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경축사에서 대통령의 선거제도 개편 언급은 박근혜 죽이기 제 2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다.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라서 새삼스런 이야기도 못 돼지만 한 가지 신기한 것은 미디어법 통과를 핑계로 의사당 밖으로 나가 거리를 전전하던 야당의 돌변한 태도다. 선거제도 개편은 과거에 지들도 바라던 것이라고 반색을 한다. 한술 더 떠서 한나라당에 대고 말 바꾸기 없다고 다짐까지 해가며 아양을 떨고 있다. 선거구제 개편 한마디에 미디어 법을 핑계로 염천에 지랄염병 떨던 무리가 재까닥 국회로 돌아온단 말이다.

박근혜 죽이기 1라운드는 이른바 노명박에 의한 경선 떨어뜨리기였고 이어 친이가 장악한 공천권에 의한 친박 의원 죽이기였다. 지금까지 한 가지도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는 박근혜 의원 테러사건을 위시해서 이명박 정권의 탄생과정은 의문투성이고 그런 의혹을 제기했던 박 의원 죽이기는 정권 출범이래 멈춘 적이 없다. 물증은 없지만 심정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노무현 정권의 비호, 그중에서도 특히 검찰의 집중적인 비호아래 이명박 정권은 태어났다는 것 정도고 그 자세한 내막은 아직도 양식 있는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다.

오늘 아침 조중동을 위시한 조간에 일제히 오른 기사가 이명박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에게 느닷없이 통화를 하며 스킨십을 시도한다는 것이고 그중에는 친박 의원도 섞여있다 한다. 전화를 받은 당사자들은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왜 이제 와서 새삼스런 일을 벌이는가를 곰곰 생각해보면 엊그제 자신이 주장한 선거구제 개편과 나아가 개헌논의를 위해서 자기편 만들기라는 추측이 절로 나온다. 뒤늦게 목적을 위해 수단을 바꾸는 모양새다.

사실, 2008년 초에, 만약 이재오와 이명박이 이상득만큼 노회했더라면 4.9 총선 당시에 친박 의원들을 무리 없이 공천해 주었을 것이다. 논공행상은 뒤로 미루고 친박 몇 명 정도를 입각시키고 그런 연후에 진즉부터 살가운 스킨십을 시도했다면 박근혜 의원 주변에 과연 몇 명의 의원들이 남아 있을까를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 진다. 그랬다면 이명박의 친박 죽이기는 친박의 공연한 불평쯤으로 치부되었을 것이고 한나라당 내에서 주이야박이니 월박이니 하는 말이 결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이재오, 이방호 덕분에 박근혜 죽이기 1라운드는 실패로 끝났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박 의원의 위상을 공고하게 만들어 주었고 지지층을 더욱 넓혀주는 공헌을 했다. 그야말로 국가를 위해 이재오는 살신성인을 한 셈이다. 그러나 박근혜 지지자가 늘어날수록 불안해 지는 측은 정권 핵심이다. 부패한 세력이 역시 부패했던 전 정권과 야합해서 태어난 정권이니만큼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야합의 흑막이 밝혀지는 것이고 그보다 더 두려운 일은 국민의 심판을 받는 일이다. 야당과 손잡고 영남 안방을 내주는 일에 인색할 처지가 아니다.

중선거구제에 대해 새삼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영남과 호남을 나눠 먹자는 제안인데 야당인들 싫을 리가 없다. 호남은 야당의 철밥통이고 영남에서도 몇 석 건진다면 전혀 손해날 일이 아니다. 이명박의 선거제도 개편제안은 미디어법 통과를 핑계대고 거리로 나갔던 야당에게 국회로 돌아올 명분을 줌과 동시에 껍데기 대통령 만들기 개헌, 즉 이원집정부제를 논의하기 위한 미끼다. 이원집정부제 또한 야당으로서는 전혀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다. 내각에 참여할 기회가 생김은 물론, 정체성 모호한 이명박 정부와 합작해서 대한민국을 베네주엘라 같은 정치 형태로 이끌어 마르고 닳도록 권력을 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만들어 놓은 종북 사대주의를 이어갈 수 있고 적당히 북의 핵을 이용해서 국민을 위협하면 권력은 영원해진다. 그까짓 실권 없는 대통령은 할 필요도 없고 필요하다면 돌아가면서 한 번씩 해먹을 수도 있다. 꿩 먹고 알 먹기인데 국회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바보다.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 되는 것만 막고 그와 국민을 분리시키기기에 성공만 하면 권력은 영원하다는 공식이 나온다. 그래도 저항이 심하면 아웅산 수치같이 연금시키면 그만이다. 그 시발점이 바로 미디어 법을 반대해서 거리로 나갔던 야당의 국회복귀고 경향신문의 정수장학회 거론이다.

미디어 법은 박근혜 의원의 노력으로 독소조항도 사라지고 신문의 방송참여 지분도 대폭 삭감되었으나 야당은 결국 의사당 밖으로 나갔다. 자신들이 하지 못한 합의를 박 의원이 대신 해준 결과라 감사해야할 일이지만 거리로 나간 것은 이익을 위해서는 박 의원과 결코 보조를 같이 할 수 없는 입장 때문이다. 지금 와서 보니 야당이 거리로 나갔던 것은 한나라당과 등진 것이 아니라 박근혜 의원과의 결별을 선언한 것이었다는 이야기다. 즉 미디어 법을 핑계로 박근혜 의원의 손을 놓아 버려야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 논의에서 한나라당과 협조할 명분이 성립된다는 이야기다.

정동영을 죽여가면서 이명박 정권의 탄생을 도운 야당이다. 노명박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원할 리도 없고 거의 다 좌경화 시켜 놓은 한국사회가 다시 보수 우파의 손에 넘어가 자신들이 일것 전도시킨 가치관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정체성이 백일하에 폭로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선거구제 개편에 적극 참여하고 개헌에 동의해서 적당히 여당과 만수산 드렁칡 같이 얽혀 국민들 위에 군림하면 되는 것이지 나라의 장래 따위는 아랑곳없다.

한국 국민 노릇하기는 정말 힘들고 그중에서도 박근혜 지지자들은 더욱 힘들고 서럽다. 대통령이 본업인 국리민복, 경제 살리기는 뒷전으로 밀어놓고 취임 1년 반이 넘도록 박 의원 죽이기에만 혈안이고 야당은 눈앞에 이익 때문에 국민을 서슴없이 버린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국민은 TV에서 떠드는 대로 세뇌가 되갈 것이고 국민투표는 요식행위에 불과해진다. 한줌의 논객들은 암담한 앞날을 예측하지만 힘이 없다. 여야가 야합해서 마구잡이로 법을 통과시키면 국민의 입을 봉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고 그래도 귀찮게 구는 놈은 자신도 이런저런 의혹이 많은 검찰총장이 알아서 처리하면 그만이다.

맑고 투명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양심적인 정치인을 청와대로 보내는 일이 이렇게도 힘들고 험난한 줄은 몰랐다. 노무현 좌파 정권만 바꾸면 될 줄 알았는데 산 뒤에 태산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이제는 글을 써도 개헌의 부당함을 알리는 일에 주력해야할 시점이고 그도 미흡하면 피켓 들고 거리로 나가 1인 캠페인이라도 벌이는 게 효과적일 것 같다. 개헌을 막지 못하면 법과 원칙이 살아있는 대한민국은 결코 오지 않는다. 개헌? 죽을힘을 다해 막아야 한다. 그래야 자식들의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