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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정치에 멍드는 수원시의회 `골병`

정당정치에 멍드는 수원시의회 '골병'
한나라당 소속 상임위원장 줄사퇴…당협 개입가능성 높아
2009년 08월 11일 (화) 이정하기자 jungha98@suwon.com

수원시의회 한나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이 잇따라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사퇴했다. 지방선거를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줄사퇴'에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8대 후반기 상임위원장 선출 때부터 '당론 이탈' 문제로 홍역을 치르더니 결국 임기 2년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뒀다. 정황상 한나라당 경기도당 및 수원지역 당협위원회가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1년 전 이들이 세운 각본대로 흘러가는 시의회를 바라보는 지역정가와 시민들의 심정은 참담한 수준을 넘어 '농락'에 가깝다. 이들이 줄사퇴에 대한 정당한 사유와 논리적인 설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불가한 탓이다. 따라서 정당정치에 지방의회가 농락당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문준일 문화복지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시의회에 사퇴서를 제출하고서 4일 만에 의장 권한으로 사퇴를 수리했다. 문 의원은 "내년 예산안 심사, 행정사무 감사 등 의정활동에 전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사퇴 사유를 밝혔다. 이는 앞서 지난 6월 30일 심상호 전 경제환경위원장이 사임했을 때, 동반으로 불거져 나온 사퇴설을 극구 부인한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당시 문 의원은 "동료 의원들이 2년간 책임을 다하라고 뽑아준 것인데 이유없이 관둘 필요가 없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6월 심 의원이 사임한 뒤 당론대로 진흥국 의원이 경제환경위원장으로 선출됐으며, 오는 17일 열리는 264회 임시회 때 최중성 의원이 신임 문화복지위원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재선 도전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라는 문 의원과 심 의원의 궁색한 변명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는 독단적인 결단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두 의원의 사퇴 배경에는 지난해 6월 상임위원장 선출과정에서 당의 결정을 뒤엎은 반란(?)이 발단이 됐다는 것이 지역정가의 공통된 반응이다.

상임위원장 선출에 앞서 한나라당 경기도당과 수원지역 당협위원장이 모여 최중성, 진흥국 의원을 각각 8대 후반기 경제환경위, 문화복지위 위원장으로 내정했으나 소속 당 의원들이 심상호, 문준일 의원의 손을 들어주며 당론에 반기를 들었다. 해당 상임위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내정자 대신 신출내기 초선 의원을 위원장으로 앉히는 반전을 연출한 것이다. 그 결과 당시 한나라당 경기도당은 당론 이탈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는 등 흐트러진 당론을 다시 옥죄며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무기력한 '말발'에 놀란 경기도당과 지역당협이 궁여지책으로 '사퇴 카드'를 내놓았다는 것이 지역정가의 중론이다. 사살상 공천권을 쥔 경기도당과 지역당협이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당협의 한관계자는 "내부 갈등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의원 간 원만하게 합의토록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이나 당협 차원에서 관여할 일도 아니며, 관여해서도 안 된다"고 못박았다.

1년 전 의원 간 암묵적인 합의에 따른 자발적인 사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명분쌓기용 위원장직 나눠먹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반면 지역정가에선 2010년 지방선거가 1년도남지 않은 시점에서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공천' 문제로 심적 부담을 느낀 의원들이 명분상 스스로 사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이 역풍을 맞고 있다. 시의회가 한나라당의 정치 놀이터냐는 지역정가의 비판과 소속 의원들조차 '정당정치에 지방의회가 멍들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소속 한 의원은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 선출 때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며 "생활정치를 실현하는 지방의회가 공천에 좌우되다 보면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펼칠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윤경선(민노당 비례대표) 의원을 비롯해 야당 시의원, 시민들은"민의를 저버리고, 의회와 의원을 무시하는 행태가 버젓이 시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모든 의사 결정에도 절대 여당의 당론이 좌지우지하는 등 정당정치의 폐해가 심각하다.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수원시의회 36명의 의원 가운데 25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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