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파란blog이전(+)됨:약7십만접속/-기존_자료2 종합(박근혜 前 대통령관련)

박근혜 사랑의 김치 품앗이

박근혜 사랑의 김치 품앗이
풍운 2009/12/07 01:11:30 [조회 : 274]

시골에서 농사지으시는 형수님께 전화가 왔다.

"아지배엠~요~ 집에 김치 있니껴?"

깡촌 냄새가 풀풀나는 정겨운 고향 사투리에 기분이 금방 빵빵하게 충전된다.

"없니더~~ 촌에 김장 했니껴~~~?"

"야아~ 그라믄 주소 불러봐여~~"

주소를 받아쓰는데 익숙치 못한 형수는 몇번이고 되묻고 또 확인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시골 형수가 김치를 박스로 보내주신다.

버섯농사 다섯마지기에 열마지기가 넘는 오이 하우스를 형님, 형수님, 그리고 어머니,

세분이 일손없이 쳐내신다. 요즘은 계절없는 전천후 농사라 봄에 씨뿌리고, 가을추수

라는 개념이 없으니 일년내내 바쁘시다. 어두컴컴한 새벽4시면 어김없이 하우스로 가서

오늘 출하시킬 버섯과 오이를 수확하고 포장하고, 여덟시쯤이면 차가 와서 싣고 간다.

고등학교부터 시골을 떠났지만 방학이나 휴무 때는 어김없이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거들었고 나의 이런 생활은 결혼후 셋째가 태어날때까지 이어졌다.


형님과 형수님 덕분에 나도 농사꾼 못지않은 식견과 노하우도 제법 안다.

옛날 24절기따라 씨뿌리고 거름내고 약치고 수확하는 과정은 지금도 훤히 꿰뚫을 정도다.

지금은 절기와 크게 상관이 없지만, 옛날 시골 달력에는 24절기마다 농사일정이 메모되어

있었다. 몇천년 동안 우리는 절기따라 그렇게 농사를 지어왔다.

그래서 농심을 천심이라고 했는가?


내가 어릴때 가장 신나는 날은 명절, 잔치날, 그리고 김장 담그는 날이었다.

김장 담그는 날은 명절 못지않은 집안큰일에 동네 축제였다.

마을회관 마당에는 산더미 만한 배추가 쌓여있고, 큰방가득 노랗게 절여진 배추가 속살을

드러내고 하룻밤을 보냈다. 아낙들이 배추속을 만들고 김장을 하는동안, 마당에는 돌쇠와

마당쇠들이 찬물에 연신 배추를 다듬고 씻었고, 씻은 배추를 소금 절이는 방으로 옮기는

것은 우리아이들 몫이었다.

회관 사랑방에는 어르신들이 간밤에 잡은 돼지고기 보쌈에, 방금절인 싱싱 김치를 안주삼아

막걸리 파티가 벌어졌다.

이 왁자지끌한 김치 품앗이 축제는 온동네가 먹고 마시고 즐기며 이틀간이나 계속된다.


그때 우리동네 김장담그기는 겨울 먹거리 반찬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가족간의 사랑이고, 이웃과의 정이자, 한해 농사를 끝낸 농심의 축제였다.

김치는 항아리에 담겨져 땅속에 뭍고, 그옆에는 남은 배추와 무우를 저장할 구덩이를 팠다.

작은 무덤처럼 만들어진 무우와 배추창고에, 팔하나 들어갈 만큼의 통풍구를 내놓으면 겨우

내내 싱싱한 배추와 무우를 먹을수 있었다. 순수 자연 냉장고인 셈이다.


오늘 박근혜도 사랑의 김장 담그기 봉사를 했다.

작년에도 50여명의 자원 봉사자와 함께 손수 앞치마를 두르고 1000포기나 되는 김장을

했는데 올해는 그 두배인 10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1500포기의 김장을 담구었다.

그많은 배추속을 버무리다 보면 한겨울에도 땀방울이 송송 맺힌다.

박근혜가 해마다 하는 사랑의 김장 담그기는 여느 정치인들처럼 우루루 몰려와 흉내나

내고 사진이나 찍고가는 자리가 아니다. 작년에도 박근혜는 오전내내 직접 김장을 다

담그고, 오후에는 손수전달까지 하는 등 자원봉사자들과 하루를 같이했다.

오늘도 종일 김장 담그기와, 바자회를 열었다고 한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없으면, 아니 있다 해도 진정성이 없으면 실천하기

어려운 봉사활동이다.


남대문에 2천명을 끌고 나타나, 오뎅 먹는 사진하나 큼직하게 찍어 조간신문 대문에

걸어 놓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서민이 되는것은 아니다.

자신의 친인척들을 떡하니 앉혀놓은 300억 장학재단 만들어 놓고 전 재산 기부했다고

생색 내봐야 어느날 갑자기 '기부천사'가 되는것도 아니다.

인간사란게 단순하다,, 있을때 잘해야 후회하지 않고, 평소에 잘해야 사랑을 얻으며,

거짓이 없어야 신뢰를 받으며, 약속을 지켜야 신용도 생기는 법이다.

인간사(人間事) 이런 인심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오늘 하얀 주방 모자에 주황색 앞치마, 고무장갑을 끼고 열심히 배추속을 버무리는

박근혜를 보니, 그 옛날 우리동네 마을회관 엄마, 누이같은 느낌을 준다.

바자회장에서 손님들과 대화하고 물건을 파는 모습역시 그녀가 이나라 거물 정치인

이란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런 이웃의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는 것도 박근혜의 매력이자 자산이다.

오늘 박근혜가 손수 버무린 싱싱한 김치가, 겨우 내내 잘 숙성되고 맛있게 익어서,

쪽방촌 이웃들과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조금이라도 훈훈한 겨울이 되었음 좋겠다.

그 사랑의 김치는 겨우 내내, 우리들의 소망과 함께 익어갈 것이다.


아마도 오늘밤 박근혜의 정성과 사랑의 손길이 담긴 싱싱한 김치를 안주삼아

막걸리 한잔 걸치고 있는 쪽방촌 이웃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막걸리 한잔이 절로 땡기는 밤이다.


2009.12.06 풍운