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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특례시의 종합/⋁❶前 수원특례시장(염태영)_활동.비전.어록.영상.보도.논객.자료.

천재지변 안 통하는 그 곳? 수원에 관심집중

연일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로 하루가 다르게 밭곡식은 물론 벼까지 타들어갔다. 농민들은 양수기의 호스를 연결해 타는 논밭을 적시려 안간힘을 쏟고, 경찰과 소방관도 이들 농민을 돕기 위해 연일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겨우 가뭄이 끝나자 이제 늦게 찾아온 장마로 호우 피해가 예상된다.

이 같은 천재지변과 관계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식물공장을 찾아갔다. 이 곳에서는 농사를 짓기 위해 건물 밖이 아니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3층 건물의 연면적 446㎡인 농촌진흥청의 식물공장에서는 상추를 4~6주에 한 번씩 2000주(식물을 세는 단위)를 재배할 수 있다. 배추는 두 달에 한 번씩 1000주를 재배한다. 하지만 관리하는 사람은 단 세명이다.

식물공장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농사’ 하면 떠올릴법한 기본 개념들이 안 통한다. 태양광과 토양, 생산을 위해 필요한 인력 등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태양광은 LED 등을 이용한 인공조명으로, 공기는 인공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온도는 공기조절기로, 토양은 양분을 포함한 배양액으로 대체한다. 밭에 모종을 직접 심을 필요도 없다. 로봇자동화 기술을 이용한 무인생산시스템이 대신 심어준다.

식물공장에 본격적으로 입장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작업을 하는 IT 연구실에서나 봤을 법한 에어샤워실을 통과해야 한다. 밀폐된 에어샤워실 양쪽에는 각각 9개의 구멍이 있는데 모든 문이 닫히면 양쪽에서 센 바람이 불어와 몸에 붙어 있을지 모르는 이물질을 털어준다.

1층에 위치한 에어샤워실을 통과하자 1층부터 3층까지 천장이 뚫려 있는 한쪽에서는 상추·치커리·청경채·신선초·적근대·파슬리 등이 자라는 재배 틀이 도르래에 매달려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도르래로 움직이지 않으면 위쪽에 위치한 식물들은 햇빛을 너무 많이 받게 되고 반대로 아래에 있는 식물들은 태양광이 부족하기 때문에 순환시켜주는 것이다.

1년 내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식물공장의 특성대로 실내에서 충분치 않은 태양광은 LED광으로 보충해주며, 발아한 식물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옮겨 심을 수 있다.

1층이 태양광을 이용한 수직형 식물공장이라면 2층과 3층은 폐쇄된 공간에서 인공광을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는 빌딩형 식물공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여 태양광이 전혀 없는 2층과 3층은 보라색 빛의 LED 조명이 더욱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물도 사람이 일일이 줄 필요가 없다. 지하에서 질소·인산·칼륨·마그네슘 등을 섞은 배양액이 특정 시간에 연결된 작은 호스를 통해 식물에 자동으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식물을 일정한 간격으로 심을 수 있게 달걀판 형태로 설치된 재배베드에 있는 식물을 들어 올리자 일반적으로 뿌리가 흙으로 뒤덮여 있는 식물들과는 달리, 흙 없이 뿌리만 있었다. 그야말로 농사의 필수요소로 여겨졌던 태양과 흙이 없어도 식물은 잘 자라고 있었다.

태양 대신 LED조명을 받은 식물들이 영양분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지만, 배양액을 통해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영양소도 풍부하다고 식물공장 관계자는 말한다. 오히려 수확 기간을 단축시켜준다고 그는 덧붙였다.

식물공장은 통제된 시설 내에서 생물의 생육환경을 인공적으로 제어해 공산품처럼 계획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적인 농업 형태를 말한다. 이상기후와 물류비 급증에 대비해 도시에서 농사를 지을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실제로 지구 평균 기온은 과거 100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는데, 세계 평균기온 상승폭이 1901년~1960년에는 0.14℃였지만 1961년~2009년에는 0.49℃다. 한국농촌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기온이 1℃ 상승하면 한국 농가의 농업 총수익이 ha당 260만~400만원 감소할 수 있다고 한다.

식물공장은 연중 안정적인 생산, 재배 작물의 규격화·정량화, 능동적이고 계획된 생산량 조절 이라는 이점은 있다. 다만 설비투자 비용 절감과 수익원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식물공장은 실제로 해외에서도 초기에는 경제성을 문제로 중단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탄소저감, 안정생산 등의 새로운 가치가 부각되면서 연구가 강화됐다. 유럽은 1950년대 식물공장 연구를 시작했고, 덴마크는 인공광원과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식물공장을 개발했다. 미국은 1960~197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했으며 일본에서도 1974년 히타치 제작소 중앙연구소에서 식물공장 연구가 시작됐다.

한국도 1990년대부터 식물공장 연구를 시작했다. 농촌진흥청 또한 식물공장 관련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에는 그린플러스에 식물공장 관련 기술을 이전했다.

김동억 농촌진흥청 박사는 “아직은 식물공장의 경제성이 취약해 수익을 가져다주는 사업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꾸준히 투자를 해 먼 미래를 위해 육성해야 할 사업”이라며 “식물공장 산업을 종합 플랜트 개념으로 범위를 확장해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한편 8월 2일부터 사흘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스마트클라우드쇼2012(Smart Cloud Show 2012)’에는 국내 대표 업체들이 참여해 최신 도시농업 기술을 선보이고 노하우를 전수한다. 자세한 내용은 http://event.chosunbiz.com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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