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북한이 5일 오전 11시30분께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는 7000만 남북 민중의 평화 염원을 저버린 도발행위로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마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기다리기나 한 것처럼, 이날즉각 “대북특사 파견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죽 이상했으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대북특사는 왜 보내느냐, 발사를 축하하는 특사냐”라고 성토했을까?
하지만 대북특사 문제는 홍 원내대표가 처음으로 꺼낸 카드는 아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도 제2차 G20 금융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지난 3일 런던 현지에서 가진 영국 로이터, 미국 블룸버그, 프랑스 AFP 통신사와의 합동 인터뷰에서 "특사는 우리가 필요하면 보낼 수도 있다"고 '대북특사' 활용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동안 대북특사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던 이 대통령이 왜 이처럼 입장을 바꾼 것일까?
그러고 보니, 순간 뇌리를 스쳐가는 것이 있다.
한나라당 친이(親李) 핵심인 이재오 전 의원이 미국에 체류 중일 때, <시민일보> 기자가 그의 측근으로부터 직접 전해들은 말이다.
“지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여야 각 당에서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을 단숨에 제치고, 1위로 ‘껑충’ 뛰어 올라갈만한 복안이 있다.”
물론 그는 그 ‘복안’이 무엇인지, 또 누가 그 복안을 실현할 사람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그와 <시민일보> 기자가 지난달, 그러니까 이재오 전 의원이 중국에 있을 때 다시 만났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께서 대북특사로 가고 싶어 하신다. 그분이 대북특사로 다녀오시면, 모든 상황은 일시에 변할 것이다.”
그 말을 전해들은 필자는 ‘피식’ 웃어 넘겼다.
그런데 실제 이재오 전 의원은 지난 달 1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을 만나고 싶다”고 대북특사에 대한 희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자 이틀 뒤 친이재오계 이군현 의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이재오 대북특사론은 충분히 검토 가능한 카드”라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재오 전 의원을 지지하는 네티즌들도 ‘이재오 대북특사 유력’이라는 식의 글을 통해 부채질 하고 있다.
그렇다면, 혹시 이재오 전 의원의 최측근의 발언인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을 단숨에 제치고, 1위로 ‘껑충’ 뛰어 올라갈만한 복안”이라는 게 ‘대북특사’는 아니었을까?
그리고 대상이 바로 이재오 전 의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로 남북 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지금, 누군가 대북특사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그로부터 핵 포기 약속을 받고 돌아온다면 그는 당장 국민의 영웅으로 부각될 수 있다.
어차피 북한은 핵을 고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북미대화와 6자회담 등에 의해 핵 포기를 선언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따라서 약간의 선물만 준비한다면 김 위원장으로부터 핵 포기 약속을 받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 선물이라는 게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당시 제안했던 평양 리모델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은 이명박 정권이 대북특사를 통해 친이 재집권을 모색하고 있다면 큰일이다.
그것은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북특사는 우리 민족의 염원인 남북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지, 친이 세력의 재집권을 위한 도구가 될 수는 없지 않는가.
따라서 정말 당당하게,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도 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 오직 남북평화와 국민통합을 갈망하는 바로 그가 대북특사로 적임자 아닐까?
그런 면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오 전 의원은 적임자가 아니다.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아닌 것 같다.
그 열매를 따 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박근혜 전 대표 한 사람뿐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모쪼록 정부는 이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기회로, 친이 재집권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즉 ‘친이 유력주자 대북특사’라는 악수(惡手)를 두지 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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