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후반인 직장인 K씨는 요즘 시내버스로 출퇴근한다. 한 달에 30만~40만원 이상드는 승용차 기름값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기름값이 올랐다고 하지만 특별히 기름값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것이 다 오르고 봉급만 오르지 않은 실정서 아낄 것은 우선 기름값이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한 달 200여만원의 생활비로 이것저것을 절약하며 꾸려가는 가계는 초비상이기 때문이다. 회사사정도 여의치 않아 봉급인상은 기대키 어렵다. 체념하고 허리띠 졸라매기 작전에 나섰다. ‘견디다 보면 어떻게 돌아가겠지’ 막연한 기대감에 하루하루를 산다. 그런 그가 오늘 아침 한 지방지 신문을 보고 열을 받았다. 튀어나온 것이 욕지거리다. "이런 XXX들이 있나?" 수원시 상수도검침원들이 최소 1년서 3년까지 검침도 하지 않고 상수도요금을 부과해왔다는 것이다. 또 검침내역이 실제 사용량과 다르고 부당하게 부과된 요금만 3억원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그것도 상가주민, 건물주들이 상수도요금이 부당하게 부과되고 있다며 민원을 제기해 수원시가 조사에 나서 밝혀진 사실이란다. 지난 3월부터 2개월간 수원 전지역의 검침실태를 조사해본 결과 무려 1천300여곳의 검침내역이 사용량과 불일치했다는 보도다. 수도요금 한 푼 아끼려고 샤워회수를 줄이고 일정한 날을 지정해 세탁기를 돌리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하는 서민들에겐 울화가 치밀지 않을 수 없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것과 같이 꼭 사기당한 것 같은 기분이라는 것이다. 선진행정을 구현한다며 각종 상을 줄줄이 받는 수원시의 뒷모습이다. 수원시의 자체조사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검침서 요금부과까지 상수도 요금징수관리 행정이란 게 뻔하다. 사용량을 측정하는 계량기가 있으니 매월 정해진 날에 검침해 요금을 부과하고 회계관리에 충실하면 된다. 고도의 행정판단이 요구되는 업무도 아니고 지극히 단순한 행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업무를 한두 달도 아닌 1-3년이나 사용량을 조사도 안고 요금을 부과했다니 직무유기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관리 감독자는 무엇을 했는가. 또 해마다 있는 행정감사서는 왜 이같은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나? "상수도요금부과가 이상하다. 잘못됐다"는 민원이 쏟아져서야 지난 3월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민원이 제기됐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처리됐나? 묵살되거나 거들떠보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일이 이 꼴로 된 것이 아닌가. 기사내용만으로도 상수도행정담당자들의 공직기강해이는 물론 행정관리시스템이 전혀 작동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특별회계로 관리되고 별도의 조직까지 갖춘 상수도행정분야의 공직기강이 극도로 해이됐음을 말해준다. 수원시는 이같은 일이 빚어진 근본원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으로 본다. 관리 책임은 물론 회계책임도 따져야 한다. 부당하게 많이 징수한 상수도요금이 있다면 돌려줘야 할 것이다. 적게 징수한 요금이 있다면 추가징수하는 등 가려야 하고 귀책자도 찾아내야 한다. 물을 수 있다면 민·형사상 책임까지 병행해야 한다. 내 식구 감싸기식 처리는 제2, 3의 상수도요금 부당징수 파문을 가져 올 수 밖에 없다. K씨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상수도요금 부과 잘못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하나를 보면 열을 짐작할 수 있다고 수원시 전체의 행정신뢰와 관련된 심각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얼마전엔 근무하지도 않았으면서 근무한 것처럼 해 수년 동안 수억원의 초과근무수당을 타 먹어 말썽이 되더니 이번엔 수년 동안 검침도 하지 않고 상수도 요금을 부과했다니 아귀가 척척 맞는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지 염불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K씨는 초과수당문제가 터졌을 때만 해도 공직자들이 먹고살만하니까 점점 공직자로서 자세를 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원시한테 꼭 사기당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평소 생각해온 공직자관으로 비춰볼 때 검침도 안 하고 검침했다고 속여 요금을 부과할 공직자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 직장에서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수원시 공직사회서 빚어진 것이다. 지금이 어느 땐 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