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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46% 유시민 5% 정몽준 4%

박근혜 46% 유시민 5% 정몽준 4%ㅎ주소복사

작성자
김덕곤
작성일
2009.08.2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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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주자로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현재 위치는 난공불락의 철옹성과 같다. 큰 싸움을 말하기에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박 전 대표와 자웅을 겨룰 만한 장수가 여·야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에서 다른 주자들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많게는 세 배, 적어도 두 배 이상 멀찌감치 앞서 달린다. 당장 대선을 치른다면 대권은 떼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독주 양상이다.

이런 양상은 전문가 집단 여론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차기 대권과 관련해 가장 잠재력이 있는 정치인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각계 전문가 45.8%가 박 전 대표를 지목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는 42.2%로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쏠림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2위와의 격차가 무려 10배 가까이 난다. 지난해 34.7% 포인트 차에서 올해는 41% 포인트 차로 그 차이가 더 벌어졌다.

박 전 대표가 지난 대선 이후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로 자리매김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30%대에 이르는 고정 지지층이 확고부동하다는 점이 꼽힌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널뛰기를 하는 상황에서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것은 물론이고 등락 폭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올해 들어 용산 참사, 재·보선 참패 등으로 당은 곤욕을 치렀지만 박 전 대표의 입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현 정권의 위기가 반사 이익을 가져다준 측면도 있었다.


견고한 지지층이 ‘양날의 칼’ 될 수도

경쟁 상대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점도 ‘가능성 큰 주자’에게 선호도가 몰리게 만든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정권의 경우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일찌감치 당 안팎으로부터 도전을 받았다. 여당에서는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장관, 야당에는 박근혜 전 대표라는 강력한 대항마가 존재했다. 반면, 현 정권 들어서는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박 전 대표와 겨룰 만한 이렇다 할 경쟁자가 부각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박 전 대표의 독주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일러 보인다. 고정 지지층이 견고하다는 점은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전력을 자랑하지만 전투가 치열해지면 우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이 될 수 있다. 여권 내에서도 반대 세력이 만만치 않은 상황은 대권 행보에서 가장 큰 변수 중 하나이다.

경쟁 상대의 부재도 마찬가지다. 대항마가 등장하면 언제든지 상황은 변할 수 있다. 최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 주자로서 박 전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한 사례이다. 반총장은 <시사저널>의 이번 전문가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1.3%를 얻어 9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반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그만큼 작게 보는 셈이다. 휴가차 귀국한 그는 지난 8월11일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유엔 사무총장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계 인사들, 전반적 하락

이번 조사 결과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 대목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급상승이다. 유 전 장관은 4.8%로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0.9%를 기록하며 10위권에 겨우 턱걸이한 것과 비교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몰고 온 ‘친노’ 바람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법조인(10.0%)과 언론인(8.0%) 집단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반면, 정치인과 종교인들 사이에서는 1.0%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유 전 장관을 제외한 다른 범민주계 정치인들은 지난해보다 지목률이 더 낮아졌다. 지난해 3위로 야권 선두였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올해 8위(1.7%)로 떨어졌다. 총선 낙마 이후 오랫동안 칩거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손 전 대표는 오는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정계에 복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동영 의원은 공동 6위(1.5%)에서 공동 5위(2.0%)로 한 계단 올라섰지만,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서 보여준 영향력이 대권 잠재력으로 평가받지는 못했다. 지난해 단독 5위(1.9%)였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정의원과 함께 공동 5위를 유지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제1 야당의 수장으로서 갖는 영향력이 대권 잠재력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반발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는 등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는 취약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대표는 0.7%를 얻어 12위에 그쳤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위원장을 맡았던 한명숙 전 총리가 0.9%로 한 계단 위인 11위를 차지했다.

한나라당 인사 중에서는 정몽준 최고위원의 하락 폭이 컸다. 지난해 7.5%로 2위에 올랐던 정최고위원은 올해 3.5%를 얻는 데 그쳐 3위로 내려갔다. 순위는 한 계단 하락했지만, 지목률은 절반이 넘는 4% 포인트나 빠졌다. 한나라당 입당 후 당 지도부 입성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정최고위원은 또 한 번의 기회를 맞고 있다. 박희태 대표의 재·보궐 선거 출마로 공석이 될 대표직을 승계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된다면 당내에 취약한 지지 기반을 다지는 한편, 대외적으로도 박근혜 전 대표의 경쟁자로 자리 잡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역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오시장은 지난해와 같은 4위였지만 지목률은 3.1%로 상승해 3위 정최고위원과의 차이를 지난해 5.3% 포인트에서 1.3% 포인트 차로 좁혔다. 김지사는 1.9%의 지목률로 7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공동 6위(1.5%)였다.

이밖에도 민주당 추미애·천정배 의원과 고건 전 국무총리,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이 공동 13위에,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공동 17위에 각각 오르며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