다. 직장으로부터의 도피나 순간의 열정이 아니라 창업을 향한 뚜렷한 신념이 필요하다는,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이었다.



#대기업병을 아시나요?

8년 전만 해도 어엿한 대기업 직원이던 이씨는 창업전선에 뛰어든 순간을 비로소 “사회에 나왔다”고 표현했다. 매 순간 고비와 곳곳에 좌초가 도사린 창업기를 평탄한 회사 생활과 감히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단다. 스스로도 자신의 인생을 사회에 뛰어들기 전과 후로 구분한다.

부산 출신의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당시 체신부 9급 공무원으로 입사했다. 사명이 한국전기통신공사와 KT로 변경되는 동안 20년 넘게 기술운영직과 법인영업단 등에 몸 담았다. 2004년부터 4년간 114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 기업인 KTS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대기업에 있을 땐 내가 잘해서 실적이 높은 줄 알았어요. KT는 사회가 아니에요, 그냥 직장이지. KTS에서의 경험이 사회로 나오는 완충 역할을 했습니다. 여성이 95%인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죠. 100원으로 스트레스 푸는 사람들의 전화도 엄청나구요.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잔뜩 늘어놓고, 변태도 그런 변태들이 없어요.”

이씨는 2008년 퇴직자금으로 안양의 한 대학 앞에 스파게티 음식점을 차렸다. 그의 첫 번째 창업이었다. 인근에서 손에 꼽히는 큰 규모의 점포를 열며 품은 장밋빛 청사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첫달부터 적자였다. 1년간 매달 500만원씩 손해를 봤다. 퇴직금 1억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군 제대 후 복학도 못하고 가게 일을 도와준 큰아들(29)에겐 지금도 미안한 마음 뿐이다.

점포를 정리한 후 보험상품 판매에 뛰어든 적도 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 탓에 ‘자폭’했다. 집 한 채 날리고 사글세를 내는 세입자 신세가 됐다.

결국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싶었다. 기업에서의 근무 경험을 살려 정보지식사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역시 대기업에서 퇴직한 친형과 함께 (주)제일거장을 세웠다. 그는 당시 형제에게 ‘대기업병’(?)이 배어있었다고 고백했다.

“아쉬울 것 없이 떵떵거리며 대기업 다녔는데, ‘가오’(폼을 속되게 이르는 말)가 있지 분식집 같은 건 못 차리겠더라고요. ‘대기업병’이 도진 거예요. 강남에 사무실 차리고 경리도 고용했어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매출이 없는 겁니다.”

실시간 동영상으로 상점 내부를 중계하는 ‘우리 동네 상점’이란 IPTV서비스를 제공했다. 독특한 채널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반짝 인기였다. 종업원과 손님은 감시를 받는다고 느꼈다. 경쟁점포가 볼 수 있다는 것도 금세 인기가 시들해진 원인이었다. 그는 돌이켜보니 “실패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파산 선고...그래도 재기를 노린다

거기다 서울의 한 복합대형몰에 들어가 사업을 키워보겠다는 욕심이 화를 불렀다. 막상 입주해 보니 입점 업체 수도, 방문객 수도 기대 이하였다. 온갖 물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까지 복합몰에 들어서니 중소자영업체들은 그야말로 버틸 수 없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복합몰 측에선 고객유입효과를 주장하며 두 번째 대형마트를 유치하려하자 다른 중소업체들과 함께 들고 일어났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저항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강제 퇴거였다. 결국 적자가 억대로 늘면서 폐업했다. 이씨는 파산 선고를 받았다. 결국 남의 일로만 여기던 신용불량자가 됐다. 순식간이었다. 아내와도 이혼했다. 더 이상 고생시키긴 싫었다.

그에겐 이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 한 번의 선택으로 일이 어그러지고, 극복하면 할수록 미궁으로만 빠졌다.

“답답하고 갑갑했죠. 오히려 손을 털게 될 때 기분이 괜찮았어요. 내 선택이 잘못된 거니 세상에 원망은 안 해요.”

우여곡절을 겪은 그인지라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창업을 하지 마라”는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에도 이런 말을 누누이 남겼다.

그는 아직 직장인이라면 창업을 거듭 재고해 볼 것을 권했다. 그래도 꼭 창업을 해야겠다면 그 분야의 밑바닥부터 최소 6개월 이상 일하며 업무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한 직장에서 근무하던 편한 사고를 갖고 창업전선에 뛰어들면, 누구 말대로 ‘네 돈 다 내 꺼야’ 되는 게 백발백중이야. 스파게티 가게를 하려면 실제로 양파도 까보고 스파게티도 만들어봐야지, 나처럼 어깨에 힘만 주려 하면 백전백패죠.”

자신처럼 사회지원제도를 활용해 볼 것도 추천했다. 그는 올 2월 창업예비자들을 위한 수원 영동시장 2층 비즈플라자에 입주했다가 수원시창업지원센터를 알게 됐다. 공모를 통해 47개 입주기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수원시창업지원센터는 각종 공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3명의 박사급 매니저들이 컨설팅을 통해 창업자를 돕고 있다.



#‘스마티’로 꿈꾸는 전통시장 활성화

그가 파산한 이후에도 손에서 놓지 않은 ‘스마티’ 덕분이다.

‘스마티’는 경품이벤트를 통해 고객을 관리 및 확보하는 모바일마케팅 도우미 서비스다. 참여고객이 전단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면 자동으로 이벤트에 응모되고 몇 초 후에 바로 경품담청 메시지가 도착하는 방식이다. 전단지나 명함 등을 배포했을 때보다 참여율이 월등히 높다.

본래 이 서비스는 포털사이트 파란을 운영하던 KTH가 6년 전 개발했다. (주)제일거장은 초창기부터 운영대행사로 ‘스마티’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KTH가 사업구조조정을 하던 지난해 10월 이 서비스를 인수했다. 이씨는 최근 제일거장이란 상호로 다시 개인사업자를 냈다.

“대기업보다 중소업체가 끈질기게 집중해서 물고 늘어져야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KTH의 운영대행사도 30개나 됐지만 몇 곳 살아남지 못했죠. ‘스마티’로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해 인수했습니다.”

프랜차이즈 기업이나 전통시장 등에 ‘스마티’를 제안하고 있다. 개업이나 축제 등을 할 때 활용하면 단순히 전단지만 배포한 경우(0~1%)보다 월등히 높은 평균 3%대의 참여율을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대전 한민전통시장에서는 이를 통해 불과 6일 만에 8천명의 고객을 모았다.

입주 이후 월 500만~1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순수익이 50%에 달하지만, 이씨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오는 2017년 1천명의 직원을 거느린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키워내겠다는 꿈을 품어본다.

“‘스마티’를 통한 전통시장 살리기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스스로 클 줄 알았는데 수원시의 도움으로 큰 사회적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먼훗날 다른 사람의 멘토가 되고 싶어요. 내가 받은 이상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늘 각오합니다.”



TIP: 창업에 실패하고 낙심한 이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실패가 끝이 아니고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하세요. 어느 길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그 희망을 스스로 찾으려고 애를 쓰지 말고 수원 비즈플라자 같은 곳에 가서 정보를 얻고 사람과 소통을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말고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이뤄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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