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대통령·경선·본선 기타 종합/-대선후보_여당(이재명 외

손학규가 문재인을 넘어야 하는 이유

손학규가 문재인을 넘어야 하는 이유
데스크승인 2012.07.23     

 손학규, 문재인. 민주통합당내 상임고문인 두 사람의 신경전이 꼭지에 오르고 있다. 탐색전에 들어가던 불과 한 달전만 해도 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다른 주자보다 그만큼 좁혀지고 있다는 얘기다. 생각하기에 분명한 둘의 싸움이다. 그래서 당내는 물론 밖에서도 이런 싸움이 이번 경선의 재미를 더해 줄 것으로 은근한 기대를 하고 있다. 다시말해 옆에서 즐기는 쪽에서도그림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평이다. 대선후보가 참여하는데 의미가 있는 올림픽정신으로 한번 발을 담궈 보려하는 의도라도 당내 다른 사람을 제외하면 이 두 사람의 싸움은 사실상 친노와 그렇지 않을 비노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지역으로 보자면 부산·경남 사투리를 쓰는 문 고문과 시흥사람으로 경기지사까지 지낸 명실상부 중부권 출신인 손 고문과의 지리적인 싸움도 된다. 이쯤되면 단순한 현실을 넘어 운명적인 가름이 될 두 사람의 배경이다.

우선 손 고문이 보는 시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주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 체제 출범에 대해 손 고문은 “통합진보당이 자기 쇄신을 통해 진정한 진보의 길을 간다면 민주당이 손을 잡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야권연대에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이러한 손 고문의 의중을 다 헤아릴 수는 없어도 당내 다른 사람들이 그동안 내 비친 통합진보당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고 변별성을 갖기 충분하다. 또한 북한과의 문제에도 확실한 선을 그으면서 친노와의 거리를 분명히 두고 있다.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회견에서 “북한 사회는 개혁을 위한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다”며 “폐쇄적인 권위주의 사회를 맹목적으로 유지하려고 할 때 카다피 같은 결말을 보게 될 것”이라고 좀더 강도 있게 경고하고 나섰다. 과거 이미지와는 분명 다르다. 물론 이전의 애매모호함에서 과감히 탈피해 확실한 선을 긋는 것이 지금에 와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일에 좀 더 강수를 두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얘기들의 중심에 서 있는 주제들은 옆에 있는 문 고문의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가감 없이 문 고문을 겨냥해 반성과 성찰 없이 ‘돌아온 참여정부’“라고 빚 댔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당시 친노정권의 실세로서 잘못과 실패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도 곁들인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손 고문의 말대로 이러한 성찰이 없이 새누리당 후보를 다잡을 수 없다. 물론 문 고문을 중심으로 한 친노 인사들이 폐족(廢族) 선언 이후 정치를 접었다가 이명박 정부가 민심을 잃으면서 2년 전 지방선거에서 비중있는 기초자치단체장을 당선시키고 얼마 전 4·11 총선에서도 친노 진영의 핵심인 한명숙,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 자리에 들어서긴 했지만 이들이 부르짖는 얘기들이 이번 대선에서도 국민들의 정서에 맞아 떨어질 지 누구도 자신 못한다.

문 고문의 말대로 민주주의나 권위주의 해체, 국가 균형 발전 등에서 굉장히 큰 성취를 이뤘다고는 하지만 이를 모두 긍정적인 측면에서 받아들일 국민들이 몇이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이미 친노 측에서 화두였던 한미 FTA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같은 정책을 노무현 정권에서 빚어진 과오라고 인정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여러 경로를 통해 사과를 했다. 그러면서 다시 지난 노 정권을 계승한다는 얘기를 국민들이 어찌 받아 들여야 하는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이러한 일은 이번 대선에서 바로 증명된다. 그러니까 다시 문 고문의 얘기대로 ”참여정부를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민주당의 정체성에도 맞지 않는다“ 면 어디까지 그들만의 얘기일 뿐 국민전체가 이를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이러한 얘기들의 바탕에 손 고문이 말 한대로 영남후보 불가론이 힘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그렇다고 중부권 후보론만이 옳고 대세는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손 고문은 나름 일찍부터 전국 민생투어나 그 이전에 행정가로서의 입지를 확실해 해 온 반면 문 고문은 최근에서야 친노를 업고 새누리당의 경선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면서 표를 얻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른 주자들이 볼 때 다소 속상하는 얘기일 수 있지만 손 고문과 문 고문의 이번 싸움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고 있다. 손 고문으로서는 이번 대선도전이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앞서는 문 고문과의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를 줄여 나가는 것이 대권에 한발 나아가는 길이다.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 손학규의 ‘저녁이 있는 삶’이 란 문구가 내걸렸다. 멀지않은 서대문 독립공원에는 문재인의 ‘우리나라 대통령’이란 문구도 걸려있다. 그 저녁까지 대통령의 길은 멀고도 험하게만 느껴지는 하루하루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